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상의 일부를 딸네 집에서 지내고 있다.
둘째를 출산한 딸을 위해 외손주를 건사하기 위해서 이다.
요즘같은 세상에 둘째라니 싶어도 딸네의 의지가 확고한 고로 부모가 왈가왈부 할 수는 없는 법.
하여 다늦게 또 숙제를 안은 듯 싶어도 매우 즐거운 일상이므로 거부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잘자라 제 가정을 이루고 자신들의 피붙이와 함께 한다는 것은 하늘님의 선물이니 말이다.
게다가 대학입학 시절부터 외국에서 살아온 딸은 결혼 즈음에 국내로 돌아왔으므로
사실 성장기 이후의 삶에 관여하지도 뒷바라지를 해줄 겨를도 없었다.
방학이거나 직장인으로서 휴가 시절엔 국내로 들어오기 보다는 더 넓은 세상을 구경하라고 딸의 등을 떠밀었거나
잘 나가던 직장을 던지고 워홀을 시작했을 때도 딸의 의견을 존종하였고 그후에 또 다른 나라에 취직을 하여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때도 그저 박수를 보내며 딸의 삶이 만족 일변도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만을 바랐다.
그런고로 따로 돌봐줄 일이 없어서 그저 먼 나라에서도 자신의 소신껏 잘 살아내기만을 바라다가
어느 날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할 무렵 집으로 돌아와 결혼의 굴레 속으로 들어가나 싶었더니
웬걸, 결혼후 어찌나 자신들의 의지대로 잘 살아내고 있던지 흐뭇한 시선으로 곁에서 다늦은 도움,
살림의 지혜라던가 아이를 돌봐주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지만
요즘 아이들이 그러하듯이 제가 알아서 척척이긴 하다.
어쨋거나 첫째를 키우면서 만족하려나 했더니 둘째를 희망하는 딸네를 보면서 와우....축복은 하였지만
현실은 다늦은 나이에 할머니 노릇을 하는 것에 체력적 한계를 느끼고 있었던 터라 걱정이 앞서기는 했다.
그래도 건강만큼은 뒤지지 않았으므로 흔쾌히 콜...하였지만 막상 즈음이 오고보니 실제적 자연현상은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피붙이 건사를 함에 있어서 오랜 동안 자유를 누린 고로 이제는 그 대가를 치뤄야 할 떄라
지근 거리에 산다는 이유만으로도 기꺼이 딸네 아이를 건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와중에 걷는 것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든든한 다리가 갑자기 이상이 생겨 며칠 엉거주춤 꼴상이었어도
한의원 치료를 하면서 나아지는 상황과 하루에 두번 탄천을 걸으며 다시금 회복되는 다리 보행 능력이 되살아나
그나마 부담없이 딸네 가족을 보살피며 삼중고를 기꺼이 감당하는 중이긴 하다.
그러니까 무설재 건사와 나의 일과와 딸네 살림을 하면서 무지막지하게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외손주 등원을 시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걷는 산책은 절로 햇살의 느낌이긴 하다.
걷는 사람마다 어찌나 여유롭던지 하나같이 핸드폰을 손에 쥐고서 탐닉중이고 죽어라 달리는 러너들 또한
손에 쥔 혹은 보조주머니에 들어있는 핸폰에서 전달되는 뭔가를 들으며 뛰느라 이어폰 삼매경이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바람을 가르며 씽씽 달려도 역시 핸폰은 포기 못하는지라 하나같이
자전거 앞주머니나 이어폰을 고수하고 있었다.
나 역시 소품 백에 들어있는 핸폰을 이용해 음악을 들으며 걷는지라 누굴 탓할 처지는 아니나
참으로 쓰임새도 다양한 핸드폰의 역할을 보면서 언제부턴가 중독이 되어버린 핸드폰은
이제 각자의 세상이 된 듯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긴하다.
또하나 탄천에서 만나는 풍광은 개님들의 천국이라는 것이다.
개들을 기르는 사람들이 그리 많다는 사실도 놀라울 일은 아니나 한두마리는 기본이요
서너마리까지 목줄을 하고 길게 늘어뜨린 줄을 조절하며 낑낑거리는 사람들을 보자면
그 상황이 애처롭기도 하지만 어쨋든 탄천은 개들의 천국이다.
