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천사들에게
오늘은 천사들의 방에 불이 꺼져있음을 보니 이제는 내가 너희들에게 글을 쓸
차례가 온 것임을 알아차리고 나의 마음을 전하려고 한다.
2주전 오늘은 우리가 워크샵을 시작했던 날인 것은 기억하고 있는지?
시차적응도 안된 피곤한 몸들이었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루수빌로를 향해 떠났던
너희들의 표정이 눈에 선하구나. 비포장 도로를 흔들거리며 달리는 자동차 속에서
우리는 요요마가 연주하는 영화 미션 주제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흥분했었지.
요즘 내가 날마다 혼자 달리는 그 길에서도 그 음악을 들으면 너희들 생각이 나는구나.
기다리던 뮤직센터의 학생들이 너희들을 만나서 기뻐하던 모습, 말라위의 선하고 친절한
젊은이들은 너희들을 마치 오랜 친구인양 끌어안으면서 맞아주었지.
너희들이 가져다 준 악기들을 보면서 입이 닫힐 줄 몰랐던 나의 아이들에게 악기들을 나누어주고 행진을 시켰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지? 그날은 정말 행복이 별처럼 쏟아지던 날이었다. 북치고 나팔 불며 춤추던 너희들과
말라위의 젊은이들의 행진은,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하나임을 알게 되는 축복의 순간들이었음을
오래도록 기억하길 바란다.우리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모든 체험들이 희미해져가고 초심을 잃게 되는
것이니 부디 가슴에 깊이깊이 새겨 두면서 너희들의 삶이 너희를 지치게 만들 때,
그런 추억으로 하여금 너희들의 영과 육이 회복되어지길 바란다.
음악을 향한 열정은 뜨거우나 기본적인 음악지식이 결핍되어있는 말라위 학생들 때문에
진땀을 흘리며 가르쳐야했던 너희들의 사랑과 인내심을 나는 감사히 생각한단다.
그래도 그중에 특별한 재주를 갖고 있는 길버트나 필립을 보면서 환호했던 너희들!
재주보다는 끈기로 트럼펫을 불게 된 에드워드는 이제 자신만만한 뮤지션이 되었단다.
드럼을 처음 배운 경찰 아저씨 마이클은 일생에 처음 갖는 자신감이라면서 앞으로 말라위
경찰밴드에 밴드 매스터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어. 뉴톤은 자신은 색소폰은 아닌것 같고
드럼과 키보드에만 집중하겠다며 자신의 길을 확실히 알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됬다고 하더구나.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인 헤이스팅스는 무주주에서 수능시험을 잘 봤다고 기뻐하며,
의사가 되면 약이 아닌, 드럼과 춤을 통해서 환자들에게 기쁨으로 치료하겠다는 의지도 갖고 있어.
왜 그가 나를 만나야했었는지 그 의미를 알게 된단다. 매튜는 내게 호되게 야단을 맞은 후,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서 기쁘구나. 메모리와 엘라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직 모르고 있던 아이들인데, 어제부터 첫 레슨을 시작했어.
그동안 스타로 군림하던 레베카가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음감과 음질이 월등해서 나를 흥분시키고 있단다.
너희들이 알다시피 “예술의 길”은 아름답지만, 잔인할 정도로 모든 것이 드러나는 아주 정당한 게임이 아니더냐?
하느님으로부터 더 많이 받은 자가 가장 많은 노력을 할 때 이루어지는 “위대한 것”, 그것을 이루기위해서는
지성과 감성, 영성이 모두 필요 하다고 내가 말했던 것을 기억하는지?
나는 너희들이 이 “위대함”을 향해 자신들을 불사르길 바라고 있어.
나의 사랑 하는 천사들아, 너희들이 마음이 메마르고 답답할 때는 말라위 호수를 기억하라!
호수가 아닌 바닷가에서 춤추며 놀던 너희들의 모습을 나는 기억하고 있어. 오직 젊음만이
그런 힘을 뿜어낼 수 있겠지. 모래사장에서 벌렸던 축구시합, 지치지 않던 말라위 청년들과
체력이 달려 헉헉대던 너희들! 위대한 예술가들도 체력을 키워야함을 잊지 말기를!!!
몸과 마음이 뜨거워진 우리는 모두 물속으로 뛰어들었지. 그때는 호수 속에서 병을 얻을 수
있다는 염려 따위는 안전에도 없었구나. 그 기쁨의 열기가 모든 균을 죽였을 것이 분명해.
시원히 불어오는 바람결에 먹었던 생선튀김 “참보”와 내가 “참보”로 끓여준 매운탕을 기억하는지?
12일 동안 너희들과 함께하면서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것임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구나.
너희들의 그 행복해하는 모습 보면서 더 맛있는 것을 해주고 싶던 나는 너희들의 엄마 마음이었단다.
내가 너희들을 엄마처럼 돌보겠다고 약속했잖니?
너희들의 명단이 결정되어 학교 측에서 내게 명단을 보내오던 날부터 나는 너희들을 가슴에 품었지.
