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 새벽 5시 50분경. 아직 어두컴컴한 시간 순식간에 경비용역들이 가게주변을 겹겹이 둘러쌉니다. 그래서 속속히 찾아오는 연대인들과 회원들의 접근을 차단합니다. 이 날 얼추 백 명에 가까운 용역들이 왔고,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이하, 맘상모)와 지역 사회 단체들, 정당, 뜻을 함께하는 연대인들이 새벽부터 낮 1시까지 장장 7시간 가량 대치를 하면서 서촌의 오래되고 작은 가게 파리바게뜨 효자점과 세탁소 인영사의 강제집행을 막아냈습니다.
과도한 집행, 폭력이 난무했던 현장
“이곳은 여느 파리바게뜨와 다르다”고 “효자점은 서촌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있는 곳” 이라며 맘상모에게 처음 파리바게뜨 효자점의 안타까운 사례를 소개해 주셨던 노동당 종로중구 위원장님이자 동네사람인 구자혁님. 용역들이 부수고 들어오려는 벽을 안에서 냉장고로 막고, 그것을 온몸으로 지탱을 하다가 “쿵 쿵 쿵” 망치로 치는 충격을 온몸으로 받으셨습니다. 그래서 구토를 하다가, 병원에 실려가셨습니다. 다행히 CT 검사 결과 뇌진탕 등 외부 징후는 없다는 진단을 받으셨고, 현재 안정을 취하고 계십니다. 이 밖에도 머리채를 잡힌 활동가, 용역들이 밀쳐 넘어지면서 머리를 인도 블럭 모서리에 부딪히치신 맘상모 회원님, 용역들이 건물 한 쪽 유리를 무리하게 깨뜨리는 바람에 피를 뚝뚝 흘리시는 또 다른 맘상모 회원님 등 등 현장은 아수라장이었고, 그야말로 야만의 현장이었습니다. 몇십만원 일당을 받는다는 용역들과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키겠다는 상인들. “힘 없는 사람들끼리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대치를 해야 하냐”며 절규하는 한 활동가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 날 이런 현장을 몸으로 받으며, 눈으로 목격하며, 다친 몸과 마음은 어떤 식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당사자들의 어려운 마름의 결정
이 날 파리바게뜨 효자점과 그 옆의 세탁소 인영사 두 가게는 “집행 끝나면 오겠다”며 훌쩍 부산으로 떠나버렸었던 건물주로 부터 결국 일정 금액 생존을 위한 보상금을 받았습니다. 서촌 지역의 권리금 시세에는 훨씬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하셨던 이분들이 서촌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삶의 터전을 찾으셔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뜨는 동네 서촌의 현주소이고, 대한민국에서 장사하는 임차상인들의 현주소입니다. 파리바게뜨의 여 사장님이 갑자기 옆 건물 옥상에서 “나 뛰어내릴꺼야” 했을 때는 지켜보는 이들이 “사장님, 살고자 하는 일이 아니냐” 그만 내려오시라며 다들 울었습니다. 특히, 여 사장님의 시어머님은 “나는 살 만큼 살았다,” “내가 올라가겠다” 고 통곡을 하시면서 몸을 가누지 못하셨습니다. 다만, 상황이 종료되고 차 안에서 파리바게뜨 여 사장님이 웃으시며 “이제는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하셨고 “그래도 더 긴 싸움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말을 덧붙이셨는데, 당사자가 내린 결정의 무게를 헤아릴 뿐입니다. 함께 해 주신 많은 분들과 건물주와의 협상 내용을 더 자세히 공유하고 싶으나, 항상 지역의 다음 투쟁을 생각해야 하는 맘상모는 협상의 금액이 자칫 다른 건물주들에게 기준으로 통용될 우려가 있기에 공개적으로는 밝히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문의를 해오시는 경우는 회원님들과 연대인들에 한하여 살짝 공유를 해드리겠습니다!)
파리바게뜨 효자점 가게에는 유리파편이 흩어져 있고 망치로 부순 벽 한 쪽이 휑하게 뚫려 있는데, 그 와중에도 단골손님들이 고개를 빼꼼히 “영업하세요?” 묻고는 빵을 사가십니다. 놀랐습니다. 파리바게뜨 효자점 사장님들은 건물주와 합의한 2주 동안만이라도 더 장사를 하겠다며 당장 또 빵을 구우십니다. 또 놀랐습니다. 임차상인의 삶은 이리 질기고도 강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맘상모는 억울하고 빼앗기는 임차상인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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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우식 작성시간 16.01.30 진짜 넘 힘든 하룰 보내셨네요?그래도 뭔가 쟁취한듯 해서 다행이네요?같이 못해줘서 안타깝기도 하구요?나름대론 당연한 권린데 왜 이렇게 힘들어야하는지 사람은 같이 더불어 살아야 하는데 이런 현실이 참 안따깝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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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수원오리랑돼지랑 작성시간 16.01.31 전쟁터보다 더 참혹했던 현장이였습니다
우리 맘상모 회원들의 투쟁으로 지켜냈기에 더욱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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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대단군 작성시간 16.02.01 참석못해 미안합니다!
끝내 최후의 승리를 위하여! -
작성자김한울 작성시간 16.02.01 정말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새벽부터 5시간 동안 소리지르고 몸싸움 한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