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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삶의변화

나도표 후....

작성자꾸움|작성시간22.11.29|조회수80 목록 댓글 14

 

서울에서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동료들이고 시간이 흘러 친구처럼 지내는 이들도 있지만...

바닥이 워낙 좁고,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인지라 자칫 일적인 스트레스를 나눴을 때,

그 말이 동료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보니 늘 말과 행동에 신경 쓰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을 만나는 게 스트레스이던 차에 프카의 권유와 경비지원으로 나도표 코스를 듣게 됐습니다.

 

좋았던 점은 그날의 포근한 날씨, 사실학교의 고즈넉한 분위기, 맑은 공기였습니다.

마을버스 종점에 내리기전에 차창 밖으로 사실학교의 낮은 담벼락과 작은 고랑이 파진 텃밭이 보였습니다.

마치 외할머니 집에 놀러가는 손녀처럼 들뜨고 설렜습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2분 거리의 사실학교를 찾는데 길치여서 그 근방을 헤맸습니다.

그때 큰 누렁이가 컹컹 짖었습니다.

그런데 무섭다기보다는 역시 시골 개는 패기가 있어!

엄지척 하고는 대문을 찾지 못해서 낮은 담벼락을 뛰어넘어 텃밭을 조심스레 밟고는 뒷문을 통해 사실학교에 입성했습니다.

늦을까봐 올라온 초조함을 아메리카노 한잔으로 진정시키고.

나도표 코스를 들으러 자리에 앉았습니다.

맨 앞자리는 부담스럽고 프카가 지원해주는 건데 잘 들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두 번째 줄에 자리를 잡고 눈에 힘 꽉 주고 들었습니다. 

 

오전에 나도표 코스에서 여러 주제가 나왔습니다.

경험, 주의, 오감 등등 오롯이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는 알겠는데 아직 명확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지난주 토요일 이후 지금까지 제게 남겨진 건 주의라는 단어였습니다.

늘 아이디어를 생각해야하고 생각해내야 한다는 직업의 특성상 두통이 심해서 타이레놀을 달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뭔가에 주의를 주자... 그 순간에 뒤죽박죽인 잡생각이 멈추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그 주의를 준다는 것도 제게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쟨 저렇게 생겼네, 아 이런 냄새가 나네, 얜 어디서 왔을까? 웃기네. 

그런데 그 순간에 오롯이 그것에 관심을 기울이자,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금은 하루에 10번만 주의를 주며 살자고 결정하고 현재 5번 주의를 줬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보면서 넌 어디에 붙어있던 애니? 다이아몬드처럼 생겼구나. 어디로 갈 거니? 물었습니다. 

그러자, 한 번도 관심 갖지 않았던 나뭇잎과 소통하고 연결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사람에게도 이런 주의를 주면 그 사람과 소통하고 연결되겠죠? 

일요일날 친한 언니가 운영하는 식당을 갔습니다.

언니가 손등에 화상을 입고 힘들어해서 설거지를 도왔습니다.

그때 설거지가 너무 많이 쌓여있어서 언니에게 미처 주의를 주지 못하고 설거지에게만 주의를 줬다는 게 떠올랐습니다.  

목요일날 만나는 동료들에게 주의를 주겠습니다.

평소 사담을 싫어해서 사담을 많이 하는 동료에게 늘 눈치를 줬습니다.

목요일은 그녀가 마음껏 사담을 할 수 있도록, 그녀에게 시간을 내어주고, 눈마추고 그녀의 말에 귀길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오후에는 나를 중심으로 관계를 정립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부모는 주는 존재이고 나는 받는 존재이다.

그 이전까진 모든 사람은 장단점을 갖고 있고 전 모든 사람의 장점만 받고 싶었습니다.

부모님도 마찬가지고요.

엄마에게 좋은 점만 받고 싶었습니다. 

아버지에겐 딱히 받고 싶은 면은 없었습니다. 

