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 새벽.
<움집터 전시관> 앞을 지나 동문 터를 거쳐 북문 쪽으로 토성길을 오르던 나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어제만 해도 없었는데,
거짓말처럼 우리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목책이 저 아래 우뚝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 ! ! ! "
시사편찬위원회 앞 쪽, 그러니까 동쪽 목책의 재설치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더구나 목책의 끝인 마구리도 우리들이 그토록 원했던 ' 빗깎기' 로 깎여나가 기쁨이 몇 배 더 컸습니다.
날마다 지나다니는 길인데,
며칠 전에 빗깎기로 깍인 나무 기둥 몇 개가 세워져 있길레 혹시나 희망을 품었지만 설마 이렇게 도깨비 방망이 두드려
만든듯, 하룻밤 사이에 반듯한 모습으로 나타나 나를 맞이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더구나 네 번째로 내건 현수막에 적힌 공사 기간이 7월 31일로 되어 있어 아직 기한이 많이 남아 나의 충격(?)이 그만큼 더 큰가 싶었습니다.
작년 11월 초 목책 재설치 공사를 알리는 첫 번째 현수막이 걸렸을 때 적혀 있는 공사 기한은 12월 17일,
그리고 올 1월초 두 번째 내건 현수막에 적힌 공사 기한은 2월 29일,
공사는 감감 무소식인데, 세 번째 다시 내건 현수막에 적힌 공사 기한은 5월 31일.
<한성백제박물관>이 문을 연 지도 한달이 넘었고,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 이곳 목책 앞을 지나가는데 목책 세울 구덩이만 흉하게 파여 있어,
그 앞에 쌓아 놓은 나무 기둥들은 비닐에 덮여 있는데, 고구려 군에게 패한 백제군들의 시신 같아 가슴이 아팠고,
네 번째 내건 현수막에 적힌 공사 기한은 7월 31일,
작년 공사 시작을 알린 때로부터 226일이 지났다는 자세한 계산까지 현수막에 적혀 있어 쓴웃음을 지었고^^^ ,
그러고도 또 며칠이 지나 몇 번이나 품었던 기대는 재처럼 사그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습니다.
- 차라리 문화재청에 민원을 내지 않았는게 좋지 않았을까 ? 그러면 수평깎기라도 해서 작년에 세웠을 텐데. "
작년 11월초 첫 번째 현수막이 걸렸을 때 수평으로 깎은 목책기둥을 몇 개 세워놨길레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
현장소장과 몇 차례 전화 통화를 하여 빗깎기에 대한 공감을 얻어냈고,
주무 부서인 송파구청 문화체육과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건의도 했고,
결국 소관 부처인 문화재청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신청하여 목책의 끝면인 마구리를 '빗깎기'로 하자는 내용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를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처음에 새로 세웠던 수평깎기 목책 기둥 옆에 빗깎기를 한 기둥이 몇 개 새로 세워져 기대가 컸었는데,
그 후 무슨 사정이 있는지 공사는 중단된 채 해를 넘기고, 슬며시 빗깎기 기둥도 뽑혀지고, 한참 깜깜 무소식이었습니다.
더이상 기다리면 안 되겠다 싶어 지난 6월 14일 다시 <국민신문고>에 민원 신청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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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청번호 : 1AA-1206-054754 2012.6.14 < 작년 말 몽촌토성의 목책 재보수 공사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여 긍정적인 회신을 받았습니다. (2011년 12.16 .2AA- 1112-066468) . 목책의 마구리 모양을 수평깎기보다 빗깎기로 하자는 민원을 제기한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자재는 쌓인 채로 있고, 공사 기미는 보이지 않아 실망이 큽니다. 그 동안 공사 기간을 연장한다는 현수막이 세 번이나 바뀌었고, 4월말 <한성백제박물관>도 개관하여 전국 각지에서 많은 방문객이 찾아오는데 목책 재보수가 지연되어 불만과 비판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적군을 방어하는 목책의 용도를 감안할 때 빗깎기가 당연한 결론인데, 왜 이리 지연되는지 문화재청의 신속한 조치를 기대합니다. 한성백제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민원을 받아 주십시오. ==> |
민원을 신청한 지 4일만에 답변을 받았습니다.
* 처리결과(답변내용) 답변일2012.06.18. * 처리기관 : 문화재청 문화재보존국 보존정책과 담당자 김00 (042-481-4987) 접수번호2AA-1206-121166 < = 안녕하십니까.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 감사드립니다. ㅇ 몽촌토성 목책 설치공사는 현재 송파구청에서 마구리 모양(수평깎기, 빗깍기) 등 사업 전반에 관하여 수시로 관계 전문가 자문을 받아 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송파구청은 관계전문가 자문회의에서 추가 보완사항이 없는 경우에는 6~7월 중에 사업을 완료할 계획으로 사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ㅇ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귀하의 깊은 관심과 애정에 대하여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기타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문화재청 보존정책과 김00(ginkgo7@korea.kr)에게 연락주시면 성실히 답변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친절한' 답변을 받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공사를 이렇게 신속하게 재개하다니, 오히려 내가 얼떨떨합니다.
