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산책】]제 9화 고음론苦吟論 /정민 作

작성자고무신|작성시간16.05.30|조회수390 목록 댓글 1

제 9화 고음론苦吟論 /정민 作

 

작시作詩, 즐거운 괴로움 ※ 예술의 광기는 늙음이 오는 것도 모른다.

  고려 김황원金黃元(1045~1117)은 부벽루의 많은 제영題詠이 맘에 들지 않는다 하여 모두 떼어 불태우고

온종일 난간에 기대어 끙끙대다가 마침내 다음 두 구절을 얻었다

   긴 성곽 한 면에는 넘실넘실 강물이요          長城一面洛洛水(장성일면낙낙수)

   넓은 벌 동편 머리 점점이 산일레라             大野東頭點點山(대야동두점점산)

하지만 여기서 더 이상 짓지 못해 통곡하며 돌아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고려 때 강일용康日用은 백로로 시를 지으려고 100일이나 천수사 남쪽 시내에서 관찰하다가

   푸른 산 허리를 날며 가르네     飛割碧山腰(비할벽산요) 라고 짓고 누군가 뒤를 이을 사람이 있을거라 햇는데

뒤에 이인로가  구 앞에 "교목의 꼭대기에 둥지를 틀고    占巢喬木頂(점소교목정) 이라고 완성했다 한다.

 *-〈희제戱題〉권필

   시는 고민 걷어가 때로 붓을 잡았고          詩能遺悶時拈筆(시능유민시념필)

   술은 가슴 적셔줘 자주 잔을 들었다          酒爲澆胸屢擧觥(주위요흉루거굉)

 

눈을 상처 내고 가슴을 찌르듯

  한유는〈정요선생묘지명貞曜先生墓誌銘〉에서 맹교의 시를 두고 "시를 지을 때는눈을 상처 내고 가슴을 

찌르듯 하였다   及其爲詩, 劌目鋪心(급기위시, 귀목포심) 고 했다 그의 시는

   밤새 읊어 새벽까지 쉬지 않으니             夜吟曉不休(야음효불휴)

   괴로이 읊음 귀신조차 근심하리라           苦吟鬼神愁(고음귀신수)

   어이해 한가로이 있지 못하나                如何不自閑(여하부자한)

   마음이 몸과는 원수 되었네                  心與身爲仇(심여신위구)

다음은 가도를 찬양한 한유의 시다

   맹교가 죽어서 북망산에 묻힌 뒤            孟妨死葬北邙山(맹방사장북망산)

   해와 달 바람 구름 문득 한가해졌네        日月風雲頓覺閑(일월풍운돈각한)

   문장이 끊어질까 하늘이 염려하여          天慾文章渾斷絶(천욕문장혼단절)

   가도를 다시 내어 인간에 있게 했지        再生賈島在人間(재생가도재인간)

 

가슴 속에 서리가 든 듯※作詩는 차라리 가슴 속에 찬 가을 서리를 품은 듯 하다 -두목

 *-두보

   위인의 성벽이 가구를 탐닉하여           爲人性僻耽佳句(위인성벽탐가구)

   놀래키는 말 아니면 죽어도 그치잖네     語不驚人死不休(어불경인사불휴)

 *-노연양盧延讓

   한 글자를 알맞게 읊조리려고             吟安一個字(음안일개자)

   수염을 몇 개나 비벼 끊었나               撚斷幾莖髭(연단기경자)

 *-고문위顧文煒

   한 글자의 온당함을 구하느라고          爲求一字穏(위구일자은)

   긴긴 밤 추위를 참아 견뎠네              耐得半宵寒(내득반소한)

 *-유소우劉昭禹

   구절마다 깊은 밤에 얻은 것이니         句句夜深得(구구야심득)

   마음은 하늘 밖서 돌아온다오             心從天外歸(심종천외귀)

 *-황중칙黃仲則

   강개한 기운 부족함이 스스로 안타까워    自憐詩少幽燕氣(자련시소유연기)

