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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호입니다.

6월 12일 민준호

작성자민준호|작성시간22.06.12|조회수3,323 목록 댓글 11

아침에 딸과 딸 친구 둘을 태우고 에버랜드에 갔다. 

 

어른이 있으니까 잠깐 조심하는 것 같더니 얼마지 않아 차안에서 떠들기 시작했다. 

 

그 내용도 스스럼이 없었다. 

 

아이들끼리 주고받는 농담을 듣고 있으니까 나도 재밌었다. 

 

'킹받는다'는 이미 언어적 소임을 다하고, '쫑받는다'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됐다. 

 

내 수강생보다 내가 언어적으로 한 발 앞서가게 됐다는 사실에 뿌듯해졌다. 

 

아이들 에버랜드에 내려주고 나는 근처 피씨방을 찾아 나섰다. 

 

아이들 마칠 때까지 피씨방에서 작업하면서 기다릴 생각이었다. 

 

에버랜드 가까운 곳 마을 이름이 둔전리였다.  

 

마을 이름을 보니 조선시대에 군영이 있었던 듯하다. 

 

분명히 네이버 지도에는 피씨방이 있다고 나와있는데, 실제로 가보면 없었다. 

 

코로나 시국에 폐업을 한 듯했다. 

 

근처 동백지구로 갔다. 

 

동백지구는 1년 정도 살아본 적 있어서 익숙하다. 

 

아이들 아기였을 때 추억이 여기저기 남아있는 곳이다. 

 

피씨방에 자리를 잡았다. 

 

회원을 가입하고, 5,000원 선불권을 끊었다. 

 

기본강의 피피티 원고 작업을 했다. 

 

공부방송을 해보려고 유튜브를 켰는데, 계정에 문제가 생겼는지 방송을 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카페에 글 하나 올리고 그냥 혼자서 일을 했다. 

 

중간에 과자도 하나 사먹었다. 

 

한참을 일하다보니 졸렸다. 

 

돈내고 잠드려니 아까웠다. 

 

생각을 바꿔서 피씨방 비용으로 잠을 잘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아깝지 않았다 .

 

잠들었다. 

 

잠에서 깨어보니 컴퓨터가 꺼져있었다. 

 

그 사이 5,000원어치 시간이 다 끝난 것 같았다. 

 

다시 돈을 충전하고 컴퓨터를 켰다. 

 

그때 알았다. 

 

피씨방 컴퓨터는 한 번 꺼지고 나면 기존의 데이터는 깔끔하게 지워진다는 것을.

 

오후동안 해왔던 작업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 있었다. 

 

졸다가 낭패를 당한 것이었다. 

 

헛웃음이 났다. 

 

카페에서 일할 걸 괜히 피씨방에 왔나....싶었다. 

 

피씨방을 나섰다.

 

이상하게 허기가 졌다. 

 

버거킹에 가서 치즈스틱이랑 치킨 몇 조각을 주문해서 먹었다. 

 

아이들을 태우러 에버랜드로 갔다. 

 

아이들이 즐거움과 피곤함이 반씩 채운 표정으로 차에 탔다. 

 

요즘 에버랜드가 핫해서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적어서 놀이기구 실컷 탔다고 자랑했다. 

 

그리고 또 지들끼리 떠들었다. 

 

이번에는 나도 몇마디 거들었다. 

 

집에와서 씻고, 잠깐 쉬었다. 

 

오늘 작업을 많이 해야하는 날인데, 사고가 나는 바람에 아무런 결과도 남기지 못했다. 

 

잠들기 전까지라도 작업을 하려고 컴퓨터에 앉았다.

 

그러다가 문득 오늘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를 기록하다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닌 것 같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해서, 뜻한바대로 살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좀 아쉽지만 이게 또 나의 모습이고, 나의 하루다.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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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랭개 | 작성시간 22.06.14 오랜만에 들러서 또 위로받고 갑니다 수험생일 때도 한없이 위로가 되었었는데 여전히 따스하시군요🥲❤️
  • 작성자권도수진행관자정거임~~~~~~~~ | 작성시간 22.06.14 ㅋㅋ일기가 너무재밌어요 잠들었다가 그동안 한거 다날려버리기,,, ㅠㅠㅋ웃프당,,,,,
  • 작성자믿고사회갑니다 | 작성시간 22.06.14 피방 컴터 쫑받네요 ㅠㅠ
  • 작성자sonnet | 작성시간 22.06.14 준호쌤 일기 재밌어요~!
    퇴근하고 보는데 위로가 되네요~
    오늘 하루 너무 힘들어서 허탈한 심정으로 퇴근길에 버스에서 멍때리며 집에 왔는데, 갑자기 나 자신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지는 일기예요:)
  • 작성자자기등신이야 | 작성시간 22.06.15 위로받고 싶어왓는데
    역시 위로가 되어주시네요♡
    급 민쌤딸 하고싶네요ㅋㅋㅋ
    킹받고 쫑받고 다받을수있는데...
    그러기엔 35 아들둘맘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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