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인연(十二因緣)
모든 괴로움(苦)이 어떻게 생겨나고 이어지는지를 설명하는 연기의 법(緣起法)입니다. 니치렌 대성인께서는 이를 통해 인간의 괴로움이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과거·현재·미래의 인연이 서로 이어진 결과임을 가르치셨습니다.
▶과거의 두 가지 ‘인(因)’
1. 무명(無明)—어리석음, 진리를 모름
모든 괴로움의 뿌리입니다. 법화의 진리를 모르고, 생사(生死)와 업보의 원리를 모르는 상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화를 낼 때 “이게 나의 본성이다”라고 착각하며 어리석음 속에서 행동하는 것과 같습니다.
2. 행(行)—무명에 따른 행위(업)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생각·말·행동이 업(業)을 짓습니다. 분노나 탐욕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이 바로 ‘행’입니다. 이것이 미래의 과보를 낳는 씨앗이 됩니다.
▶현재의 다섯 가지 ‘과(果)’
3. 식(識)—의식이 생김
업의 힘으로 새로운 생명의 의식이 생겨납니다. 예를 들어, 화를 잘 내던 사람은 다음 생에서도 그런 성향이 이어집니다.
4. 명색(名色)—몸과 마음의 기초
‘명(心)’은 정신, ‘색(身)’은 육체를 뜻합니다. 의식이 몸과 마음의 구조를 형성하는 단계입니다.
5. 육입(六入)—여섯 감각기관
눈·귀·코·혀·몸·뜻(意)이 생깁니다. 즉, 세상을 인식할 준비가 된 것입니다.
6. 촉(觸)—감각의 접촉
감각기관이 대상과 만나 느낌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나를 무시할 때, 그 소리(청각)와 마음이 접촉해 분노의 씨앗이 생기는 순간입니다.
7. 수(受)—느낌·감정의 수용
접촉을 통해 즐거움·괴로움·무감(無感)을 느낍니다. “기분 나쁘다” “속상하다”는 감정이 바로 ‘수’입니다.
▶현재의 세 가지 ‘인(因)’
8. 애(愛)—집착·탐욕
즐거운 것은 더 가지려 하고, 괴로운 것은 피하려 하는 마음입니다. 분노의 경우, “저 사람을 용서못해” 하는 집착이 ‘애’입니다.
9. 취(取)—붙잡음, 집착의 심화
애착이 더 깊어져 ‘내 생각이 옳다’, ‘내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집착으로 발전합니다. 화가 점점 커지고, 그 감정에 사로잡히는 단계입니다.
10. 유(有)—존재와 업의 형성
집착이 강해지면 새로운 업(業)을 짓게 되고, 그 결과가 다음 생의 존재(有)를 만듭니다. 즉, 분노로 말하거나 행동함으로써 새로운 괴로움의 원인을 쌓는 것입니다.
▶미래의 두 가지 ‘과(果)’
11. 생(生)—새로운 생의 시작
이전의 업에 의해 새로운 생이 태어납니다. 그 사람의 성격, 환경, 습관 등이 과거의 업에 따라 정해지는 것입니다.
12. 노사(老死)— 늙음과 죽음, 괴로움의 완성
태어난 존재는 반드시 늙고 병들고 죽습니다. 이것이 일체의 괴로움(諸苦)의 완성입니다.
이렇게 과거의 원인이 현재의 결과를 낳고, 현재의 원인이 다시 미래의 결과를 만들어 삼세(三世)를 통틀어 괴로움이 이어지는 구조를 ‘십이인연’이라 합니다.
니치렌 대성인은 이렇게 가르치십니다. “우리의 몸은 제고(諸苦)로써 체(體)로 함이라.” 즉, 이 생의 괴로움은 단절된 것이 아니라 과거의 무명과 행에서 비롯된 인연의 연속이며, 이 사슬을 끊는 길은 오직 법화경의 신앙을 통해서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