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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게시판

119 전화, 그리고 김문수와 최한배 이야기

작성자고래밥|작성시간12.02.15|조회수925 목록 댓글 4

 

최한배 선배님은 내가 지금 상임감사로 근무하는 경기도시공사의 전임 상임감사셨다.

작년 남양주 축령산 줄기에서 요양을 하고 계실 때 특임장관실에서 일하고 있는 임인기 선배와 함께 찾아뵈었었다.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환자치고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죽을 고비를 한 번 넘기고는 자서전 "길"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고 했다. 사모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생을 정리하는 부부치고는 너무도 평온했다. 그 책이 올초에 발간되어 감사실로 배송되어 와서 읽었다.

그 책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흙에서 왔으니 이제 한 줌 흙으로 돌아가야겠다." 본인의 죽음을 준비하는 자의 책이다. 마음이 찡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달 후 김문수 지사가 그 집을 방문했고, 최한배 선배의 숨이 넘어가는 긴급한 상황에서 119를 찾았다가 엉뚱하게 뭇매를 맞았다.

 

며칠 전에 보바스기념병원에 들렀다. 얼마 전 정태윤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의 딸 결혼식장에서 만난 대주전자의 임무현 회장님께서 며칠 못 사실 것 같다고,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들러보라고 언질을 해 주셨었다. 입원해 있던 서울대 병원 중환자실에서는 이미 포기하고 말기 환자들을 그저 편안히 잘 보살피는 병원으로 옮긴 후였다.

몇 달 새 비쩍 마르고 가누지도 못하는 몸에, 뒤로 자꾸만 넘어가는 선배님의 눈동자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눈물이 핑돌게 만들었다. 한마디 나오지 않는 바싹 마르고 터진 입술을 까딱이며 침대를 일으켜 세우라고 하고는 손에 힘을 주고 병상의 난간을 손으로 잡고 십여 분을 앉아계셨다.

나는 걱정이 되어 누우라고 말렸지만, 말을 듣지 않으셨다. 병상을 돌봐주시는 아주머니께서 선배님의 입술이 마르지 말라고 바셀린을 듬뿍 발라 주면서 이야기하셨다. "후배가 와서 반갑다는 뜻이예요." 거추장스러운지 코에 걸쳐놓은 산소호흡기를 치우라고 해서 아주머니가 잠깐 거두었다가 다시 걸쳐 드렸다.

뼈만 남은 앙상한 손을 잡았다. 아직 따뜻했다. 선배님의 마음도 아직 따뜻하다고 느껴졌다. 몇 분간 손과 팔을 주물러드렸는데, 코고는 소리인지 숨을 헐떡이는 소리인지... 어쨌든 고른 숨소리를 들었다. 며칠 뒤 다시 한 번 들르겠다고 아주머니께만 말씀드리고 깨우지 말라고 하고는 병원을 나섰다.

 

그리고,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아..... 사람이 이렇게 또 가는구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일하는 홍상영 국장과 함께 삼성의료원 영안실에 들렀다.

 

김문수 지사는 터지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나는 울지 못했다. 가슴 속에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을 참지 못했을 뿐이다.

이글을 쓰는 책상 옆에는 최한배 선배의 책 "길"이 놓여 있다. 책의 표지에서 선배는 여전히 환하게 웃고있다. 멋있는 사람이다.


출처 : 허숭 전 대변인 블로그

 

 

 

 

 

 

 

한 때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며 김 지사와 인연을 맺었던 그는 1년 이상 췌장암 투병 끝에 성남시 보바스기념병원에서 별세했다. 11일 오전 빈소가 마련된 서울 삼성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김 지사는 각별한 후배였던 고인의 영결식에서 조사를 낭독하다 참던 눈물을 터트렸다. 이날 김 지사는 조사를 낭독하는 내내 갈라진 목소리로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고, 눈물과 콧물을 연신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고인은 지난 1978년 사미전자 조립공으로 위장취업에 나서 경인전자, 대한제지를 거쳐 1984년 대우어패럴에 취업, 노동조합 설립을 이끌었다. 이어 1985년 구로동맹파업, 1986년 서울노동운동연합탄압사건 등으로 두 차례 수감되기도 했다. 

