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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카롱가를 떠난 이후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1.04.10|조회수78 목록 댓글 3

"빨리 다녀오세요, 우리는 당신이 무척 보고 싶을 것입니다."

나를 보는 사람마다 이렇게 인사를 하며 나를 떠나보냈다.

심지어 나의 학생들은 나의 목을 끌어안고 놓질 않았다. "안가면 안되요?"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만일 내가 안 돌아 온다면,

지금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마치 엄마가 없는

집에 혼자 남아있는 듯한 허전함을 드러내는 표정들이었다.

"나도 너희들이 많이 보고싶을거야. 그러나 내가 한국에 가야지만 너희들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고 너희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야만 더 많은 분들이 너희들을 도울 수있단다"

이렇게 알아듣도록 이야기하니 그제서야 얼굴들이 밝아졌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헤어짐은 마음이 아프다. 비록 7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함께 했지만,

나는 온 마음과 온 몸으로 그들과 살아왔기에 우리는 서로 정이 깊이 들어있다.

특히 고아원 아이들은 이 한국 엄마를 무척이나 그리워 할 것이다. 그런 중에 들려온 비보,

데니스의 죽음은 우리 모두를 슬픔의 수렁에 빠지게 했다. 그 누구도 그의 죽음을 이해 할 수 없다.

 내가 다시 카롱가로 돌아가는 날, 나는 그의 빈자리를 보고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런 우울한 소식이 있은지 일주일 후, 나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소식을 나의 비서 겸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고스펠이라는 청년으로부터 들었다.

내가 떠난 이후, 카롱가에 많은 비가 내려 도시 전체가 물바다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집과 도로에 물이 불고 심지어 우리 뮤직센터 마당에도 물이 차서 학생들이 강을 건느듯,

집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는 것이었다. 홍수 때문에 집들이 무너지고 6사람이나 사망했다는

 메일을 받고 나는 가슴이 답답해 옴을 느꼈다. 고통이 멎을 날이 없는 아프리카 땅이다.

하수도 처리가 안 되었기 때문에 비만 오면 도로가 물에 잠긴다. 국민들의 고통을 알고

있는 말라위 정부는 좀 더 적극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정책을 내놓아야한다.

뮤직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의 집도 물에 잠겼다며 사진들을 보내왔다.

자신들의 삶이 두렵다고 기도해달라는 메일이 왔다. 내가 떠나온 이후, 카롱가는 슬픔에 잠겼다.

3년 전에는 지진으로 집들이 무너졌고 사람들이 다쳤다는데 이번에는 홍수가 이들의 삶을 파괴했다. 

 

이 지구는 지금 크게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어느 곳도 문제가 없는 곳이 없다.

건기와 우기 밖에 없는 아프리카에는 12월부터 4월 말까지 비가 오는데, 이때에 내리는

비로 밭농사와 쌀농사를 짓는다. 비가 오지 않으면 먹을 물도 농사지을 물도 부족하다.

우기 때 비가 너무 내리면 집도 농작물도 다 망가지니 이들은 이래도 저래도 고통이다.

내가 카롱가를 떠나와 그 홍수 대란은 피할 수 있었지만, 고통 받는 그들을 생각하면

이곳에서 홀로 편하게 지내는 내 마음이 편칠 않다.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

 

아마도 아프리카 사람들은 그래서 노래와 춤을 그렇게 좋아하나보다. 자신들의 삶이

크고 작은 고통 속에서 진행되니 위로 받을 곳은 오직 성당이나 교회, 노래와 춤인 것이다.

홍수로 목숨과 집을 잃은 카롱가의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부디 4월말에 있을 옥수수 추수를 잘 할 수 있도록 이제 그만 비를 멈춰주십사고......

그들은 옥수수 죽을 하루 3번만 먹을 수 있어도 부자가 된 듯 행복해 한다.

그렇게 가난하고 소박한 그들에게 부디 주님의 위로가  있기를...

 

이토록 아름다운 봄 날, 나 혼자 보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봄 풍경을

멀리 두고 온 나의 벗들과 함께 바라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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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노랑나비 | 작성시간 11.04.11 그런 일이 있었군요 어려움을 격고 있는 그곳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특별한 돌보심을 기도 합니다
    옥수수가 그들의 양식인데...홍수에 괜찮은지 저도 걱정이 되네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님의 위로안에서
    용기를 얻기를 ....
  • 작성자펠라 | 작성시간 11.04.11 이런 마음아픈일이 또 일어났군요...
    6명이나 사망했다니.. ㅠ
    하루빨리 안정되기를 같이 기도합니다.
  • 작성자Lucy714 | 작성시간 11.04.13 눈..!! 핑게를 데며 카페방문이 뜸한사이..^^ 비보들이 덮쳤군요..도둑같이 예고없이..^^ 님의 아픈마음 느껴옵니다.
    " 그분의 이름은 하느님의 말씀," 이라 시며 내가 곧 간다 하십니다. [ 묵시22,7 ]
    힘들때.. 말씀 안에 피신함이 큰 힘이였습니다. 말씀의 실천자. 힘 짱..!! 그분께서 함께 계신다 하쎴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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