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재 떠난 새

작성자하늘과 땅|작성시간26.06.12|조회수31 목록 댓글 2

​작년에 제비집을 짓고 살다 떠났던 제비들이 올 봄 다시 돌아왔다.

제비집 안에서 새끼 네 마리가 깨어났고, 어미 제비는 새끼들을 먹이느라 하루에도 수없이 둥지를 왕래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냈다.

그 덕에 우리 집도 갑자기 식구가 늘어난 듯 활기가 돌았다.
​나의 일상 역시 바빠졌다. 앙증맞은 새끼 제비들을 쳐다보는 즐거움에 빠졌기 때문이다. 운이 좋은 날이면 네 마리의 새끼가 저마다 입을 힘껏 벌려 먹이를 기다리고, 어미가 이를 다정하게 먹여주는 신비로운 광경을 목격하곤 했다.

그 모습은 미물에게서도 또 다른 삶의 이치를 배우게 만들었다.
​그 순간,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한꺼번에 짊어졌던 성경 속 욥의 고백이 떠올랐다. 친구들의 비난 섞인 아우성 속에서 그가 독백처럼 읊조렸던 간증이다.

​"이제 모든 짐승에게 물어보라 그것들이 네게 가르치리라
공중의 새에게 물어보라 그것들이 또한 네게 말하리라
땅에게 말하라 네게 가르치리라
바다의 고기도 네게 설명하리라"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마주했던 새끼 제비들이었건만, 외출을 마치고 오후에 돌아오니 빈 둥지만 남겨둔 채 모두 떠나고 없었다.
​자식 같던 네 명의 친구가 내 곁을 떠난 기분이었다. 아침마다 녀석들을 쳐다보는 것이 큰 낙이었는데, 이렇게 떠나보내고 나니 서운함에 자꾸만 빈 둥지로 눈길이 간다.

​짐승이나 사람이나 이 땅에 사는 모든 생명은 언젠가 떠나는 것이 운명인가 보다.

문득 '있을 때 잘해'라는 유행가 가사가 마음속에 맴돈다.
​빈 둥지를 바라보며 곰곰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정말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있을 때 잘하고 있는가?'

​생명의 말씀인 성경에는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라"라는 엄숙한 선언이 있다. 그런 종교적 선언이 아닐지라도, 매일의 아주 사소한 일상 속에서 만나고 교분을 나누는 이들을 늘 진심으로 대하고 싶다.

훗날 언젠가 내가 떠나는 날에 후회가 가장 최소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호정골에서
정종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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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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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한상림 | 작성시간 26.06.14 오랜만에 제비집을 보네요 어릴적 시골 초가집 아래 제비집을 의자 올라가서 알을 꺼냈던 기억이 있어요..매일.제비새끼들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하셨겠어요. 그런데 떠나바렸다니요. 얼마나 섭섭할런지 상상이 되지만 내년을 또 기다려야지요.
  • 작성자우병택 | 작성시간 26.06.14

    덕분에 성경 말씀 마음 깊이 새겨서 갑니다^^*

    생명의 말씀인 성경에는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라"
    라는 엄숙한 선언이 있다.
    그런 종교적 선언이 아닐지라도,
    매일의 아주 사소한 일상 속에서 만나고 교분을 나누는 이들을
    늘 진심으로 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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