한편, 김 지사는 지난 연말 남양주시의 한 요양원을 찾았다가 투병중인 최 씨를 만났고, 최씨의 아내가 직접 치료를 위해 서울대병원까지 차를 몰고 운전한다

는 말에 남양주 소방서의 중형구급차를 이용할 수 있는지 문의하려 전화를 걸었다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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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한배 동지 조사

 

 

 

 

 

 

 

 

 

 

 

故 최한배씨의 자서전 '길'/ 김문수 경기도지사 추천사

 

 

글을 읽으면서 나는 계속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때로는 내가 잊어 버렸던 아련한 추억의 봄날이 떠올랐고, 때로는 내 가슴속 깊이에서 솟구치는 눈물이 흘렀다. 최한배의 삶은 바로 나의 삶이다. 최한배의 젊은날은 바로 나의 자화상이다. 굽이굽이 그의 삶 자체가 바로 나의 삶이란걸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뒤늦게 깨달았다.

최한배는 나의 대학 1년 후배이지만 당시 험난했던 대학생활에서는 나는 그를 알지도 만나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는 나와 마찬가리로 학생운동을 하고, 청계천노동자들과 함께 야학을 하고, 시대를 고뇌하며, 노동현장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하면서 내가 걸어왔던 길을 놀랄만큼 꼭 같이 걸어왔던 거이다. 다만 우린 서로가 서로를 모르고 10여년간 지내왔던 것이다. 당시 유신독재의 엄혹한 현실 때문에 서로서로 이심전심 같은 생각, 같은 길을 걸어도 서로 묻지도 않고, 알려고도 않은 것이 우리시대 운동권의 미덕이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1983년이었던 것 같다. 28년 전 이었다. 나는 그때 노동혁명을 꿈꾸는 32살의 해고노동자였다. 나와 함께 노동조합을 하다가 1980년 정화조치 되었던 아내가 서울대학교 근처인 봉천동에서 조그마한 책방을 운영해서 생계를 책임지고, 나는 혁명의 꿈을 안고 구로공단으로, 전국각지의 공단으로 돌아다니며 노동자들의 의식화와 노동조합결성 지원활동에 몰두하고 있었다.

당시 최한배는 구로공단 대우어패럴에서 엄청난 활동을 하고 있었다. 노동자가 3,000명이나 되는 큰 공장에서, 청계천에서 야학을 할 때 키웠던 김준용과 함께 빠른 속도로 조직사업을 하고 있었다. 내가 만난 그 누구도 이렇게 대담하고 효과적으로 조직사업을 하는 운동가가 없었다. 최한배는 1980년 최대 노동조합인 대우어패럴노동조합을 성공적으로 결성하고, 80대 초반 최대의 노동운동이었던 구로동맹파업을 이끌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는 당시 캄캄한 어둠 속의 구로공단에서 숨어서 활동하였으나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큰 별이었다. 그는 언제나 앞에 나서지 않고 묵묵히 일을 꾸미고 궂은 일을 도맡아서 하지만 이름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의 인품은 누구라도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말이 없고, 거짓이 없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어려운 일이라면 먼저 십자가를 졌기 때문에 투옥만 세차례, 3년 반이나 살았다. 흔히들 민주화운동 유공자다 뭐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그러한 내색을 하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정성껏 돌보는 숨은 일꾼이었다. 그는 말수도 적지만 글도 많이 쓰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면서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나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그의 진정성, 헌신성, 그리고 우리 모두를 대신한 그의 고통과 고뇌가 나의 심금을 울렸다.


15년간의 노동운동과 15녀간의 대주전자재료 임원생활, 3년간의 경기도 공직생활 동안에 그는 언제 어디서나 인간의 향기는 어디에서 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향기는 스스로를 뽐내는 데서 나는 것이 아니라 최한배처럼 시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깊이 고뇌하고, 스스로 알아서 찾아내고, 필요한 곳에 자신의 삶을 던지고, 묵묵히 그러나 진정을 다해 온몸과 마음을 바치는 사람의 발자취에서 나는 것이 아닐까?

길지 않지만 짧지도 않은 우리들의 아팠지만 진지했던 지난날이 우리 둘만의 아련한 추억이 아니라, 사랑하는 우리 정환이에게도 생생한 역사로 전해지길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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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키엘 | 작성시간 12.02.15 이 글을 김제동이 한번 읽었으면 좋겠네요. 읽고나서도 입을 함부로 놀릴 수 있는지 보고싶네요
  • 작성자마요르카 | 작성시간 12.02.15 진실은 언제나 밝혀지는 법이죠
    좋은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서정태 | 작성시간 12.02.16 좋은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라일락향기 | 작성시간 12.02.18 이나라 이민족을 위해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스스로 밑거름이 되어준 님들의 헌신위에 서있는 지금 이 시대는 과연 무엇을 위해,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나요? 이나라를 반석같이 든든한 미래로 이끌어 줄 지도자를 알아보는 심안이 국민 모두에게 있기를 바랍니다. 지사님의 가슴시린 눈물때문에 눈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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