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소리골에는 아직 단풍이 활활 타오릅니다.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소리의 단풍이! (11월22일 악기박물관 개관 7주년 기념 연주회)
작성자goforest작성시간14.11.24조회수148 목록 댓글 111월은 일년중 가장 스산하고 쓸쓸한 달일지 모르겠습니다.
천지를 온갖 색으로 물들이던 단풍의 향연도 다 끝나고, 그렇다고 흰 눈이 세상을 순결하게 정화시키는
겨울이 시작되는 것도 아닌 회색의 달입니다.
화려했던 단풍의 향연을 끝낸 허전함에 쓸쓸하고, 이제 곧 닥쳐올 모진 겨울 생각에 또 움츠려드는 달입니다.
그래서인가요? 가을을 예찬하는 그 많은 시인들의 시도 11월에는 찾아보기 어렵고, 흔한 유행가 가사 역시
11월을 노래한 것이 드뭅니다.
그런데 이 처연한 달 11월을 활활 달군 축제가 있었습니다.
홍천 마리소리골에서 지난 토요일 열렸던 악기박물관 개관 일곱돌을 맞아 열린 기념 음악회였습니다.
그뿐 입니까? 음악회에 이어 열린 장승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우리의 토속 축제였습니다.
온갖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남은 이 땅 민중들의 힘과 멋이 어우러진
흥겨운 퍼포먼스였습니다.
개관 음악회와 장승제로, 축 쳐졌던 우리의 어깨는 다시 들썩였고, 맥 풀린 사지에는 핏기가 돌았습니다.
화려했던 잎을 다 떨구고 오들거리던 나무들도 다시 새 봄의 꿈을 꾸기 시작했고,
겨울 바람을 아랑곳하지 않는 소나무와 전나무는 더욱 푸르렀습니다.
이병욱 선생님께서 지난 여름 강릉에서 초연해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던 허난설헌의 일대기를 그린
국악 뮤지컬 '초희'의 노래가 소프라노 임수영 선생님과 바리톤 이상준 선생님의 곱고 중후한 음색에 실려
관객의 가슴을 적시더니, 최고의 명창 김혜란 선생님과 제자들이 이병욱 선생님이 작곡하신 창작 민요와
전통 민요를 열창하셔서 11월의 허전한 마음을 싹 날려버렸습니다.
악기 박물관을 꽉 메운 관객들은 김혜란 선생님과 이병욱 선생님이 노 저으시는 배를 타고, 뱃노래를 부르며
푸른 파도 넘실대는 망망대해로 나아갔습니다.
기념 연주회의 여운은 솔숲 향기 그윽한 마리소리골 야외무대로 옮겨졌습니다.
장승 조각하면 첫 손에 꼽는 명인 안동의 김종흥 선생님이 홍천에서 자란 소나무를 깎아 만드신
세 개의 장승이 마리소리골 앞마당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이 시대 최고의 서예가이신 중리 하상호 선생님께서는 직접 붓을 들어 장승의 이름을 지어주였습니다.
" 물이 노래하고 소나무가 춤을 추니 만인이 미소짓네"
" 이곳에 들어오는 자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지혜로운 체 하지 말라 "
" 천지가 크게 웃으니 나도 나를 잊고 크게 웃네 "
이 멋진 글귀를 안고 세 분의 장승은 마릿골 야외 무대 양쪽에 우뚝 섰습니다.
이병욱과 어울림의 음악이 이 땅에 뿌리 내리고, 세상을 향해 뻗어 나가고, 마리소리골이 세대와 성별,
음악의 장르,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아우르는 음악의 산실이 되는데 참으로 어울리는 상징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리소리골을 넘보는 온갖 악귀는 물리쳐주고, 굴러오는 복은 더 크게 만들어 줄 든든한 수호신이 될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마리소리골에 이병욱 선생님이 맨주먹으로 들어오셔서 집을 지으시고 박물관이 들어서고 토굴이
만들어지고 야외 무대와 식당이 만들어지고 장승이 서고 이제 숙박채까지 들어서는 이 과정은 모두
기적의 연속입니다.
이병욱 황경애 두 선생님의 우리 음악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한 방물 마중물이 되어서 우리 음악을 사랑하는
어울사랑의 많은 분들의 동참을 이끌어내시고, 밤새 자리를 함께 하신 홍천군수님을 비롯해서 홍천 군민과
강원도민을 움직이고 이제 멀리 유럽의 로마까지 공감과 어울림의 폭을 넓혀가니, 이것이 기적이 아니면
무엇이 기적일까요?
한 인간의 육신은 보잘 것 없고 삶은 유한하지만, 한 인간이 꾸는 꿈은 우주보다 넓고 큽니다.
박물관 7주년을 맞아 이병욱과 어울림을 사랑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격려의 메시지를 주셨고, 또 자리를
함께 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만남과 한마당 축제에 덜 소중한 분은 없었습니다.
찾아와주신 한 분 한 분이 모두 가장 소중한 분이셨고, 몸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마음은 함께 한
전국 각지의 어울사랑 회원 여러분 모두가 소중한 주인공들이셨습니다.
이제 악기 박물관은 7살이 되었는데요, 앞으로 성인이 되고, 환갑을 맞고, 100살이 될 때까지 뻗어나가기를
기원합니다.
어울사랑 가족 여러분들께서 함께 해 주신다면 반드시 가능할 것임을 믿습니다.
하늘이 내린 이 좋은 땅, 그 가운데서도 신명이 넘치는 홍천 서석의 마리소리골에서 언제나 여러분을 다시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여기가 좋구나 이 땅이 좋아, 여기가 좋구나 홍천 마리소리골이 좋아 ! "
- 여의도에서 어울사랑 운영위원장 임병걸 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