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dside 역에서 11시 24분 기차를 탄다.
티브이나 레디오에서는 2피트 눈이 온다고 밖에 나와 돌아다니지 말라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나는 집으로 가야 한다.
집에 가면 따듯한 음식도 커피도 있다.
피곤하니 따끈따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 먹고 싶다.
김치를 얹어 먹으면 바로 그것이 천당에서 먹는 음식일 게다.
11시 24분 기차 다음에 3대가 더 있고 그다음은 기차가 안 다닌단다.
2시 24분 기차가 마지막이라 한다.
내가 사는 헌팅톤은 러시아우어 때는 한 시간에 3대도 다니지만, 주말이나 한가한 시간에는 한 시간에 한대다.
그것도 우드사이드에서 직접 헌팅톤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Jamaica 역에서 바꿔 타야 한다.
아무튼, 오늘 집으로 들어가려면 잽싸게 움직여야 한다.
눈발이 점점 세어 진다.
다행히 아직 까지는 기차나 전철이 정상적으로 달라고 있다.
물론 비행기는 미 동북부 전체가 휴업으로 들어간 지 한나절이나 되었다.
Jamaica Station에 내가 사는 헌팅톤 가는 기차가 들어 왔다.
기차에 철석 주저앉고 보니 이제 아름다운 눈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이다.
차창을 스치고 지나는 눈 오는 풍경이야말로 영화에서나 보는 그런 느낌이다.
지붕과 텃밭 그리고 길에는 온통 흰 눈 투성이다.
가끔 지나는 에머전시 차만 보인다.
싸요셋에서 사진 찍고,
꿈에 그리던 그 풍경이 차창을 누빈다.
Cold Spring Harbor Station의 눈 덮인 광경은 경이롭기 까지 하다.
이름답게 산이 제법 높아서 그런지 말 그대로 설경이다.
나무가지에 붙어 있는 눈덩이들은 정말로 하얗다.
최유나가 부른 "눈이 내리네"의 가사가 생각난다.
눈이 내리네
당신이 가 버린 지금
눈이 내리네
괴로워지는 내 마음
끗내 그리는
따듯한 미소가
흰 눈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네
하얀 눈을 맞으며 걸어가는 그 모습
애처로이 불러도
하얀 눈만 내리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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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팅톤 기차역에 내리니 택시가 없다.
그렇게 택시요, 택시요, 불러대던 택시는 안 보인다.
이제부터 집까지 걸어가야 한다.
일기 좋은 날에는 가끔 걸어 다녀 본 적이 있다
거의 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눈발이 센 지금, 어찌 집까지 걸어간단 말인가?
내복도 안 입고, 양말도 목이 없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대기실에서 눈 감고 졸거나 전화하고 있다.
카메라에 잡힌 아름다운 사진을 카페에 올릴 생각을 하니 대기실에서 우왕좌왕할 때가 아니다.
막상 큰 거리로 나오니 별것 아니다.
거리에는 차가 없어 길 가운데로 저벅저벅 걸어가도 아무 이상 할 것이 없다.
바람 소리만 거창하지 막상 내 얼굴에는 바람기도 없다.
물론, 벙거지를 써서 눈, 코 그리고 입만 나와 있으니 얼어붙을 곳이 없다.
가끔 지나는 에머전시 차나 눈 치우는 차량만 다닌다.
성급한 사람들은 벌써 드라이브 웨이를 치우고 있다.
한 시간 이상 걸어오면서 낭만을 느낀다.
자연의 신비로움을 다시 느낀다.
눈발은 점점 더 세진다.
기차역을 떠난지 한 시간 10분 만에 집에 들어온다.
뜨끈뜨끈한 오뎅 그리고 만두를 먹고 너부러진다.
깨어보니 일요일 아침이다.
햇살이 눈부신 그런 일요일 아침이다.
거의 15시간을 자고 나니
새로운 세상이다.
몸에 아무 이상 느낌이 없다.
사과 하나를 깎아 먹고 컴을 뚜드린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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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유순(뉴욕) 작성시간 16.01.25 박사님, 금요일 밤부터 눈이 온다 해서 모두들 꼼짝 않고 있었는데 토요일 어디를 다녀오셔 그렇게 혼나셨습니까?
양박사님 건강은 알아 주어야 겠네요. 속내의도 안입으시고 한시간 이상을 눈속을 걸어서 집에 오셨으니 정말 훌륭하십니다. 덕분에 설경사진 잘 보앗습니다. 감사합니다.더욱더 건강하세요. -
답댓글 작성자양인회(뉴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01.25 꼭 가야 할 곳이 있었습니다. 토요일의 눈 속 걸음은 아주 낭만적이었답니다. 차량도 드문 대로를 걷는 다는 것, 사진도 마음대로 찍고. 상상 외로 춥지가 않았습니다.
내일 눈칠 일이 아직도 남아 있지요.
눈 내리는 풍경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다음 학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아주 행복했답니다. -
작성자유미분(뉴욕) 작성시간 16.02.04 멋지세요^^ 우린 집에서 꼭꼭 박혀서 아침 ,점심,저녁 챙겨 먹느라고 힘들었는데....... 살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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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인회(뉴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02.06 방콕 하셨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