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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정보[파우더]

두번째 날

작성자신호간|작성시간17.01.25|조회수240 목록 댓글 10

파우더님, 일본 파우더 스킹 좋으셨나요? 그랬겠죠?


두번째 모인 날. 릴리, 홉, 사바나, 라비, 타일러, 할란, 그리고 비욘. 

부모들과 일일이 인사하고, 타일러 아빠는 지난번에 아가 힘들어했다고 오늘도 정상 올라가냐고. 애가 팀에 맞는 실력이 되냐 등등... 릴리네 아빠도 오늘 중간에 일찍 갈거라고 (나중에 릴리왈 엄마 집에 간다고), 비욘은 아침부터 삐져 있고 (나중에 알고보니 발이 아파서), 모이는 곳에 라비만 빼고 다 왔네요. 2분 정도 더 기다리다 출발. 아이들에겐 웜업 런이라고 하고 다시 이곳에 들러 라비가 왔으면 픽업해서 간다고. 그러면서, 느그들도 늦으면 걱정하지 마라. 말없이 안오면 한번 더 들를테니 그랬죠.

여긴, 산이 넓어서 팀이 출발할 때 놓치면 거의 못 찾거나, 리프트 앞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팀이 꼭대기로 바로 올라가 버리면 그땐 아예 포기해야죠. 그래서, 아침이나 오후 모임에 늦는 다는 건 잘못하면 그 세션을 포기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씬나게 웜업 런을 하고 내려가니 다행이 라비가 있어서 데리고 같이 올라감.

두번째 날부터 본격적인 훈련시작. 슬롭 중단부터 베이스까지 라인으로 레이싱 훈련 구역을 막고, 두 코치가 아침 일찍부터 코스 세팅. 첫번째는 Falling leaves 기문. 두번째는 피봇 슬립, 세번째는 사이드 슬립과 에지셋, 마지막 스터비 GS 기문.

오전내내 더블블랙 코스 위주로 기문 훈련하는 곳까지 내려가서 계속 뺑뺑이. 중간에 비욘이 화장실 가고 싶다해서 보냈더니 부츠가 작아 발 아파서 부모한테 간 거. 데리러 가니 괜찮다며 나옴. 릴리 아빠는 기문 훈련때 옆에서 다른 사람과 지켜보며 제대로 가르치는거냐 하며 물어보고 자기 딸한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기분 나쁘지만, 조그만 동양인이 상급반 아그들 가르치니 못 미더워서. 예전에도 비슷하거나 심한 거 마이 겪어서 그냥 그러려니. 

리프트 줄 설 때마다 사람들이 날 알아보고 계속 친하게 인사하고 아는 척하고 그러니, 사바나가 나보고 유명한 사람이냐고....ㅋ.

한번은 예전에 가르쳤던 아이들 엄마들을 만났는데, 그 아이들이 지금 큰놈이 듣는 보조강사 프로그램에 같이 있어서 잘 되었다고 반갑다고. 둘 다 여자 아이들인데, 키아라와 릴리안. 키아라는 금발 미녀에 엄마 아빠 둘다 교수라서 아마 갸도 공부 잘 할 듯. 지난 주에 봤는데 키도 마이 크고 아주 구여운 척. 릴리안도 이쁘게 잘 자랐는데, 아직 봐도 아는 척 안한 상태. 큰놈은 키아라랑 친하게 지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레벨 1 훈련할 때 보니, 아키아라는 빨간 머리 여자애랑 친하게... ㅋ.

이 날은 큰놈이 다른 일이 있어 같이 안오고, 점심 때 프리라이드하는 둘째랑 점심 먹는데, 오늘 360 돌리다가 자빠지며 머리 부딪혀서 아프다고. 으그. 지난 번에도 점프 뛰다 넘 세게 떨어지며 자빠져서 허리 아프다더니. 오후 세션은 그냥 쉬기로.

