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너무한 여름입니다.
아무리 무자비한 더위라 해도, 예년에는 땅거미가 내리고 어둑해지면 산들바람도 좀 불어주고
태양도 슬그머니 제 몸의 열을 줄여주는 미덕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정말 무자비한 더위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구를 아주 통째로 가마솥에 넣고 푹푹 삶고 있습니다.
시베리아의 만년설을 포크레인으로 듬뿍 떠다 이글거리는 태양의 등짝에 쏟아붇고 싶습니다.
북유럽의 빙하를 오려다 태양의 눈동자에 집어넣고만 싶습니다.
홍천으로 향하는 길, 한껏 달아오른 도로에는 여지없이 태양이 칼날차럼 꽂혔고, 막바지 피서객들로
넘쳐나는 도로에는 태양열과 지열, 그리고 피서 인파가 내뿜은 사람의 열기로 가득했습니다.
주차장 같던 고속도를 빠져나와 홍천으로 접어들어 서석면을 지나 마릿골로 들어서는 순간,
지칠 줄 모르던 햇살은 수그러들었고, 마릿골 양쪽에서 흐르는 맑은 물들이
온 몸을 휘감은 더위를 식혀주었습니다.
올해 마리소리 축제는 그렇게 폭염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막을 올렸습니다.
19일 금요일 저녁 <꿈동이 공연>이 신명나는 사흘 간의 축제 맨 선봉에서
후끈한 축제의 열기를 지폈습니다.
물론 열기라고 같은 열기일라구요
사정없이 퍼붓는 하늘의 열기와는 격이 다른, 푸른 숲과 맑은 물과 우리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지피는 화합의 열기, 선율의 열기였습니다.
20일 토요일에는 참가자들이 직접 피리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악기를 연주해보기도 하는 <악기 체험>에 이어
수준높은 연주팀들의 멋진 무대가 릴레이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축제 공연은 악기박물관에 마련된 실내 연주장과, 마릿골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짙은 초록의 그늘을
드리운 야외무대에서 번갈아 가면서 열려 흥취를 더했습니다.
장문희 명창의 애절하면서 힘찬 소리에 실린 '춘향가' ,
젊은 국악그룹의 정상에 우뚝 서 있는 바이날로그의 폭발적인 사운드,
야생마가 질주하는 듯한 거침없는 소리에 폭염에 주눅든 속이 다 후련했습니다.
이어진 김효영 앙상블의 '생' 연주와 , 젊은이들의 재기와 발랄함이 돋보인 도깨비 '홀림'의 연주,
그리고 진도의 씻금굿과 무속을 바탕으로 우리 소리 우리 가락이 얼마나 깊고 높고 넓은지 보여준
'바라지'의 연주.....
저는 이 격조 높고 신명나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참 그 열기에 몸이 달았습니다.
태양볕에 달궈진 몸이 막무가내 땀만 흐르는 저열한 달아오름이었다면,
우리 가락과 소리에 달궈진 마리소리골의 제 몸은 실핏줄과 내장, 신경세포까지 다 달아오르면서
시원해지는 엑스터시의 달아오름이었습니다.
깊어가는 마릿골의 하늘 멀리에는 이 축제가 궁금했는지 둥근 보름달도 자꾸만 검은 구름 사이로
고개를 삐죽 내밀었고, 한결 서늘해진 바람도 열기를 식히는 데 부산한 몸놀림을 보탰습니다
거짓말 같이 폭염은 달아났고 간밤에는 한바탕 시원한 빗줄기가 내렸습니다.
마릿골의 열기가 태양의 열기를 몰아냈음이 틀림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이열치열'라고나 할까요?
토요일에는 전국에서 우리의 가락과 흥을 익힌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한껏 기량을 겨뤘습니다.
누구랄 것도, 어느 팀이랄 것도 없이 갈고 닦아온 솜씨는 출중했고, 얼떨결에 심사위원을 맡은 저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모두가 대상이었고, 모두가 1등이었습니다.
이번 축제는 특히 폭염이라는 예기치 않는 복병을 만나, 많은 분들이 오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고,
이병욱 선생님과 황경애 선생님이 준비하시는 데도 예년보다 더욱 애를 쓰셨습니다.
