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孤獨死
네 구具의 목 잘린 국화
돛이 늘어진 앙상한 배船의 늑골처럼
감지 못한 눈빛에 숨죽인 바람
차마 떠나지 못하는데
그대 떠난다고 슬퍼 자진하는
꽃잎 하나 있으랴
구더기, 녹슨 차꼬처럼
앙상한 뼛가죽에서 들끓는데
삼천 날의 고독을 저린 소주병들
끝내 비우지 못해
꺼이꺼이 아프게 우는 소리
아들, 딸의 눈물의 강을 타고
검은 불꽃의 터널
외로움과 서러움마저 모두 태우고
어허이 어허
저기, 저 하늘나라로
바람결에 태어나 잠시 일다
사라지는 바람같이
어허 넘자 어허이
어허이 어허
* '시와 산문' 올 봄호에 등재
* 이 시의 배경은 '산문&소설,콩트'란 135번 '고독사한 후배와 나의 이야기'입니다. 이 슬픈 사연을 이 정도로 밖에 못쓰니 어찌 후배의 영혼을 위로하며 어찌 시를 쓴다고 할지 내내 부끄러웠습니다.
산과 들이 녹두빛으로 물들 소생의 봄을 앞두고 겨울을 보내는 슬픈 소리라고 여겨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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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海 菊 김성희 작성시간 13.03.20 생명이 끝날 때는 짧은 한순간이었겠지요.
그러나 얼마나 숨이 막히는 고독을 느꼈을지.
내 가슴 속으로 한 줄 싸늘한 바람이 스쳐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안정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3.03.21 이런 슬픈 죽음이 나와 아는 이의 것이 될 때 그와의 기억은 마음 속에 깊은 울음으로 가라앉아 점점 더 깊어지는 걸 느낍니다. 나는 늘 주변의 사람들이 무엇보다 가정에서 행복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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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노산 작성시간 13.03.20 고독이 주었다는 생각으로 읽어보았습니다.
고독으로 인해 죽는거보다 고독을 죽이는게 낫다 싶어서요...
후배친구분도 어쩌면 고독을 죽이려다 고독과 함께 갔을 터지요.. -
답댓글 작성자안정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3.03.21 네, 그렇습니다. 내 후배도 무척 노력을 했지만 이미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고 역부족이었습니다. 우리네 삶이 이런 고독에 잡히지 않도록 간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