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소묘(素描) / 김도연
이슬방울 하나가
구르고 굴러 무사히 지상에 안착할 때까지
풀잎 하나가
제 몸을 낮춰 꽃망울 맺을 때까지
나를 위해 암암리에 그림자처럼 다가올 당신
생각이 자꾸 젖은 나뭇잎처럼 내 곁에 눕습니다
가벼운 침실에 누운 둘은 너무 무거운데
어쩌자고 달빛은 또 무분별하게 번져오는지 어쩌자고 봄날은
랄라라 대책도 없이 트랄랄라 깔깔거리는지
눈 질끈 감고
흔들리는 몸 당신에게 기대보지만
그래요,
그것이 나를 향한 연민이라면 이대로 폭삭
늙어가도 좋겠죠
주인 없는 어둠을 지우며
내 속에 웅크린 나 자신을 향한 눈 먼 안부쯤이야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온들 어때요
구차한 변명이 싫어서 자장가를 부르던 날들이
랄랄~라 늘어만 가지만
뭐 괜찮아요,
어제의 기억은 내일엔 부재중일 테니까요
젖은 눈물이 미처 마르기 전
나 홀로
어느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 이슬처럼 구르고 구른다 해도
지상의 침실은 언제나 그늘진 응달
늘 그랬던 것처럼
<출처: 시와 글벗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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