더불어 여기저기서 모이를 먹거나 날아오르는 비둘기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또한 꽃을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개나리가 만발했나 싶더니만 벚꽃이 눈을 홀리고 그 사이에 조팝나무가 시선을 끌다가
이젠 여릿한 연두에서 짙어진 연두로 옷을 갈아입기 위해 물을 올리는 버들이 지천에 제 색깔을 뽐내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꽃들이 제자랑질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걷다보니 온갖 운동기구에 매달려 자신의 체력을 시험하는 무리들과 곳곳에 놓인 벤치에 앉아
햇살을 받는 등판이 여유롭고 언제나 같은 시간을 지나는 사람들의 행보가 궁금할 즈음
늘 장애 아들을 힘겹게 걸리며 움직이는 엄마의 숭고한 노력이 부모로서의 해야 할 일로서 당연하다는 표정은
어찌보면 살아있어줘서 고맙다는 표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걷다보면 건강한 사람만 건강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온몸이 불편해도 기꺼이 동행하는 손길에 의해,
혹은 걷기가 힘들어도 최선을 다해 걸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들 저마다의 사연은 또 얼마나 깊고 너른지를 알겠는 탄천의 산책 시간이
어쩌면 새롭게 얻은 보물같은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암튼 그렇게 아침 등원과 오후 하원 시간을 할애하며 탄천을 걷긴 하지만
쥔장의 일상이 기다리는 날은 바로 지공도사의 힘을 빌어 전철을 이용해 볼 일을 보며
움직이는 동선에서는 웬만하면 걸어다니기는 한다.
그렇게 바쁘게 보내지고 있는 요즘 피곤에 절어 힘든 일상을 보내고 불금 저녁에 무설재로 돌아오면
다행스럽게도 지쳐버린 몸은 쾌적한 공기와 내집이라는 안도감으로 빠르게 에너지를 재생시키기는 한다.
그리고 밀린 일을 하고 남편을 챙기며 나름의 시간을 할애하다가 다시 할머니로 돌아가는 순간 이동.
나만의 시간을 고수하던 무설재 쥔장의 일상에 커다란 변화가 생기기는 했어도
성실의 아이콘을 멋너나지는 않으며 또한 책 읽는 시간을 버리지도 않았으므로
여전히 새로운 책을 계속 구입하기는 했다.
까닭에 쉴 틈 없는 눈이 피곤을 호소하기는 한지만 요즘 김영하 작가의 "단 한번의 삶"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티셔츠를 좋아하세요"를 읽으며 소소하고 시시콜콜한 재미를 누리는 중이다.
와중에 간간이 쥔장이 좋아하는 인도의 건축가 "루이스 칸, 벽돌에 말을 걸다"를 읽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황청원 시인의 "늙어서도 빛나는 그 꽃"과
김양수 화백의 그림과 시인 황정원의 시어인 "달마가 웃더라 나를 보고"의 글귀는 여전히 아른아른.
개인적으로 책 읽는 습관은 여러권을 한꺼번에 읽는 다독형이며 이미 활자중독증이서 인쇄된 책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책을 곳곳에 두고 빠르게 읽는 법이 이미 습관이 되었으므로 일주일에 몇 권 정도는 기본이다.
무튼 그렇게 보내지는 요즘 일상으로 몸은 고달프고 피곤하여도 또 나름의 즐거움의 묘미를 찾는 중이긴 하다.
그런고로 탄천은 나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새로운 산책길이 되. 었. 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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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pinks 작성시간 25.04.19 백번 상상이 된다는 탄천의 풍광입니다. 나도 작년까지는
불광천을 산책길 삼아 운동겸,쉼겸 다녔는데 유모차에 아이보다는 개들이 훨 많아 나이든 어르신들이 개탄을 해 마지 않터이다.
"그렇지 저렇게 아기를 태우고 다녀야지 왠놈에 개시키를 저리 데리고들 다니는지... " (한숨~!) 하시는
분들이 많더이다. 우리 아들네도 하나 더 낳았으면
좋겠는데 더 안낳는다는데
그집딸은 궁디팡팡~! 해 주고프네요. 대한민국 소멸을 걱정하는 이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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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햇살편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04.20 그러니까 말이죠.
무슨 유모차 마다 개님들 천국인지 원.
정말이지...
딸 덕분에 행복 두배이다가도
피곤이 엄습하는 체력적 한계는
어쩔 수 없더라는. -
답댓글 작성자pinks 작성시간 25.04.20 햇살편지 체력 안배 잘하시길~! 이젠 우리도 칠순이니 나이 무시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