어쩌면 담당자가 내 민원의 글 밑바닥에 깔린 '분노'를 알아 차린 건 아닐까, 지금은 그 분이 오히려 고맙습니다.
마침 작업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 보여 다가가 인사를 나눴습니다.
어제는 네 사람이 작업을 했는데, 오늘은 토요일이라 두 사람만 작업을 한다고 했습니다.
목책에 들어가는 나무는 낙엽송과 참나무, '낙송'이 참나무보다 오래 간다며,
10년 동안은 썩지 않는데 방부 처리를 하면 더 오래 보전할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그 분도 목책의 마구리가 수평깎기보다 빗깎기가 상식에 맞는다며, 지시 받은 빗깎기의 그림을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공사는 이곳 동쪽 목책만 지시 받았으며, 북쪽 목책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해서 조금 미심쩍었습니다.
시작이 반이니 북쪽도 곧 계속하겠지,
그 동안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짐을 벗어 놓은 듯, 큰 숙제 하나 다 마친 듯,
토요일 아침 토성길을 다시 걷는 내 발걸음이 몽촌토성을 지키는 백제군사처럼 무척 가볍습니다.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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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하늘사랑- 작성시간 12.07.05 그동안 지켜본 실무자로서 또 송파구청을 지원한 담당자로서 목책보수공사에 대해 정확한 내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공사의 시행청은 송파구청 문화재팀이고 지연된 사유는 자연스럽지 않은 수입목재 때문이었습니다.
최초 목책을 복원하였던 모교수님의 말씀으로 인하여 굴곡지고 자연스러운 나무로
특히 우리나라에 자라는 참나무 목재로 목책을 설치하라는 자문결과에 따라
그런 목재를 구할 수 없어 여러차례 공사연기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경기도 강원도 일대 도토리나무류를 벌채하는 곳을 전부 조사하여 겨우 나무를 구해서 이번에 공사를 완료하게 된
것입니다. -
작성자-하늘사랑- 작성시간 12.07.05 참나무 3.5m 이상되는 것을 구하기는 그리 쉽지 않아 이렇게 지연된 것입니다.
또한 샘플시공된 것은 문화재전문가인 모교수님에게 공사방법과 목재의 간격, 결속방법 등을 검토받기 위하여
시범 제작한 것이었으며, 처음에 되어 있던 모습이 오히려 전문가의 의견대로 했던 부분이고 지금의 빗깍기는
과정에 사각으로 도끼로 따는 것보다 현재 시공된 것처럼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나서 지금처럼
시공된 것이지 민원에 의하여 그리 된 것이 아닙니다. -
작성자-하늘사랑- 작성시간 12.07.10 손모교수님도 자연스러운 참나무로 목책을 복원하라고 자문은 해 놓았는데
본인도 직접 후배나 제자 등을 통해 확인해 보니 전국 어디서도 참나무를 구할 수가 없으니
난감했었지요. 그래서 송파구청 엄계장과 제가 절충안을 건의한 것도 참나무를 구하는 데까지
구해보고 없으면 소나무로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도 승인해 주기까지 했었습니다.
그러다 하남시 지역에 벌채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특별히 지자체를 통해 협조를 요청하고
벌채허가가 날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금년 5월에 허가가 나서 그렇게 지연된 것입니다.
지난번에 갖다놓은 목재와 섞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목책을 복원한 것입니다. 참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
작성자이운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8.08 목책 보수공사의 실무자이신 하늘사랑님. 먼저 고맙고 수고 많이 하신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또, 이 댓글 너무 늦게 올려 미안하다는 사과도 드립니다. 님이 쓴 이 글 오늘에서야 내 눈에 띄었으니 나도 참 이상하군요. 목책 설치에서 문제가 된 요점은 '빗깎기"에 있었습니다. 몽촌토성의 목책을 해설하는 분들이나 듣는 분들이나 항상 문제 삼믄 점은 목책의 주목적인 방어용에 어긋나는 <수평깎기>였습니다. 아차산성+한강+해자+목책의 4중 요소는 몽촌토성을 지키기 위한 백제의 수단이었는데 수평깎기는 빗깎이보다 설득력이 한참 떨어지는 모양새라서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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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운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8.08 그런데 목책의 모양새보다 재료가 더 중요해서 시공기간이 길어졌다는 하늘사랑님의 글을 보니 "주객전도"가 아닌가, 주제를 벗어난 동문서답같아 실망입니다. 목책 앞에서 해설하는 분이나 듣는 분이나 관심이 가는 것은 적군의 침입을 막는 방법이지, 참나무냐 소나무냐가 아닙니다. 만약 이번 공사도 수평깎기로 했다면 계속해서 불만이 나오고 민원이 제기되었을 것입니다. 곁들여 북서쪽의 목책 보수공사도 곧 시작해 주시기를 바라며, 하늘사랑님처럼 몽촌사랑의 한 사람인 저의 결례를 관용해 주시고,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