그래도 어느 해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셨고, 축제의 내용도 알찼습니다.
민간차원에서 치르기에는 엄두도 내기 쉽지않는 축제를 이토록 알차고 야무지게 성공시킨
비결은 무엇이었을지요?
잡초와의 전쟁을 마다 않으신 이병욱 선생님의 노고와, 고된 노동을 감당하지 못한 연약한 팔뚝에
검은 붕대를 감으신 황경애 선생님의 헌신이 단연 으뜸의 찬사를 받아야 합니다.
여기에 일찌감치 마릿골에 행차하셔서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어울사랑 예술단의 윤윤식
단장님, 불편한 몸을 이끌고 끝까지 축제를 함께 하시고 또 격려해주신 박의근 국제문화교류운동본부
이사님과 회원 님들, 늘 그렇듯이 멋진 걸개와 포스터와 팜플렛을 도맡아 주신 이무성 화백님,
이런저런 후원물품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 밥과 설겆이 등 궂은 일을 기꺼이 맡아 주신 자원봉사
회원님들, 홍천군수님과 의회의장님, 면장님 그리고 많은 지역 주민 분들의 배려와 성원이
그야말로 한데 어우러진 결과였습니다.
모두가 떠나가 자리, 어느 해보다 흥겨웠고 떠들썩해서였는지 그 향기, 그 여운이 진했습니다
이제는 폭염이 8월 한달 내내 이어진다고 해도 두렵지 않습니다.
마릿골에서 한껏 충전한 감성의 에너지, 예술의 에너지, 신명의 에너지, 어울림의 에너지가
있으니까요.
<2016 마리소리 여름축제>에 와주신 모든 분들께 풍요롭고 시원한 가을이 성큼 다가오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사정으로 오시지 못한 어울사랑 벗님들께도, 이 글로 여름축제의 알찬 열매를
나눠드리며
올해 말 <어울림 송년 음악 잔치>와 내년< 마리소리 여름 축제>에서는 꼭 뵐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홍천 서석 들판에는 노랗게 익은 벼들이 푸른 잎에
머리를 숨긴 채 속살을 무럭무럭 키우고 있었습니다.
가을은 이미 풍요의 축제 그 서막을 열었습니다.
- 서울 여의도에서 어울사랑 위원장 임병걸 사룀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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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유건석 작성시간 16.08.22 임기를 끝내면 그동안 잘 어울리지 못했던 님들과 어울사랑에서 한껏 기쁨을 나누리라 생각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네요. 올해 축제에는 꼭 함께 하리라 생각했는데...둘째 손주가 2주간을 앞당겨 고고성을 토하고,,그러다 보니 큰손주를 맡아 돌보아야하는 바쁜 속내를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네요. 그나마 새생명의 탄생에 큰 의미를 부여해주신 병욱형님의 위로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는데 오늘 위원장님 이 글 보면서 모든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며 저 또한 언제나 어울사랑과 함께하고 있음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꼭 함께할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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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미나리사랑 작성시간 16.08.23 2016 마리소리 여름 축전 대박이였음니다 .서석주민을 대표해 어울사랑회원 여러분에 감사드림니다 .출연진 스탭 운영진 무대뒤에 보이지않는곳에서 폭염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무대뒤의 예술가들 무었보다 "가족동화 무궁화 가족 홍천꿈동이"공연 피리골 사람으로 고맙고 감사드림니다 .임병결 위원장님 행사 감독님에게 익히들어 왔어요 서석에 촌노가 좋은 장문의 행사후기끝까지읽고감니다.수고하셨읍니다. 서석촌노가 ....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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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황경애 작성시간 16.08.31 미나리의상큼한맛에 늘즐겨먹는맛난나물로만...우리서석동네에 맛난귀한분이그어느분이신지 모른채 21년을
마리소리골을 일구어왔네유 제가잘아시는분인지도....감사드리고 연락주셔서 조만간뵙고 차한잔나누시지요
이병욱 마리소리골장 -
작성자doubleyoon 작성시간 16.08.31 ♥미나리사랑님
♥서석인을 대표한 격려의 글에 감사드립니다.
♥풍광이 빼어나고 문화여건(악기박물관)도 잘 갗춘 지역인 만큼 지역민이 합심하여 서석을 방방곡곡에 널리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