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 이 연주
“날 살려줘”
고통을 이기기 위한 할머니의 외마디 소리에 놀란 손자는 “할머니 많이 힘드셔요? 그제야 힘없이 눈을 뜨고는,
“훈아 미안하다”
생의 낭떠러지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어머니는, 손자의 손을 잡고 미안해하고 있다. 삶의 무의지경에서 한 가닥의 실끈이라도 붙들고 있는 엄마의 가뿐 숨소리 는 장승 곡의 거부하는 물소리처럼 들린다.
한 달 전, 어머니는 음식이 넘어가질 않아서 아들 앞세우고, 병원을 찾았다. 우리들은 늘 건강하실 꺼라 믿었다. 검사결과는 위암 3기, 그리고 온몸에 전이되어 수술을 할 수 없다 했다.
언제 돌아가실지, 병원에서는 육 개월까지라고 애매하게 말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며칠 치료하면 퇴원하실 줄 아신다. 그가 다니든 수영운동을 미루어 두라 했었다. 가슴이 미어진다. 병문안 간 나에게 밤늦게 운전조심 하라고 걱정까지 한다.
입원 한 지, 한 달 사이 너무 빨리 진통제에 몸을 지탱하고 있다. 울 엄마는 언제까지 건강할 꺼라 믿은 나의 마음은 한없이 후회스럽다. “부모님 계실 때 효도하라는 말”이 절실하다.
열여섯에 시집온 엄마, 철없는 신랑과 홀시아버지 시누이들, 3연 상에 일 년 된 시할머니, 반년 된 시어머니 빈소에 매일 상석을 올려야 했다. 눈물이 마를 즈음, 육이오 사변에 시동생이 학도병으로 전사했다. 할아버지는 화병으로 영영 일어나지 못했다. 아버지 또한 늘 병중에 계시다 일찍 세상을 하직했다.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육 남매 의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용기를 주었고 여윈 주름진 얼굴에는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나는 한 갑이 넘은 나이에 k 대학 (사회복지학)에 입학 했었다. 학번이 같은 아들 같은 아이들과 강의를 들으면서 행복했다. 졸업을 앞둔 겨울 방학 어느 날이었다.
엄마 집에 다니러 갔었다. 엄마는 통장을 나에게 주었다. 2년 치의 등록금이 넉넉히 들어 있었다. “ 큰애야 네가 한 갑이 넘은 나이에 대학을 가는걸, 보니 얼마나 학교가 가고 싶었으면 그랬노, 고생 많았데이, 너희 키울 때는 아들이 먼저였기에 너에게는 항상 미안 했데이“ 하시는 어머니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래서 이제까지 용돈 조금씩 모아서 너 등록금 주려 했다. “제가 어찌 이
돈을 받겠습니까? “꼭 받아야 내가 죽을 때 편히 간다. 강제로 나의 가방에 넣어주었다. 나는 어린애처럼 울고 말았다.
어릴 때는 엄마의 깊은 마음을 모르고 늘 섭섭해 했다. 언제나 아들 먼저였다. 아들은 대학을 3수를 해서도 대학을 보냈다. 딸은 고등학교도 보내주지 않으려 했다. 언제나 동생들에게 양보하여야만 했다.
계절의 순환은 거부 할 수 없듯이, 인간 또 한 세월에 순응해야 하는 것인 가보다, 어머니는 꼭 잡은 나의 손을 힘없이 놓고 말았다. 어머니의 웃는 모습은 생, 노, 병, 사, 의 깊은 골이 패여 창백해져만 갔다.
어머니가 떠나면서 남기신, 누렇게 닳은 천수경의 표지 옆에 끈 늘어진 108 염주 알, 손때 묻은 엄마의 사랑이 갈피끈에 끼워져 있었다.
나는 겨울 강으로 나가 상처 난 그의 일대기를 하얗게 빨아버렸다. 갈피끈을 끼울 데가 없어 주춤거리지 않을 수 없다.
영구차에 얹혀 첩첩 산중으로 실려 가는 어머니, 마른 솔가지처럼 늙은 손으로 청솔가지 꺾어 산길을, 군데군데 뿌려주는 어머니, “자식들이 산중에서 잃은 길은 대로보다 더 무섭다고” 집으로 돌아오는 나의 등 뒤에 그렇게 외치는 것 같았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사랑을 주는 것 에 그의 삶이 행복했던 것 같다. 나 또한 어머니의 전설 같은 사랑의 힘을 고이 간직 하리라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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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pearl 작성시간 12.04.20 누렇게 닳은 천수경옆에 108 염주알이 눈에 드셨습니까? 이제 어머님은 108 번뇌 모두 잊고 괴로움과 걱정이 없는 안락하고 자유로운 세상에 다시 태어나셨습니다. 이별의슬픔. 아니 <영원한 이별의 슬픔>보다 더 큰 슬픔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어머니의 아바타(avatar)로서 훌륭한 삶을 사실 때 어머니는 저 멀리서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이선생님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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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돌샘 작성시간 12.04.20 여사님의 어머니에 대한 글을 보니 떠오르는 글귀가 있습니다."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아니하고, 자식이 효도하고자 하나 부모가 기다려주지않는다." 하는 글귀가 생각납니다. 살아생전 아무리 호도를 했어도 돌아가시고 나면 항상 부족했고 후해스러운 것이 부모님에 대한 효도인가 봅니다. 효도는 끝이 없기 때문이지요. 이여사님의 부모님에대한 사랑이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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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1002 작성시간 12.04.20 선생님의 글을 읽고 저조 오래전에 떠나신 제 어머님을 그려봅니다.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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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도라지 작성시간 12.04.20 연주샘 아머니에대한 구구절절한 맘 달들은 잘 알지요. 친구의 부모가 편찮으시면 가볼 샐각을 않고 있다가 상을 당하고 찾아보는 아이러니를 범하는우리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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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연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4.21 선생님들 감사 감사 드립니다~ 선생님들의 말씀들 ~ 눈물이 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