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정도면 음식에 있어 어릴 때 꼭 듣게 되는 말이 있죠.
'골고루 먹어라'
'남기지 마라, 벌 받는다'
하루 세끼 밥으로 만족 해야 했고
이따금 고구마, 감자, 옥수수 찐 것정도에
가끔 술빵을 만들어주기도 하셨지만요
뭔가 마냥 모자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의 시절,
그래서 명절이 특별했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kt, 당시 한국전기통신공사에 다니셨던 아버지의 근무지는 강화도.
다리가 놓여지기 전부터 근무하셨기에 하숙을 하셨지요.
하숙집은 정육점.
끼니마다 고기가 놓여지는 밥상인 건 당연하고
집에 오실 때마다 고기를 사오셨답니다.
가족이 한 상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며
식성이라는 것이 형성됩니다.
어릴 때야 주는대로 먹게 되지만 자라면서 호불호의 음식이 생기기도 합니다.
어릴 땐 생선을 좋아해서 생선장사에게 시집 보내야 겠다는 소릴 꾸준히 들었습니다.
잡식(골고루 먹는 다는 뜻)이었죠, 선지, 닭발,내장,곱창 등 먹어본적 없지만 소,돼지,닭 을 고기로 먹기도 했었지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처음에는 무심코 부모님들이 하셨던 것처럼
골고루 먹게 하려고 했는데 식사 시간이 즐겁지 않았어요,
자랄수록 더 선호하는 음식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아이들로인해 배우게 되었어요.
강요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때그때 필요로 하고 요구하는 것들을 주니 갈등은 없어졌습니다.
하루에 5kg 귤 한상자를 먹는 등 사과, 배, 감,포도, 수박, 메론 등등 그렇게 과일을 좋아하던 아들은 지금은 과일을 아주 가끔 먹습니다. 배, 참외는 싫어졌다 하더라구요.효소를 좋아 합니다^^키는 185를 넘고 말랐어요.
우리 둘이 안으면 뼈 때문에 아픕니다.
딸은 달달한 과일만 좋아 합니다.콩, 못 먹습니다.생선도 안 먹습니다.
요즘 친구들 식성이지만 가리는 것이 좀 있습니다.
안으면 참 좋습니다.
각자의 식성대로 먹고 상대에게 권하지 않습니다.
한번정도 '먹어볼래', 묻지만 아니라면 그걸로 끝.
나는 먹는데 너는 왜 안 먹는지 이게 이래서저래서 좋다더라 뭐 이런 걸로 소모전 하지 않습니다.
즐거운 식사가 됩니다.
잡식일 때도 늘 체중은 45정도. 임신 때 늘었던 체중도 출산 후 원래로 돌아옵니다.
울 엄마는 너는 살만 좀 붙으면 이쁠텐데^^ 늘 그러십니다.
항상, 분명 신경질적일거야, 까다로울 거야, 차가운 인상이야, 왜 저러고 살아. 기타 등등
많은 말을 듣고 살아왔습니다..
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건 그들의 생각일뿐.
'다름'을 '틀림'으로 알고 있지 않은 제에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음식을 선택하는 건 타인일지라도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한 주도권은 제게 있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먹을 것이 있습니다.
저는 늘 충분히 먹고 마십니다.
제가 원하는 것으로요.
오죽하면 도행님께서 떨어진 입맛 살리는 낙지, 글 올리셨을 때
입맛이 떨어져야 살리지 않겠느냐는 댓글을 달았겠어요.
같은 음식을 먹는 것에서 동질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음식을 먹더라도 같은 자리에서 함께 한다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있다더군요.
다름은 다른 것일뿐
맞고 틀리고는 아니니까!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나그린 작성시간 18.10.28 말씀을 참 맛깔나게 하시는 분이네요^^
예쁜 수필집 내시면 좋을듯요~~^^ -
답댓글 작성자도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8.10.29 ^-----------^*읽고 웃음 지으신 거, 맞죠.
즐겁게 앍어주셔서 고맙습니다`^--^b -
작성자엘사 작성시간 18.11.01 산 속의 옹달샘 같은 글의 느낌..
'다름'을 자녀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에 같은 엄마로서 부끄러워집니다.
알고는 있지만 쉽지만은 않는 것은 욕심과 집착이겠지요.
죽비 한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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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도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8.11.01 시원한 물이었다면 제가 더 감사를 드려야죠^----^*
저도 나날이 배웁니다.
지혜는 깨닫는 자의 몫이니까요.
엘사님의 너른 마음이 살며시 느껴져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