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인사 말씀 올립니다.
甲寺에 모셔놓은 어머니 영전에 엎드려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지난 15日 문경 선영에서는 저의 불효를 꾸짖듯이 종일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가슴속을 타고 흐르는 회한의 눈물로 제 가슴도 몸과 함께 흠뻑 젖었습니다.
天壽를 다하셨다고는 하지만, 마지막 가시는 길이 결코 순탄치 못하셨습니다. 운명 직전까지도 부정맥과 호흡 부전으로 엄청난 고통이 따랐습니다. 어찌할 수 없는 그 한계가 지금도 저를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그간 10년이 넘는 투병은 저와 제 아내, 그리고 온 가족을 힘들게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가족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큰 은혜도 함께 주셨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1918년 부농의 맏딸로 태어나셨습니다. 그러나 유복한 외가에서의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 저희 집으로 시집을 오신 후에는 고통의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특히 결혼 직후 제 아버지께서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 됨에 따라 9년간이나 생이별을 하셨습니다. 더구나 큰아버지 내외분과 당숙 어른 내외분이 일제의 강압을 피해 만주로 도피함에 따라, 어머니의 고통은 배가되었습니다. 그 당시 대부분 다 그러하였겠지만 양반가라는 명분밖에 없던 집안 형편으로 층층시하의 시어른들을 모시고 외로움과 궁핍한 삶을 온몸으로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광복이후 귀국하신 아버지와 함께 상주에서 저의 외가가 있는 문경으로 분가를 하셨지만, 6․25 전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은 계속되었습니다. 제가 어려서 희미한 기억밖에 없지만 종가의 경제문제도 어머니가 모두 떠안아야만 했었습니다. 더구나 일찍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로 인하여 가족들을 위한 희생과 인내는 계속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들과 집안에서의 중노동은 30여 년 전 농암을 떠나실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그 이후에도 외손자, 친손자 가리시지 않고 아이들 양육을 도맡아 하시는 등 끊임없이 내어주는 삶을 지속하셨습니다.
어쩌면 어머니는 '"살아서 주인을 위해 일하고 죽어서는 가죽과 피마저도 헌신하는 한 마리의 작은 암소"'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강인한 생활력을 뿜어 내셨는지… 지금 생각하면 그저 송구스럽고 죄인이 되어버린 심정입니다.
어머니는 평생 한 가지 노래만을 온몸으로 불렀습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도 그것 하나뿐이었습니다. 그것은 자식들을 향한 '짝사랑'이었습니다. 한 없는 사랑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유품으로는 평소에 읽으시던 구운몽과 같은 고전 소설 몇 권과 그 속에 제 어린 날의 까까머리 사진 한 장, 현금 5만원, 그리고 아버지 성함이 빛바랜 농암 고향집의 문패가 손수건에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베푸실 수 있는 것은 모두 내어놓으시고, 빈 껍데기로 저 세상으로 가셨습니다. 작은 비석에는 "짝사랑은 그만하시고 편히 쉬세요."라고 새겨드릴 계획입니다.
어머니를 잃어버린 저와 제 가족의 아픔을 씻어주신데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0. 3. 23.
속죄인 이 영 태 올림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마라톤 작성시간 10.03.25 농암인 이라면 아마도 많은 사람이 선배님의 어머니를 기억 하실 것입니다.저도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 합니다.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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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마돈나 작성시간 10.03.25 늘 회한의 눈물..생전의 어머니의 사랑처럼 어둠이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살겠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슬픔보다는 추억을 더듬으며 맘을 추스리고 있습니다. 오빠의 글 저보다 먼저 올려주심에 선배님 감사드립니다. 불운을 통해 어려움을 배우고 성장하는 어머니의 가슴으로 이겨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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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디빠리. 작성시간 10.03.25 가슴이 미어 집니다. 우리 부모님들의 그시절 그 마음들을 짐작하며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픈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역시 지금 계신다면...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보며 아픈 눈물을 가슴깊이 감추어 놓기도 하지요.숨쉴 때마다 고통 스러운 그리움이지요. 함께 나누겠습니다 선배님의 그아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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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느티나무 작성시간 10.03.26 편찮으신 어머니를 위하여 효성지극한 마돈나 친구도 항상 어머니 목욕 시켜 드리러 간다고 할때 정말 효녀라는 생각을 했는데 모든 남매 분들이 효자 효녀 시군요~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이제 모친께서 천국에서 무거운 짐 다 내리시고 편히 쉬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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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루비 작성시간 10.03.29 언제나 자식의 마음이 그러하듯이 어머니도 그마음을 알고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입니다.. 상심이 많이 크셨을 것을 생각하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