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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정보[파우더]

다섯째 날

작성자신호간|작성시간17.02.13|조회수179 목록 댓글 4

벌써 다섯번째 날. 세번 더 남았는데, 다음 주는 애들 중간 겨울 방학이라 건너 뛰고 그 다음 주는 공식 시합 뛰고 해서, 아직 한달 남았네요. 

세번째 날엔 GS 연습했고, 이날은 SL 연습.  릴리, 홉, 할란, 타일러, 라비, 그리고 비욘.

주중에 Freezing rain이 한번 오고, 그 앞뒤로 폭설이 왔고 강습 전날은 고속도로를 하루 종일 막아서 이날 첫런 할 때까지 아무도 눈 상태를 잘 모르는 상황. 

이날은 좀 일찍 와서, 기문 세팅하는 코치들 도와줌. 왕년의 국대급 선출 코치 두명이 코스 세팅을 전담. 다른 코치들도 코스 세팅 교육 다 받고 할 줄 알지만, 고수들에게 맡김. 무거운 레이싱 폴 묶음 하나씩 들고 리프트 타고 올라가서 코스 출발선에 내려놓고 다시 다른 짐 가지러 내려가는데, 눈이 정말 고움. Freezing rain 위에 쌓인 눈이 입자가 곱고 단단해서 눈이 밀리지 않고 좋은 상태.

코스 상단부엔 스터비로 기본 오픈 기문 여섯개 정도 세팅. 그 다음 시합용과 같은 기문 세팅. 딜레이 하나에 플러시까지 넣었음.


아침 모이는 곳에 라비와 사바나 빼고 다 왔음. 릴리 아빠가 릴리 스키 튜닝할 거라고 해서, 베벨 각도 물어보니 0.5도에 1도. 베이스 0.5도는 SL에는 괜찮은데, GS용은 1도로 하라고 함. 사이드는 1도는 좀 무디고, 2도로 다시 잡으라고 얘기해 줌. 나보고 직접 하냐고물어봄. 평상시는 직접하는데, 가끔 베이스 그라인드 해야할 때만 샵에 맡긴다고 함. 예전엔 베이스도 손으로 다 밀었는데, 그러려면 파일을 몇가지 준비해야 하고 파일 미는 감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만큼 시간이 없어서 베이스 정비는 안하기로. 거기다 실수라도 해서 베이스 파이면 피텍스로 땜빵도 못함. 

일단 정시 출발. SL 기문 연습을 하니, 첫런을 타이트한 카빙 턴 연습을 시킬만한 장소로 이동. 근데, 그루밍을 안했네. 대개 거긴 하는 편인데. 발목까지 빠지는 파우더에서 카빙. 눈이 좋으니 비욘은 계속 점프할 곳만 찾아 다님. 나중엔 나도 같이 점프해 줌. 다른 애들고 덩달아 같이 점프. 근데, 내가 예전보다 마이 제대로 점프하니 비욘이 좀 놀람. 

코스 도착. 인스펙션 하며 SL 코스에서 라인 잡는 것과, 기문 사이 스키 방향, 딜레이, 플러시, 헤어핀 등을 설명. 아이들 익숙치 않으니 질문하라 해도 뭘 질문할지 모름. 대신 질문함. 헤어핀과 플러시의 차이. 플러시에서 기문 색깔을 왜 저렇게 맞출까. 딜레이나 플러시에서 생략된 기문은 어떤 것? 등등... 딜레이는 세번째날 GS 훈련에서 이미 익숙한 터라 잘 이해하고 실수도 하지 않고 잘 탐.

리프트에서 내려 출발 직전. 로이드 코치가 날 부름. 라비가 늦게 와서 로이드 코치 반에 있었음. 라비 델꼬감. 

두번째 런은 Einsfallen으로 감. 이 주변에 독일과 스칸디나비아에서 온 사람들이 정착해서 마을을 이루고 살아서 독일식 지명이 좀 있음. 급사면에 오프-피스테 지역. 급사면 경사와 고르지 않은 사면에서도 빠른 스피드 적응을 위해, 빠르게 내려가도록 유도. 시합할 때 중간에 불규칙 범프들이 종종 생기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유지하며 치고 나갈 담력과 적응력을 훈련. 그래서, 일부러 더블블랙 오프-피스테 구간을 마이 감. 절대 천천히 가게 안함. 가능한 빠르게 내려가도록 유도.

