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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내적 고독을 위하여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1.04.19|조회수97 목록 댓글 6


나의 집을 떠난 지 3주가 지났다. 이제 집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잠자리가 수없이 바뀌고 만나는 사람들도 무척 많다. 먹는 음식들도 다양하다.

모두가 다 기쁘고 즐거운 일들이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그 무엇인가를 더 바라고 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 이고 싶다. 나는 자연이 그립고 고독이 필요하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며 사람들의 갈채와 사랑을 받아온 사람이다.

사람들을 위해서 그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고  어울리기를  무척 좋아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느 정도 계속 되면 내 마음 속에서는 파도가 일기 시작한다.

잔잔한 바다였던 나의 마음속에서 높은 파도가 치면 나는 모든 것을 멈추고

혼자이고 싶어진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나를 부르시는 싸인이기 때문이다.

그분은 빈들로 나를 꾀어내어 나와 사랑을 속삭이고 싶어 하신다.(호세아 2,16)

이것이 바로 영적 여정에서 필수인 내적 고독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이 그리움 없이 우리는 하느님과 깊은 사랑에 빠질 수가 없다.


 2주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다시 한국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우선 주거 환경부터 아파트 중심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끊임없이 사람들과 마주친다.

생활필수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슈퍼마켓을 들어서면 많은 사람들이 장을 보러 나와 있다.

장사해서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더 화려한 포장을 해서 세일을 하고

증정품도 하나씩 더 얹어서 구매를 충동하고 있다.

과일과 야채들도 더 크고 더 싱싱한 것으로 포장 되어 비싸게 팔리고 있다.

한국인들의 입은 계속해서  더 맛있는 것들을 찾고 있다.상인들은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맛있고 더 보기좋은 것들을 개발해서 내어놓으니 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산더미같이 쌓여진 온갖 종류의 건어물과 반찬들을 바라보면서 한 숨이 흘러나온다.

우리들이 많이 먹어야 세끼인데 이토록 많은 음식물들이 과연 필요한가?

이것의 반만 줄여도 먹을거리는 넘치고 넘칠텐데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들의 잘못된 음식문화 때문에 오는 경제적 손실과 환경파괴는 물론, 크고 작은

동물들이 생명을 잃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동물의 생명  뿐만 아니라

과식으로 인한 자신들의 생명은 얼마나 단축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그들의 아이들이 비만으로 다이어트를 해야 할 때, 또 다른 아이들은 굶주림에 목숨을

잃어간다는 이야기를 단 한번이라도 귀담아 들어본 적이 있을까?


답답해진 마음으로 전쟁터 같은 대형마켓을 빠져 나와 자동차로 가득 메운 거리를 바라본다.

불빛이 대낮처럼 밝게 켜져 있는 상가들 안에는 늦은 시간까지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저녁 5시면 모든 상점 문이 닫히고  6시면 어둠이 쏟아지는 말라위의 삶과는

너무도 다른 풍경이다. 언제, 어디를 가도 한국에서는 들뜬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들은 고독할 시간이 없다. 밖에서 사람에 지친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와서는 TV를 켜놓고 산다.

밥 먹을 때나 이야기할 때나 TV보는 것은 거의 중독 수준이다.

한국인이 보는 TV 내용들도 드라마나 연예인들의 잡담으로 꾸며진 백해무익한 프로그램들이다. 

왜 한국인들에게는 삶이 그렇게 자극적이고 재미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한국인들은  왜 저질의 코미디들을 보고 즐기며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입었던

옷이나 백, 장신구들을 사려고 줄을 서는 것일까?


그들은 홀로 있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삶을 들여다 볼 기회를 놓치고 만다.

그러나 영적인 여정을 시작한 사람들이나 예술가의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내적인 고독이

없다면 죽음의 시작이다. 그들은 생명을 잃게 된다. 사람들을 통해 무엇인가 얻고자 하는

사람들은 결코 내면의 평화를 얻을 수가 없다. 이 세상 것이나 사람들이 아닌 그 무엇을

갈망하는 그 자리가 바로 하느님과 만나는 자리이다.


나는 그 거룩한 갈망을 따라 다시 길을 떠난다.

성목요일부터 부활절까지 가르멜 수도원에 머물면서 깊은 고독에 잠기고 싶다.

하느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주신다.

세상이냐? 아니면 하느님이냐? 우리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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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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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아기사슴 | 작성시간 11.04.19 삶의 여정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입니다. 전에는 자주 가르멜 인천 수도원에 가곤 했는데 요즈음은 도통 시간을 낼 수가 없군요.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더 좋게 유지 시키시고, 주님의 충만한 은총 가득 입고 오시길 빕니다. 행복하시겠습니다.
  • 작성자내 혼에 불을 놓아 | 작성시간 11.04.20 얼마 전 상주에 있는 가르멜 수도원에서 새벽 미사 참례를 했었는데 마치 천상의 소리를 듣는 듯 꿈인지 생시인지 행복감을 만끽했답니다. 머물고 싶다 느끼지만 정말 늘 머무를 수 있을까...세상이냐? 아니면 하느님이냐?...세상에 태어나 세상 속에 머물 수밖에 없는 우리는 예수님이 그러하셨듯 그 안에서 늘 하느님을 만날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하느님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늘 그분이 계심을...♡ 주님 안에 온전히 좋은 시간 보내시길...^^*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5.31 Klara님, 반가워요. 수도원에서 우리는 가끔 그런 체험을 하지요.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된 분들의 삶이 그렇게
    아름답고 맑아서 우리들의 영혼을 뒤흔들어 놓는답니다. 이세상속에서도 우리는 하느님 사랑안에 머물면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어요. 우리카페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격려의 답글도 기뻤어요.
  • 작성자Present | 작성시간 11.05.30 이글의 전형적인 모습이 바로 내자신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고독을 두려워하는 마음...누구에게나 있죠....하지만 거기서 하나님과의 만남이 시작된다는 진리를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5.31 Present님, 카페를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하느님 그리워하는 분같이 느껴지네요.우리가 혼자일 때, 그분을 맞이할 수 있는 마음의 자리가 준비됩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고독은 결코 고립되는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해
    열리는 자리라는것을 기억하세요. 자주 들려주세요. 멀리 아프리카에서 올려드리는 사진과 글들도 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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