누군가 아버지를 닮았다는 말을 하면 속으로 싫어했습니다.

다만 그를 이해하고 노력하려고만 했습니다.  

사실 제 결정은 아니지만 지금은 제 결정입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꿈에 나와서 아버지를 부탁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때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내게 맡기고 하늘에서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란 말을 해주었습니다.

살면서 엄마의 부탁을 들어준 적이 없었습니다.

엄마가 하지 말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하면서 살았습니다.

돌아가시기 직전 응급실에 누워계실때도 결혼 언제 할 거냐는 질문에 혼자 살거라고 말했습니다. 

그게 마지막인 걸 알았더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할게. 그러니까 일어나야지 했을텐데... 

돌아가신 뒤에 그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꿈에서라도 약속 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그 약속만큼은 지키고 싶었습니다. 

엄마와의 약속 이후에 아버지에게 주의를 주니 그의 장점이 보였습니다.

그 시대의 남자들보다 자상하고 세심하고 집안 청소도 잘하고 밥투정도 잘 않고 잘 웃습니다. 

그런데 그의 도덕적이지 않은 면은 아직도 싫습니다.

그런 면이 떠오를때마다 화가 나서 소리칩니다. 

그리고 난 저러지 말아야지 맹세하며 살았습니다.

혹 주변에서 그런 면을 보이면 참지 못했습니다.

특히나 저보다 나이가 많거나 경험 많은 사람이 도덕적이지 않거나 옳지 않다고 느낀 순간에 직언을 해야만 직성이 풀렸습니다.

이번 나도표 코스를 하면서 윗사람과 치고받고 싸우는 게 여기에서 기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전 아직도 아버지의 모든 면을 받을 자신은 없습니다.

그런데 10번 싸울 걸 다섯 번으로 줄이고, 다섯 번 할 걸 한번으로 줄이다보면,

오롯이 그의 모든 면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올거라 믿습니다.  

 

나도표 코스를 하면서 느끼는 게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감사합니다.

전 좋은 부모님을 뒀고 천사 같은 형제를 뒀습니다.

부모님이 제게 주신 큰 선물은 늘 형제입니다.

그런데 그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프카가 2022년 나도표 코스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언제나 프카가 있어서 감사하고.

뭘 해도 여태껏 잔소리 한번 하지 않은 알파가 있어 더 있어 감사합니다.

뜨거운 신혼 때 제주에서 올라온 처제를 집에 머물게 하고.

그 처제가 밤을 잠을 자지 않아서 두 분의 고충이 있었을텐데... 나이들고보니 정말 죄송하단 생각이 올라올 때가 많습니다.  

글고 프카랑 싸우거나 기분 나쁘면 집 나가는 처제를 단 한 번도 꾸짖지 않고 묵묵히 봐준 알파의 인내심에 존경을 표합니다.

마지막으로 흙님과 나도표 코스에 함께 해주신 모든 님들께도 감사 인사 전합니다.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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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앱플 | 작성시간 22.11.30 꾸움♡ 뭉클하고 따뜻한데요
    피식 웃으며 친해진 것도 같아요~
    꾸움과 더 자주 마음 나누며
    함께 하고 싶습니다 ^^
  • 작성자산새 | 작성시간 22.11.30 꾸움의 후기에 가슴이 말랑말랑~♡
  • 작성자조르바 성희 | 작성시간 22.12.01 우와아아~ 다양한 경험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하나씩 알아가고 적용하시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멋있어요~~ 사랑으로 감싸주는 훌륭한 가족과 함께 하시는 빛나는 꾸움의 삶을 축복합니다!!
  • 작성자품이 | 작성시간 22.12.02 글을 따라 흐르다보니 가슴 찡한 감동이~
    나눔에 가슴이 따뜻하고 충만해졌어요~
    감사합니다~꾸움~♡
  • 작성자세연 | 작성시간 22.12.06 프카 꾸움

    두 자매의 연결감이 따뜻하고

    함께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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