사실. 울반 아그들 왠만한 상급자 어른들보다 잘 탐.  

코스 도착. 각자 주의할 것들 한가지씩 리마인드 해주고. 한명씩 출발. 난 마지막에 정설하며 내려감.

세번째 런은 Ingrid's Inspiration을 거쳐 strawberry patch로 내려감. 여긴 거의 더블블랙에 가까운 오프 지역. 코스 도착. 또 각자 주의할 것 하나씩 얘기해 주고 코스 연습. 어라... 홉이 플러시 다음 오픈 게이트를 놓치네. 내려가서 얘기해 줌.

네번째 Debi's gold로 내려옴. 여긴, 이 산에서 자라고 훈련한 데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산의 제일 정면 사면을 이렇게 바꿈. 울 산 출신 중에 국대급 선수들 많음. 코스 세팅하는 국대급 선출 코치 한명은 현재 트라이얼 바이크 선수도 하는데 지난해 전미 챔피언 먹음. 시합 영상 보여주는데, 이것도 장난 아님. 트라이얼 바이크는 산에서 타는 안장없는 오도바이. 이런 환경을 인공으로 만들어서 경기하는데, 작년에 미국 챔피언을 먹었다함. 이건 정말 대단한 건디.

점심 먹기전 마지막 런을 하는데, 할란이 Ingrid's 끝부분에서 혼자 자빠짐. 일어나서 오겠거니하고 좀 내려가다 보니 안내려옴. 내려오는 얼굴 표정이 무지 힘들어 하며,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혔다 함. 어지러운지 토할 듯 한지 잘 보이는지와, 스키를 계속 탈 수 있을지 패트롤을 불러서 썰매를 탈지 등을 확인. 다행이 내려갈 수 있다고 해서 천천히 내려감. 코스에 도착후 다른 아이들은 코스를 타게하고 할란을 데리고 내려감. 할란 아빠에게 상황 설명하고 패트롤 의무실로 데려가라 함. 스키학교 사무실로 가서 부상 보고서 작성. 오후 강습 시작전 패트롤 의무실로 가서 보고서 카피 전달. 할란은 오후에 쉬기로 했는데, 그냥 충격으로 인한 경미한 증상.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있고 멀쩡. 

오후 첫런 웜업 후, 정상으로 올라감. 빙판이 많아서 한군데만 엶. 아그들 두번째는 정상 안간다 해서, 트리런으로 내려감. 여긴 절벽이나 패트롤이 막은 곳 아니면 어디든 다 가는데, 트리런도 많음.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험한 트리런으로 들어감. 릴리가 안좋아 한다고 하지만 못 들은척 하고 감. 다른 애들이 아무 소리 안하고 가니, 릴리도 그냥 감. 이런 걸 Peer pressure라고. 

큰 아름드리 나무들 사이로 급사면이면서도 좁은 편인 트리런. 정신 바짝 차리고 신나게 이리저리 내려가다가 중간에 7-8m 절벽 비슷한 곳에 정지. 바로 내려갈 사람과 옆으로 돌아 내려 갈 사람 각자 정함. 홉, 비욘 그리고 나는 절벽같은 급사로 몸을 날리고 다른 애들은 옆으로 내려감.  코스 도착. 상단엔 헤어핀과 플러시 연습을 위한 일직선 스터비. 기문을 돌아 턴하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가 상류를 거슬러 올라가듯 기문을 치고 나가야 함. 한발 한발 스텝으로 방향을 조금씩 바꾸며 안쪽발 정강이로 치고 나가게 함. 그다음 SL연습 기문. 오전에 많이 타서 벌써 범프가 생기고 빙판이 드러남. 빙판과 범프 조심시키고, 코스. 급사면에 빙판과 범프가 있어도 기문 안 놓치고 잘 내려감. 두번 정도 더 타고, 새로 세팅한 코스에서 탐. 다 똑같은데, 플러시없고 딜레이와 헤어핀 하나씩 들어감.  