오후엔 GS 기문을 좀 경사가 쎈 곳에서부터 시작. 이건 어른들도 좀 부담스러운디... 절반 정도 연습하다 초급 사면으로 가서 외발 스킹 훈련. 릴리는 일찍 가고 라비는 점심 먹고 몸이 안좋다고 안나오고. 홉과 사바나는 한쪽 스키만 신었는데, 남자 아그들이 쪽 팔리게 그냥 둘다 신고 한짝을 들고 타겠다고. 홉은 이미 지난 시즌에 나랑 같이 외발로 초급 모글에 외발 점프까지 했지만, 사바나와 다른 아이들은 첨. 사바나가 용기있게 도전. 외발 스킹을 첨 하는 사람들에겐 무엇보다 리프트에서 내릴 때가 문제. 다행이 안자빠지고 잘 내려감. 외발 스킹의 자세와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고 리커버리하는 것까지 보여주고. 일단 외발 제자리 점프부터 시작. 제자리에서 외발로 서서 연속해서 점프하기. 이렇게 하면 밸런스 잡는다고 상체가 꺾이는 걸 방지할 수 있음. 시즌 첫 외발 훈련이라 그런지 홉도 몇번 자빠짐. 네다섯 런을 하며 사바나에게 좀 더 집중해서 가르침. 머스마들은 외발인 척 하다가 두발로 쌩하고 내려감. 머스마들이 겁이 많음. 살살 꼬시고 달래봐도 스키 둘다 신고 타겠다고 함. 나도 덕분에 기초 훈련 마이 제대로 함. 턴 초반 팁 그립을 확실히 잡음. 사바나 여러번 자빠져도 힘든 내색 전혀 안하고 재밌다며 계속 도전. 몸 반대쪽 턴을 할 때 무릎보다 몸을 기울이다 보니 자꾸 자빠짐. 근데, 이 시기를 거쳐야 함. 자꾸 자빠지면서 몸이 아니라 부츠 텅을 눌러 스키 팁 에지가 눈을 물고 들어가 턴을 만드는 감을 잡아야 함. 좀 더 다이나믹한 익스텐션을 통해 턴 준비 동작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아야 함. 이런 거 백날 설명해 줘도, 실제로 시범도 보고 본인이 넘어져 보며 얼마나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느껴보지 않으면 할 수 없음. 제대로 체중 전달과 에지 세팅 감을 잡으면 속도 조절과 턴을 자유자래로 구사하게 됨. 심지어 모글에서도 미세 에지 조작으로 속도 조절 가능. 힘들어 하길래. 프룻 젤리 거미 나눠줌. 무지 좋아함. 오늘도 아그들 빡시게 하루 종일 굴림. 

홉 엄마는 끝날 때 마다 물어봄. 오늘 아그들 빡시게 굴려서 피곤하게 만들었냐고. 그래야 잘 잔다고...ㅋ. 그래서, 나는 빡시게 굴렸는디 당신이 딸을 넘 튼튼하게 맹글어 놔서 대체 지치질 않는구려 답하고 둘이 껄껄 웃음. 한국말로는 별로 안 우낀데. 

근데, 나는 오늘 저녁 레이싱 훈련 받으러 가야 하는디, 일하다 지쳐 정신줄 놓고 사무실에서 이러고 있음. 아... 정말 정신차리고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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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파우더 | 작성시간 17.01.26 신호간 내내 가이드랑 같이 탔는데
    어젠 마지막 밤이어서..
    혼자 탔어요.

    들어가지 말라고
    펜스 같은 거 설치했던데
    펜스 끝나는 델 찾아서
    들어갔더니
    리프트에 탄 사람들이
    보고 환호하고 그러던데
    패트롤도 보면서
    암말 안하더군요.
    하긴 데일리패슨데 뭐..^^
  • 작성자다물 | 작성시간 17.01.26 신호간선생님, 스토리가 너무 재밌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신호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1.26 감사합니다. 계속 하까요? ㅋ...

    한가지 말하려다 참은 것이, 홉 엄마가 빡시게 굴렸냐고 물어볼 때, 한마디 더 하고 싶었는디 꾹 참았어요.
    "애덜 재우고 뭐하시게?" 그러다 한대 맞으까봐. 스키 타는 미쿡 아줌마들 한덩치 하거든요.
  • 답댓글 작성자다물 | 작성시간 17.01.26 신호간 네. 생생한 스토리라 너무 재미있습니다. 다음 얘기도 기다려지네요. ^^
  • 작성자맛동삼 | 작성시간 17.01.26 후속편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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