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그랬다.
"정말 별 것도 아닌 세상을 위해 왜 그리 아등바등 그랬나 싶다" 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지금까지 그러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름 건강하게 잘 살고 있었고 자신만의 소신과 주관도 반듯하여
웬만한 것에는 거칠 것이 없었던 그런 친구다.
하여 뒤늦게 그런 친구를 알게 됐다는 사실에 뿌듯하기도 했고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늦게 만났지만 그래도 근 이십년.....오래도록 삶자락을 지향하는 방향이 같은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
그런데 그 행운이 어느새 아픔으로 다가왔다.
작년 늦가을 부터 소식이 없고 연락을 하여도 묵묵부답....결국 바람결에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인간의 수명이란 누가 점지해 주는 것일까?
왜 남들만큼 살아지는 인생을 갖지 못하게 되는 걸까?
환경이나 상황, 여건 혹은 돌발성 사고사 기타 등등 그 어떤 것, 그 무엇이 우리 삶자락에 족쇄를 거는 걸까?
나름 잘 살아왔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철저하게 삶을 쥐락펴락까지는 아니더라도
원하는 방향으로 잘 흐르게 조절을 하고 싶었던 친구인데 그런 친구가 갑자기 병마 속에 휩싸였다는 사실을
건네어 전해받기도 싫었고 인정하기도 싫었지만 근 일년 만에 만나진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겨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강단있고 당당하던 친구가 아니라 나이든 세월 속에 병마를 겪으며 내려놓은 마음자락이 눈에 보이도록
온화한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붉은 립스틱을 바른 입매가 어찌나 이 악문 입술로 보이던지 울컥,
온 마음으로 아픔이 전달되었지만 오히려 웃어주었다.
"와아, 집콕의 시절에 무슨 립스틱? 근데 참 예쁘다....난 발라보지도 않은 색깔인 걸?"
"내가 말이지 자기 만나려고 립스틱을 어디에 둔지 몰라서 이층까지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한 시간이나 찾았어.
어때? 난 자기한데 좋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 오래도록 참고 인내해 줘서 고마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잘 걷지도 못하는 몸으로 일 이층을 오르락거리며 단 하나 있다던 립스틱을 찾느라 고생했을 마음을 생각하자니
온 몸으로 그녀의 마음이 전해지고 눈물이 나오려 했지만 참을 수밖에.
잠깐 그 친구의 집으로 들어가 차 한잔 하는데 아직은 온전치 않은 몸이라 찻물 끓이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그렇다고 대신 해주겠다고 나서는 것은 그녀가 보여주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 겨우 참아내고
그녀와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로 부터 전해지는 마음을 나누고만 있었다.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었을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돌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애썼노라고 잘했다고 응원하며
내내 웃고 있었지만 마음은 울고 있었다.....그나마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잘 버티고 견뎌준 그 친구에게 고마웠고 그 어려운 기간동안 함께 애쓴 그녀의 남편에게도 고마웠다.
그리고 하나 뿐인 딸네의 가족들에게도....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고자 애썼던 모든 지인들까지도.
어려운 시기가 되면 친구던 지인이던 가늠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참에 많은 사람들을 떨궈냈다고 한다.
카톡으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은 단 다섯명으로 잘랐다고 한다....그 안의 존재자가 되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많이 궁금하였지만 그녀 자신이 스스로 연락 할 때가 되었다고 느낄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
간간이 카톡으로, 전화로 잘 견디고 있냐고 묻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지만
가장 컨디션이 좋아진 날, 의사가 허락한 그날 밤에 바로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연락한 그녀를 보면서 고마웠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함께 점심을 할 수 있어서 고마웠다.
그 밥 한끼를 먹지 못하고 내내 토해내던 그녀였기에 밥 한끼를 나눌 친구로 낙점되었다는 사실도 고마웠다.
또한 나름 열심히 밥 한끼의 행복감을 누리는 그녀를 보면서 감사했다.
그 어느 것도 함부로 섭취 할 수 없는 그녀는 소신껏,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의사의 허락을 받고 음식을 섭취한다.
세간의 그 어떤 말과 음식, 영양가 있다고 들고오는 사람들을 애정으로 바라만 보면서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중이다.
그녀가 그랬다....온 세상에 어쩌면 이리도 몸에 좋다는 음식과 약재가 많다는 것인지 라고.
그렇게 점심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가 문구점을 가길 원했다.
음식 섭취 일지를 쓸 노트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문구점을 찾아나섰다.
가는 동안에 또 그녀의 속내를 듣다보니 길을 놓치고 돌아 그 힘든 친구에게 무례를 범했다.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그러했다.
그리고 집으로 함께 돌아가는 길에도 여전히 마음이 흔들려 운전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잘 버텨서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나오는 길에 자꾸 눈물이 흘렀다...오래도록 들어가지 않고 손을 흔들던 그녀.
그녀의 모습이 눈에 밟혀 아슬아슬한 마음이 줄타기를 하고 있다.
겨우 운전을 하여 뜨락에 들어서니 잠시 혼란의 마음이 지나간다.
옷을 갈아입고서도 한참을 망연자실로 있었다.
그리고 카톡을 보냈다.
"집에 돌아와 옷 갈아입고 잠시 멍
그래도 생각보다 훨씬 좋아보여서
다소 안심이 되었다는
립스틱 바른 그대
최상의 기운으로 만나준 그대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네
가슴 먹먹했지만 털기로 했다는
좋아좋아
그렇게 버티고 견뎌내자고
컨디션 좋은 날
또 보자고....."
그리고 오늘, 여전히 그녀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면을 빌려 마음을 다스리는 중이다.
그 건강했던 우리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우리가 될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테지....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pinks 작성시간 21.10.16 ㅠㅠ 에효효효 ~~~!
함께 하는 마음이 얼마나 애닮은지 알만하네요. 누군지도 모르면서 같은 마음이 되는걸 보니 부디 잘 떨치고 일어나시길 바래봅니다.
-
답댓글 작성자햇살편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1.10.17 죽음 직전, 모두가 희망의 끈을 놓았을 때 다시 일어난 그녀에게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다시 찾은 생명줄, 그 살아있음의 위대함을 온몸으로 전달받는 중.
어찌됐던 반쪽의 반려자를 위해서라도 어떤 상황이어도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케 하더라는.
잘 살아내는 것, 모두에게 힘이 되는 일 인듯.
-
작성자noel 작성시간 21.10.16 병마에 시달리시는 분을 만나셨네요, 예전에는 죽음을 생각을 안했는데 요즘은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90되신 어머님과 같이 살면서요,
-
답댓글 작성자햇살편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1.10.17 그러시겠네요...저 역시 지인들의 소식을 들을 때 마다
갑자기 용기가 사라지고 겁이 나더라는.
그래도 살아있음이 좋더라는 말을 들으며 그 마음이 이해되더라구요.
어머님, 오래도록 함께 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그렇게 함께 하는 세월이 있다는 것이 사실은 행복이더라는.
애쓰심이 눈에 보이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