오후 강습 30분 남기고 외발 스킹 연습하러 좀 쉬운 사면으로 감. 비욘은 이번에도 개김. 자꾸 이렇게 멍청한 거 시키면 다음 시간부터 프리라이드로 가겠다 함. 애가 하는 말이니 이럴 땐, 그냥 무대응.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이런 경우 대부분 자기가 하기 싫거나 무서운 걸 해야할 때 방어하는 증상이기에 그냥 넘어가면 됨. 두번 정도 외발 스킹하고 마무리.

막내가 좀 더 같이 타자고 했다가 그냥 쉬겠다고 함. 코치들이 바에서 보자고. 일단, 식당에서 프렌치 프라이즈에, 이름 모르는 맛난 치즈에 햄 들어간 빵. 그리고 로컬 맥주. 바 (bar)로 올라가서 코치들과 맥주 한잔. 캣과 그 아빠 크리스챤, 그의 아내 마릿챠, 로이드, 카일. 캣과 로이드는 같은 나이 그룹 코치이고 카일이 바로 국대급 선출 코치이면서 앞서 얘기한 미국 트라이얼 바이크 대회 작년 챔피언. 캣은 앞서 언급한 키 175 정도에 엄청난 허벅지의 독일계 금발 여자 코치. 앉아서 얘기할 땐 그냥 이쁘장한 백인 아가씬데, 서서 보면, 엄청한 허벅지와 떡대에 앞도됨. 캣 왈, 전에 친구들과 바에서 남자 친구들이 펀치 게임하다 자기도 한번 해보라 해서, 쳤는데 제일 높은 점수 나와서 좀 챙피했다고...ㅋ. 거기서 나가려는데, 한놈이 자기랑 춤추자며 손을 잡고 안놔주는데, 혼내줬다고. 옆에서 듣던, 아빠 크리스챤도 같은 프로그램 코치인데, 자기 딸 어디가도 걱정을 안한다고... 등등. 좀 있다 해산.

큰놈이 좀 더 타자 해서 다시 나감. 몇가지 훈련 같이 하다 접고 돌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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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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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철인28호 | 작성시간 17.02.13 부럽네요. 저런 곳에 한.보름 있다가 오면 좋을텐데...
  • 답댓글 작성자신호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2.14 사실. 이런 건 그리 부러워하지 않으셔도 되는디요. ^^ 파우더님이 왕입니다요. 딱 눈폭풍 올 때 맞춰서 스키장 클로즈 안할만한 곳으로....ㅋ. 연이은 눈폭풍으로 올라오시는데, 이건 뭐 동네 주민인 저보다도 더 자주 가시네요...헐.
  • 답댓글 작성자철인28호 | 작성시간 17.02.14 신호간 저도 미국에서 제법 오래 살아봤는데 한국사람들 소극적이고 미국사회에 녹아들지 못하고 미국속의 한국이란 island에 떨어져서 사는게 신호간님 사시는 모습 너무 보기 좋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신호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2.14 철인28호 제 주변 한국분들도 그런 분들이 많죠. 저도 기본 성격은 무지 샤이한데, 친해지면 수다쟁이...ㅋ.
    이렇게 되는데 몇년 걸렸어요. 지금이야 다들 친해져서 편하지만, 한 4-5년 꾸준하게 성실한 모습 보여주고 실력도 검증되고 하니까 먼저 말도 걸어주고 바에도 같이 가자고 그러고. 전에는 코치들끼리 바에 모이는 줄도 몰랐어요...ㅋ.
    잘 아시겠지만, 의사소통의 불편함을 드러내는 건지와 인종차별을 잘 구분해야 하는데, 대개 의사소통 문제로 불편한 것을 인종차별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종차별로 종종 있구요. 어딜 가든, 첨 가는 곳은 약간의 무시하는 걸 느낍니다. 대부분 실력과 좋은 태도를 꾸준히 보이면 친해지기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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