그리고 너희들을 만날 생각에 얼마나 가슴 설레는 날들을 보냈는지 모른다.
모든 것을 준비하면서 얼마나 큰 기쁨을 느꼈는지 몰라, 이 먼 곳까지 와서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주신 것은
물론 하느님이시지만, 너희들의 자유의지 없이 강요하시는 분은 아니시거든. 그래서 너희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단다. 너희들이 많은 것을 준비해 와줘서 이곳에서 정말 요긴하게 잘 쓸 수가 있어.
헌옷들을 교회에서 모아주신 어머님께도 감사인사를 드려주고, 너희들이 가져온 학용품들과 악보들도 때에
맟춰가며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거야. 한꺼번에 다 주면 알다시피 더 많은 것을 바라는 이곳 사람들의 근성
때문에 내가 일하기가 힘들어지거든, 아, 그리고 질투심에 불탔던 가스펠과 학생들은 그동안 모두 화해가
되어 분위기가 아주 좋아졌어. 가스펠이 내게 꾸어간 돈도 제날에 갚았고 앞으로 새로 건축하는 뮤직센터에도
열성을 보이고 있어서 소니 노트북을 선물로 줬더니 정말 기뻐하더라.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스스로
선포해가면서.... 그가 쓰던 작은 노트북을 직원 데니스에게 주라고 했더니 선뜻 결정을 못하면서 생각해
보겠다 하더구나, 자신은 거저받았는데, 자신의 것은 거저주지 못하는 게 보통사람들의 삶의 패턴이어서
좀 안타깝단다.
우리가 누렸던 아름다운 순간들, 특히 그 찬란한 별들이 쏟아지던 밤을 너희는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너희들의 삶속에서 별 볼이 없는 듯 할 때는 그 추억을 꺼내어
너희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여라! 아름답게 노을 지던 우리들의 산책길도 기억하면서
늘 자연과 가깝게 지내기를 바란다. 끝으로 이 모든 것을 우리들에게 축복으로 내려주신
하느님께 뜨거운 감사와 찬양을 드린다. 우리의 자랑인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을 보내주신 박종원 총장님, 교수님들과 관계자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 너희들을 두려움 없이 아프리카로 보내주신 부모님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이제 나는 혼자 이곳에 남았지만 내게는 2명의 딸들과 5명의 아들들이 나를 위해서
기도해주고 성원해주고 있어 결코 혼자가아님을 알게 되니 힘이 되고 행복하구나.
나는 이 말라위 젊은이들이 나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 되며 보다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나의 남은 시간과 물질과 재능을 다 소진한 후에 나의
삶을 마감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란다.
사랑하는 나의 천사들아, 너희들의 삶 속에서 부디 천사의 옷을 벗지 말아다오 !!!!!!!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노랑나비 작성시간 11.08.06 정열적인 시간을 나누고 오신 7 천사들이여....이렇게 못하시는것이 없는 좋은 엄마를 어디서 만나겠어요!!!!여러분이 그 먼곳에 가서 사랑의 마음으로 그들에게 봉사하심 때문겠지요...영육간의 감동의 선물 ...간직 하시어 보람 있는 삶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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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안드레아 작성시간 11.08.06 말라위를 떠나 한국에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그리워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줄어들지 않는 저를 보니 그곳에서 받은 선생님과 뮤직센터 친구들의 사랑이 매우 컸다는 것을 새삼 느껴요~ 선생님의 사랑담긴 편지, 감사합니다
선생님 사랑해요~~~ -
작성자오스칼 작성시간 11.08.07 선생님 편지를 읽으니 다시 말라위에서의 1분 1초가 생각나네요. 모두 고이고이 손에 담아 보고싶은 추억이에요. 뮤직센터 친구들 모두 자신의 삶을 힘차게 내딛고 있는 소식을 들으니 정말 기뻐요. 저도 다음에 더 많은 것을 나눌 수 있기 위해, 지금 아쉬움은 다독이고, 더 열심히 배우고 연습하겠습니다.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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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펠라 작성시간 11.08.12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하느님의 사랑으로 묶어진 우리들..
언젠간 다시 만날날을 고대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화이팅!! ^^ -
작성자호들 작성시간 11.08.20 말라위에서의 생활이 하나하나 새록새록 생각나면서 다시 마음이 따뜻해지고 벅차오릅니다.
모든것이 너무나도 그립습니다.
까만하늘에서 쏟아부어져내리는 엄청난 별들과
산책로의 넓고 따스한 아름다운풍경 그리고 에메랄드빛속으로 빨려들어갈것같던 말라위호수....
선생님... 너무너무 보고싶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항상 릴롱궤의 날씨와 시간을 보고있어요 히히 ^-^
지금은 8/19(금) 18:22 입니다.
오늘의 날씨입니다. 최고기온 25도 최저기온 8도 현재 16도로 아주 선선하고 화창한 날씨입니다)
선생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