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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문학]

[왕유]송별 (왕유3)

작성자미정|작성시간10.10.04|조회수176 목록 댓글 6

送 別                   이 별

송 별

                                                          王 維

 

山 中 相 送 罷        산 속에서 그대를 떠나보낸 후

산 중 상 송 파

 

日 暮 掩 柴 扉        날이 저물어 사립문을 닫는다.

일 모 엄 시 비

 

春 草 明 年 綠        봄풀은 내년에도 푸르련마는

춘 초 명 년 록

 

王 孫 歸 不 歸        그대는 다시 돌아올런가?

왕 손 귀 불 귀

 

 

  왕유가 친구를 이별하며 쓴 한 편의 시를 감상하자.

  오언절구체로 근체시에서 가장 짧은 시에 해당하지만 할 말은 다하고 있다.

  시는 조용한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이 시는 친구를 떠나보내는 전송의 광경을 읊고 있지 않다. 시의 출발은 떠나간 후의 일로부터 시작된다.

다른 시에서 본 이별시와도 다른 구성이다. 도대체 이별이 슬픈 건지 아닌지 말하지도 않는다. 읽는 독자로 하여금 상상에 맡기는 것이다.

  1, 2구에서 적은 글자 수 이기에 더욱 세심히 뚫어지게 바라보도록 하자.

  1구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짚어보면 산중에서, 서로, 이별을, 끝냈다 이다. 아주 간략한 보고서 같다.

  파(罷)자는 완료하다. 끝내다의 뜻으로 ‘학교 파했니?’ 하고 물으면 ‘학교 끝났니?’와 같은 뜻으로, 우리의 지금 세상에서 아직도 살아있는 고령 세대 중에는 한자를 잘 쓰는 유식한 사람이라면 쉽게 쓰던 단어이다. 헤어진 지점이 산속이었구나. 평범하기 그지없다.

  2구에서는 친구와 이별하고 시인은 집에 와 있었다. 얼마를 지났을까?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어둠이 찾아왔다. 아! 대문을 닫아야지.

  시인은 어둑어둑한 마당을 걸어 나와 조용히 사립문을 닫는다.

  시인은 자신이 친구와 헤어진 날의 행위만 전달하고 있다. 그런데 그 행위는 일상 이외에 아무것도 더 보태진 것이 없다. 어제도, 그제도, 또 내일도, 모레도 똑같이 낮에는 문을 열어 놓고 저녁이 되면 또 사립문을 닫겠지…

  무엇이 달라졌는가? 행위에는 달라진 것이 없는 일상의 일이다. 그러나 사립문을 닫는다는 행위에서 우리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리라.

  오늘 아침까지도 그와 함께 있었던 집이다. 그러나 오늘 저녁 문을 닫는 행위는 달라진 내용이 있다. 어제까진 문을 닫아도 그와 함께 한 집에 있었다.

  오늘의 문을 닫는 것은 이제 완전히 그대와 단절됨을 의미한다. 그는 가고 나만 안에 홀로 남아있다. 함께 살던 사람이 떠나버린 경험이 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어제까지, 아니 아침까지 그와 함께 먹고 마시고 웃고 얘기하고 함께 했던 공간이 텅 비어버린 느낌을 말이다.

바로 그 첫날, 그의 체취 때문에 슬펐다고 말해도 되련만 왕유는 절대로 헤어진 슬픔을 표면화시키지 않는다. 시를 읽는 이의 상상을 더욱 절절하게 이끌 뿐이다.

  사립문이 닫힌 공간에 가득 찬 적막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는 것 같다. 어둠 속에서 정적을 응시하며 시인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3, 4구에서 답을 찾아보자.

  봄풀은 내년에도 돋아나 푸르련마는 왕손, 그대여 돌아올 건가 아니 안 돌아올 건가? 시인은 떠나보낸 친구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인은 분명히 헤어지는 순간에 그가 돌아올지 안 돌아올지의 계획은 알고 있었으리라.

  3, 4구는 시인 왕유가 초사의 한 구절을 응용해서 자기화 시킨 것이다.

  초사의 초은사(招隱士)편을 보면 ‘왕손은 멀리 떠나 돌아오지 않고, 봄풀은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라고 되어 있어서 이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로 볼 때 왕유는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한 냄새를 풍긴다. 그러나 봄풀처럼 내년에 다시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왕유의 깊고 진지한 우정의 표현은 아닐까? 적어도 우리는 시인이 밤새 헤어진 사람 생각으로 가득했었음을 알 수가 있다.

  전체의 구성을 다시 살펴보면 극히 평범한 소재의 구성이다. 언어 역시 화려한 수식하나 없이 자연적인 배열을 갖추고 있다. 운용방법 역시 대단히 소박하여 전환, 역전 등의 놀래킴도 없다. 그러나 시를 다 읽고 났는데도 그 진지한 감정의 여운이 왜 이렇게 오래 남는 것인지는 왕유 특유의 필법에 있다. 이것은 도인답고 고품격을 갖춘 이별시였다. 이를 맛 이외의 맛(味外之味)이라고 말한다.

  때로는 중심에 있을 때 잘 모르다가 헤어진 다음에 그 진가를 알게 되는 것이 인간이리라.

 

 

참고 문헌: 송영주, 『중국시와 시인』, 시간의 물레,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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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연우 | 작성시간 10.10.04 역시 시는 조용한 강물처럼 흘러야 여운이 남는 것 같아요 ㅎㅎ
  • 작성자윤주 | 작성시간 10.10.06 화려한 멋은 없지만 담백하고 여운이 깊게 남는 것 같아요. 왕유의 시는..^^ 좋은 자료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상은 | 작성시간 10.10.19 친구가 떠날땐 여태 즐겁게 놀았지만 그래도 아쉽죠..그런 마음이 잘 드러난 시 같네요.
  • 작성자숙영 | 작성시간 10.10.22 겨울이 가고 봄이 다시 오듯이 그대가 다시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잘 드러나 있네요ㅠㅠ
  • 작성자경완 | 작성시간 10.12.15 헤어진 다음에 그 진가를 알게 되는 것이 인간이리라. 이 말 정말 와닿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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