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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행복한 이별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1.05.08|조회수130 목록 댓글 6

 


한 달을 한국에서 보냈다. 처음에는 무척 빠른 듯 느껴지더니 마지막 주에는

시간이 더디게 지나갔다. 약속된 특강 일정만 아니었다면 나는 벌써 떠났으리라.

나를 기다리는 음악부 학생들과 고아원 아이들 때문에 빨리 가고 싶었던 것이다.

진정 마음이 있는 곳이 나의 고향임이 틀림없다.


나는 도착하자마자 우선 종합검진을 받았다. 이런 종류의 검사는 지금까지 받아본 적이 없었지만,

이제 나의 몸이 나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기에 나의 건강을 챙긴다.

이태석 신부님이 두고 가신 톤즈의 아이들을 보고난 후, 나는 카롱가의 아이들에게

그런 슬픔을 주고 싶지 않았기에 종합검진을 받을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감사하게도 나의 건강은 나의 나이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장기 몇군데에서 조금씩은 노화가 시작 되었지만 살아가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했다.

나의 느낌대로 나는 건강한 사람임을 재확인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최첨단의 장비를 갖춘 병원에서는 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장과 뼈 속까지 들여다보며

내 몸의 상태를 알아내려고 했다. 그들은 많은 결과를 얻어냈지만 그것은 오직 나의 한 부분일 뿐이다.

모든 병은 마음으로부터 오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가졌다 하더라도 그들은 나의 생각과 나의 마음까지는 촬영할 수 없다.

마음은 하느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는 거룩한 영역이기에 오직 하느님만이 우리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실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들의 치유자이시다.

 

그동안 좋은 만남을 통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내가 만난 하느님과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말라위에서의 나의 삶을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감동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연민을 느낀 사람들은 후원회원으로 가입해서 우리들이 하고 있는 일에

기꺼이 동참 해줬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나를 가장 감동시킨 사건이 있었다.


 최근 카롱가에  있었던 대홍수로 인해 4.000 가구가 물에 잠기고 우리 음악부 내부까지도

물이 차서 퍼내야만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마음이 무거웠다.지금 월세를 내고 있는 건물이 

낮은 지역이라, 매년 우기 때마다  홍수가 날 텐데, 어디로 이사를 갈 것인가 고민하고 있던 중,

우리들의 새로운 뮤직센터 건물을 갖고 싶다는 소망이 나의 마음속에서 일기 시작했다.

그 간절한 소망을 들여다보신 하느님께서는 우리 후원회 운영위원님 한 분을 통해 그 소망을

이루게 해주셨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


지금 음악부 건물은 방음이 안 되어 음악이 아니라 소음에 시달리고 있는데,

방음이 잘된 뮤직센터를 건립할 수 있도록 1억 원을 봉헌해주시고 매달 1.000달러를

운영비로 보내주신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기쁨으로 그날 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 외에도 우물 2개를 팔 수 있는 특별후원도 이루어져 나의 가슴은 감사로 벅차다.


내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나를 위해, 아니 하느님의 일을 위해 일하는 후원회 임원님들의

사랑과 헌신을 통해 나는 많은 힘을 얻게 됨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의지를 갖고 일하려 해도 함께 걸어주는 동지들이 없으면

그 많은 일들을 해나갈 수가 없다. 하느님이 뽑으셔서 보내주신 협력자들이 내 곁에 있어 마음 든든하다. 

또 내가 한국에 머물 집이 없는 것을 아시는 하느님께서 선한 마음을 갖고 있는 한 후배의 빈 집으로

숙소를 마련해주셔서 마음 편히 한 달을 지낼 수 있었고, 내가 살았던 양지 집에도 초대되어 며칠을

보낼 수 있었으니 주님이 얼마나 자비로우신가!


가르멜 수도원에서 성삼일과 부활절을 보내면서 은총의 회개시간을 가졌고

그렇게 그립던 꽃구경도 맘껏 했으며 또 먹고 싶던 생선초밥도 많이 먹고 떠난다.

이제 영과 육이 사랑과 힘으로 채워졌다. 아, 이제 다시 높이 나를 준비가 되어있다.

나와의 작별을 아쉬워하는 88세 노모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길을 떠난다.

내가 좋아하는 시편을 마음으로 읊으며 좁은 문을 향해 기쁨으로 달려간다.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

주님은 내 생명의 요새. 나 누구를 무서워하랴? (시편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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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아기사슴 | 작성시간 11.05.08 김포공항에서 갈아타는 중이었는데 벌써 출국장으로 들어가신다는 연락을 받고 뒤돌아 왔습니다.
    조금 더 서둘렀으면 뵐 수 있었겠는데 저의 게으름을 탓해봅니다.
    건강하시게 말라위에서 고아들의 어머니로서, 음악부 학생들의 교수님으로서, 유스센터의 주력자로서 활동을 하시다가
    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계시는 동안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교수님 행복해 하시는 모습에서 함께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노을 | 작성시간 11.05.09 이곳에남은 저희들은 벌써 보고싶어요. 서울이 빈것 같고요. 움직이는 발걸음은 하느님의 은총을 실어 나르고 노래가아니라 영가를 통해서 하느님께 한걸음 다가갈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더욱 건강 하시고. 그곳 사람들이 교수님을 통해 하느님 자녀임을 느끼며 행복하기를 기도 드릴께요.
  • 작성자Lucy714 | 작성시간 11.05.09 한달이 훌쩍 가버렸네요..^*~ 꽉 짜여진 일정에 ..^^ 카페에서.. 피정에서 .. 한 발치 넘어 뵈오여 짝사랑의 한달이..*^^*
    벌써 후랑크 푸르트에 도착하여 아들과..가족들 만남의 기쁜시간 갖이니~~~ 감사로 벅찬 마음..!!
    주님의 힘찬 도구 되시기를 ...^^ 좁은 문의 천사..!!! 샬롬,~~~ ^*^
  •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5.09 루시아 자매님, 죄송해요.짝사랑하시게 만들어서요.자매님이 사주시는 생선 매운탕을 꼭 먹고 싶었데....
    10월로 미루어야겠어요. 그러나 자매님이 주신 쑥개떡은 엄청 맛있었어요.카페에서 자주 뵈어요.
    감사하며 사랑합니다.
  • 작성자노랑나비 | 작성시간 11.05.10 사랑하는 그분과 함께 편히 잘 도착 했다니 고맙습니다 엄마 오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그려 집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주님의 사도의 모습으로 증거하는 삶에 감동의 물결 입니다 은총이 가득 하시기를 기도 합니다 건강 하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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