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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네마 & 컬처

[문학]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한 편의 시................풍경의 꿈(장석)

작성자가을아침|작성시간15.01.26|조회수363 목록 댓글 6

80년 초 서울의 봄이 4월로 접어들 때, 폭도의 시간으로 빠져들 때
쫒기며 읽은 이 시는 내 가슴 깊은 곳에 묻혀 있다. 이 시를 쓴 장석은 사라졌다.

그가 아직 이승에 육고를 두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 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이 한 편의 시로
나는 우주의 심연 속에 닿아 있던 한 시인을 기억하고 지금도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 풍경의 꿈(장석)

 

 

나는 한낮의 성숙한 하늘에 부조(浮調)되는 장엄한 무늬를
보았다. 나의 것인 뜨거운 꿈 하나가
그 근처에 벌써 앉아 있었다.
구름의 흰 살에 일어나는 물결들.

나는 원했다. 삶의 한 순간의 質인
강렬한 빛의 혼례를 설레이는
분만의 풍경을.
끝없이 겹쳐오는 모든 계절들의 힘을.

더럽혀진 풀의 형상으로
대지의 낮은 중심에서 새들이
눈뜨고 있었다. 빛 한가운데로
소리의 騎士가 말달리며 지나갔다.

바람이 불어온다. 흩어져라. 단단한
풀씨들이여. 사랑의 熱들이여.
날아올라라. 한없이 힘센 세력이여. 흰 욕망들이여.

나는 부풀어갔다. 장엄한 문양(紋樣)과 내 꿈이
숨쉬는 따뜻한 열이 나를 上昇시켰다.
풀이 일어선다. 녹색의 무리들,
삶을 환히
밝혀주는 불붙는 표피여.

나는 부끄러워 눈물 흘렸다. 내 꿈은
나에게 입맞추어 주었다. 

 

 

.................................................................. 시에 대한 가을아침의 어줍잖은 생각 하나

 

시인은 꿈꾼다.

그는 하늘을 가르고 시공을 가르고 세계의 깊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그의 몸과 함께 떠도는 풍경을 바라본다.
시시각각 형상을 변화시키는 구름처럼 풍경은 자유롭고
그 자유로움 속에서 새들이 날아가고 바람이 분다.
세력과 사랑과 욕망이 피었다가 스러진다.
소리의 기사가 빠르게 시간을 몰고 간다.
그 흔들림 속 우주는 미세한 틈을 벌려 저의 나신을 드러낸다.
시인은 나신의 은밀한 곳, 세계의 가장 깊은 곳에서
그의 자아와 우주의 모든 만물이 서로 조우하는
기쁨을 느낀다. 새와 구름·풀·빛·풍경, 우주 만물이
서로 하나가 되는 것을 느낀다. 시인은
기쁨을 가누지 못하여 부끄러움의 눈물을 흘린다.
내 꿈이 나에게 입맞추어 주었다고 환희의 노래를 부른다.
아아 아름다워라. 시는 이렇게 명징하게
우주를 바라볼 수 있구나. 존재를 드러낼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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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가을아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1.26 아~ 그러시군요.
    음악카페에서 시를 좋아하는 분을 만나니 엄청 기쁘네요.
    답글 읽으면서 시를 읽는 왈츠님의 마음 느꼈습니다.
    고맙습니다,
  • 작성자호진이 | 작성시간 15.02.09 아름다운 시
    장석은 분명 피끓는 영혼이었겠지요.
    잠시 먹먹한 가슴을 진정하며 다시 한 번 이 시를 쓴 장석과 가을아침님의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답댓글 작성자가을아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2.21 음~ 그렇죠 ?
    오늘처럼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면, 시 한 편 남기고 사라져버린
    그 양반과 쐬~주 한 잔 하고 싶어집니다.......
  • 작성자하늘나리 | 작성시간 15.02.20 시낭송을 좋아하다보니 시를 자주 읽게 됩니다.
    처음 만나는 시. 시간를 두고 잘 읽어 보겠습니다.
    가슴 뜨거운 젊은 영혼의 시네요.
  • 답댓글 작성자가을아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2.21 어~ 하늘나리님.... 그럴줄 알았어요.
    왠지 하늘나리님 분위기가 시를 좋아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음악카페에서 시를 좋아하는 분을 만나니 참 좋네요.
    음악을 들으며 시를 낭송하는..... 흠, 안될게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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