   얼어붙은 하늘 향해 일부러 말 달렸네      故向氷天躍馬行(고향빙천약마행)

※ 위의 詩들은 작시作詩가 얼마나 어려운가 를 나타내는 시인들의 마음을 적은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안타까움. 기양(쓰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표현 욕구)

 *-〈시벽詩癖〉매요신

   인간의 시벽이 돈 욕심보다 더하니           人間詩癖勝錢癖(인간시벽승전벽)

   애 졸이며 시구 찾다 몇 봄을 보냈던고       搜素肝脾過幾春(수소간비과기춘)

   주머니 빔 상관 않아 가난은 변함없고        囊橐無嫌貧似舊(낭탁무혐빈사구)

   시 읊어 새 시구 많은 것만 기뻐했네          風騷有喜句多新(풍소유희구다신)

   괴롭게 층층 하늘 만져보려 했을 뿐           但將苦意摩層宙(단장고의마층주)

   곤궁 속에 저승 갈 일 따지지도 않았네          莫計終窮涉暮津(막계종궁섭모진)

 *-〈시벽詩癖〉이규보   ※시인들은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떠날 수 없게 만드는 마물을 시마(詩魔)라고 불렀다 

   나이 이미 칠십을지나 보냈고                  年巳涉縱心(년사섭종심)  

   지위 또한 삼공에 올라 보았네                  位亦登台司(위역등태사)

   시 짓는 일 이제는 놓을만 한데                 始可放雕篆(시가방조전)           

   어찌해 그만두지 못하는 건지                   朝爲不能辭(조위불능사)

   아침부터 귀뚜라미처럼 읊조려대고            朝吟類蜻蛚(조음류청렬)

   저녁에도 올빼미인 양 노래 부른다            暮嘯如鳶䲭(모소여연시)

   어찌해볼 수 없는 시마란 놈이                 無奈有魔者(무내유마자)

   아침 저녁 남몰래 따라와서는                  夙夜潛相隨(숙야잠상수)

   한번 붙어 잠시도 안 놓아줘서                 一着不暫捨(일착불잠사) 

   나를 이 지경에 이르게 했네                   使我到於斯(사아도어사)

   날이면 날마다 삼간 도려내                    日日剝心肝(일일박심간)

   몇 편의 시를 쥐어짠다네                       汁出幾編詩(즙출기편시)

   내 몸의 기름기와 진액일랑은                  滋膏與脂液(자고여지액)  

   살에는 조금도 안 남았다네                    不復留膺肌(불복류응기)

   뼈만 남아 괴롭게 읊조리나니                  骨立苦吟哦(골립고음아)   

   이 모습 정말로 웃을 만하다                    此狀良可嗤(차장양가치)

   그렇다고 놀랄만한 시를 지어서               亦無驚人語(역무경인어)

   천 년 뒤에 남길 만한 것도 없다네            足爲千載胎(족위천재태)

   손바닥을 비비며 크게 웃다가                  撫掌自大笑(무장자대소)    

   웃음을 그치고는 다시 읊는다                  笑罷復吟之(소파복음지)

   살고 죽음 반드시 이 때문이라                 生死必由是(생사필유시) 

   이 병은 의원도 못 고치리라                    此病醫難醫(차병의난의)

 *-〈시벽詩癖〉김득신金得臣(1604~1684)

   위인의 성벽이 시 짓기를 좋아하여            爲人性癖最耽詩(위인심벽최탐시)

   시 지어 읊을 제면 글자 놓기 망설이네       詩到吟時下字疑(시도음시하자의)

   끝내 의심 없어야만 비로소 통쾌하니         終至不疑方快意(종지불의방쾌의)

   일생의 이 괴로움 알아줄 이 그 누구랴       一生辛苦有誰知(일생신고유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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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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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小谷 | 작성시간 16.05.31 한 글자를 알맞게 읊조리려고
    수염을 몇 개나 비벼끊었나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한시의 묘미, 한시의 맛
    깎고 맞추고 끼우는 고뇌
    그새 수염은 또 얼마나 자랐을꼬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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