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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아들과 나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1.05.18|조회수130 목록 댓글 10

지난 1월, 아들 다니엘의 생일을 독일 베를린에서 함께 보내고 헤어진 후,

4개월이 지난 5월에 다시 만나는 기쁨이 컸다. 16살 때부터 엄마와 떨어져 살아야했던

아들에게 대한 미안한 마음은 아직도 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

내가 대학에서 가르치다보니 방학이 되어야만 만날 수가 있었는데, 이제 정년퇴임을 한 나는

시간적인 자유가 있어 기회가 닿는 대로 아들과 함께하려한다. 나뿐만이 아니라 아들 자신도

그것을 원하고 있다. 우리가 함께 하지 못한 세월을 보상받으려함인가?

 

자신이 작곡한 음악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가며 독일에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 아들이

2주동안 시간을 내서 엄마를 따라 말라위 카롱가로 오겠다는 결정을 한 것은 지난 1월이었다.

처음에는 3월이면 시간을 낼 수 있겠다고 했는데 연주 스케쥴 때문에 방문이 취소되어 나는 조금은 실망을 했었다. 이 먼 곳까지 정말 와주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드니 어찌나 외롭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역시 아들은 약속을 지켰다. 아들은 지금 나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말라위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비행기 뒷좌석에 자리 4개가 나란히 비어있어 우리모자는 번갈아가며 누워서 올 수 있는 행운을 가졌다.

27살의 키가 큰 청년이 누우면 다리를 뻗지 못하고 자야한다. 나는 그것이 안쓰러워 내 무릎 위에 아들의

다리를 뻗게 해주고는 잠자는 아들을 바라보니 불현듯 3살짜리 아들을 비행기에서 재워주던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독일 뮌헨에서 살던 시절, 우리는 다니엘에게 아프리카의 동물들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케냐로 사파리 여행을 떠났던 적이 있었다. 그것이 첫 번째 아프리카 여행이었다.

24년이란 긴 세월을 흘러 보낸 후, 아들은 다시 아프리카의 땅을 밟게 된다.

나도 아들도 그때는 알 수 없었다. 우리가 다시 한 번 함께 아프리카로 오게 될 것임을.....

 

그 당시 다니엘 아빠와 나는 인간의 사랑과 행복이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마흔 살의 나이에 아들을 낳고 이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하지 않았던가!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를 받은 다니엘은 사람을 깊이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토록 믿었던 부모들로부터 받은 배신감이 아들의 마음속에 그림자를 남겨준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을 놓고 하느님께 기도했다. 우리들의 모든 것을 아시는 하느님만이 우리들의

진정한 치유자이기 때문이다. 아들은 한국에서 힘든 사춘기를 보내고 16살에 독일로 떠나갔다.

그 후부터 우리 모자는 방학을 이용해 나는 독일로, 아들은 한국으로 오가며 10년이란 세월을 보냈다.

나의 기도는 응답되어 아들은 이제 밝은 청년으로 잘 자라줬고 자신이 작곡한 음악으로

이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꿈을 갖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엄마가 집을 팔아 아프리카로 가겠다고 했을 때, 아들은 내게 이렇게 말해줬다.

“ 엄마 축하드려요. 그것이 엄마가 영적으로 가야 할 다음 단계임이 틀림없어요.”

아들은 자신에게 돌아갈 몫이 작아졌는데도 여전히 감사하며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한다.

나는 아들과 함께 하느님에 대해서, 음악에 대해서, 사람들에 대해서, 심지어는 맛있는

음식 만드는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는 축복을 주셨음에 감사드린다.

 

릴롱궤에서 7시간 자동차를 타고 카롱가까지 오는 길에 한잠도 자지 않고 창밖을 내다보며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하는가 하면, 음악부 아이들과 함께 재즈 워크샵을 하면서 큰 인내심과

열정을 갖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는 나는 아들이 몹시 대견했다.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한국 음식을 먹어가면서 선한 사람들과 만나는 기쁨이 크다고 했다.

아마도 이번 여행을 통해 아들의 마음도 이미 아프리카에 빼앗긴 것이 틀림없다.

부디 자주 이 엄마를 방문해주고 배움에 목말라 하는 이곳 젊은이들에게 지식은 물론,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메신저가 되어주도록 나는 끊임없이 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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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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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5.21 노랑나비 친구여! 고마워요. 나의 기쁨에 함께해주니 기쁨이 두배가 됬네요. 정말 요즘 많이 행복해요.
    좋은 협력자가 나타나서 나를 도와주니 학생들도 신이 났어요. 하느님의 은총이기에 감사,감사하지요.
    내일은 다니엘과 학생들이 함께 연주하는 재즈 콘서트가 열려요. 기도해줘요. 사랑합니다!
  • 작성자펠라 | 작성시간 11.05.20 다니엘같은 아들을 가진 엄마는 얼마나 행복할지...
    또 선생님 같은 엄마를 가진 아들은 얼마나 행복할지...
    두사람이 너무나도 부럽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5.21 사랑하는 펠라님, 우리들의 행복에 함께 기뻐해주니 고마워요. 모든 자녀들은 부모님들의 행복이에요.
    부모와 자녀가 가장 가까운 관계인데 대화를 할 수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일이겠어요. 우리 모자가 음악을
    하느님으로부터 선물받았으니 우리는 음악을 통해 하느님께 영광을 드려야 마땅하지 않겠어요?
    그래요, 특별한 축복을 받았지요. 그래서 더욱 감사하며 하느님께로 나아가려고 해요.
  • 작성자율리엣다 | 작성시간 11.05.30 제가 언젠가 조선일보에서 교수님의 이야기를 읽고 감동을 받았지요 은퇴후에 지금까지 살아온 감사를 아프리카에 다 쏟겠다고 저물어가는 붉은 빛 노을처럼 당신의남은 몫을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쏟고자하는 마음 아드님 다니엘도 그 엄마의 마음을 먼저 읽을줄아는 의엿한 청년이 되어 엄마에게 나타났으니 얼마나 기쁘시고 대견스러우십니까? 여러가지 제 개인적인 일로 방문을 미루었는데 반가운 가족 이야기를 풀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엄마의음악성을 그대로 닮은 다니엘과 교수님께 주님의 은혜로움이 늘 함께 하시길 그리고 건강하십시오 우선 인사말에 가름합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5.31 율리엣다님, 반가워요. 카페에 찾아주시고 정다운 답글로 힘을 보태주시니 감사합니다. 이제는 아들이 좋은 협력자로 찾아주니 정말 마음 든든 하군요.함께 기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자주 카페에 들리셔서 멀리서 전하는 저의 소식과 사진들도 보시면서 아프리카 사랑에 동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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