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 지나도 멈추지 않는 기차… DMZ 피스트레인이 남긴 후유증
지난 6월 12-14일, 강원도 철원 고석정 일대를 뜨겁게 달군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26’의 여운이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시지 않고 있다.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의 접경지역에서 ‘음악을 통해 평화를 전한다’는 취지로 2018년에 개최된 이 페스티벌은 올해도 수많은 관객에게 즐거움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이번 축제는 필자에게 조금 더 특별했다. 평소 전국 각지의 음악 페스티벌과 콘서트를 20번 넘게 찾아다닌 지독한 ‘페스티벌 러버’인 필자가, 올해는 관객이 아닌 자원봉사자 ‘피스메이커(Peacemaker)’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나름 축제 좀 다녀봤다고 자부하는 관객의 눈으로 바라본 피스트레인은, 다른 페스티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정함과 특별함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배려의 공간, 모두가 평등하게 즐기는 축제
DMZ 피스트레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축제 공간 곳곳에 녹아 있는 ‘배려와 다양성’이었다. 일반적인 페스티벌이 관객의 편의성이나 상업성에 치중하는 반면, 이곳은 모두가 소외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임산부, 장애인, 노약자 등 교통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마련된 ‘컴포터블 존(Comfortable Zone)’이다. 특히 이 구역에서는 관객들의 안전하고 편안한 관람을 돕는 ‘우정원정대’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들의 세심한 지원 덕분에 축제장 내의 신체적·물리적 장벽은 자연스럽게 허물어졌다.
비단 무대 앞뿐만이 아니었다. 관객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의시설인 화장실에서도 차별화된 디테일이 빛났다. 뷰티 브랜드 ‘러쉬(LUSH)’와의 협업을 통해 화장실 내부에 싱그러운 향기를 가득 채우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한 것. 사소해 보일 수 있는 공간까지 세심하게 관리하는 운영국의 센스 덕분에 관객과 스태프 모두 기분 좋게 축제를 만끽할 수 있었다.
헤드라이너는 없다… 음악으로 수평을 이루는 축제
수많은 페스티벌을 다니며 매번 타임테이블의 ‘가장 마지막 순서(헤드라이너)’에 열광했던 필자에게 피스트레인의 라인업 구성 방식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DMZ 피스트레인에는 헤드라이너가 없다.
특정 유명 아티스트에게만 이목이 집중되는 일반적인 페스티벌과 달리, 이곳은 참여하는 모든 뮤지션이 동등한 무게감을 가진다. 국적, 장르, 인지도의 벽을 넘어 음악 그 자체와 메시지에 집중하게 만드는 이러한 수평적인 구조는 관객들로 하여금 편견 없이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게 했다. 대형 스크린에 잡히는 아티스트의 얼굴보다, 무대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와 이에 화답하는 관객들의 연대가 축제를 이끄는 진짜 원동력이었다.
‘인간활동', 우리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다
특히 올해 DMZ 피스트레인이 던진 메시지는 정말 강렬했다. 매년 새로운 슬로건을 선보이는 피스트레인의 올해 주제는 바로 ‘인간활동(Human Activity)’이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인간의 갈등이 만들어낸 단절의 땅 철원에서, 역설적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활동인 ‘음악과 연대’를 통해 평화를 노래하겠다는 선언이다.
현장에서 마주한 ‘인간활동’은 거창한 말에 그치지 않았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도 서로를 향해 웃어 보이던 관객들의 몸짓,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잔디밭 위에서 함께 기차놀이를 하며 춤추던 관객들의 춤사위 그 자체였다. 갈등과 혐오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 이번 축제는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정말 생생하게 잘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준 시간이었다.
관객으로선 절대 느낄 수 없는 기쁨… 청춘들이 말하는 피스트레인
현장에서 땀 흘린 동료 피스메이커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철원을 찾았지만, 입을 모아 "금전적 가치로 환원할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을 얻었다"고 말했다.
입대 전 새로운 경험을 위해 지원했다는 강모(23)씨는 "늘 관객으로만 참여하다가 피스메이커로 일하게 되어 처음엔 긴장도 했다"며 "하지만 친절하고 활기 넘치는 사람들과 함께한 덕분에 사흘간의 피로도 잊고 즐겁게 보냈다. 자원봉사를 하며 느낀 소속감과 연대의식은 앞으로도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휴학을 맞아 자원봉사의 꿈을 실현했다는 임모(23)씨 역시 철원의 자연과 음악이 주는 치유의 힘을 강조했다. 임씨는 "철원의 자연과 음악이 너무 잘 어우러지는 곳에서 일할 수 있어 행복했다"며 "무대 뒤에서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과정 속에서, 유독 행복해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많이 보여 더 큰 보람을 느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많은 것을 얻고 돌아간다"고 미소를 지었다.
평소 페스티벌을 좋아해 비용을 아끼고 공간의 아름다움을 즐기고자 지원했다는 대학생 이모(22)씨는 유쾌한 후기를 남겼다. 이씨는 "끝나고 나니 역시 관객으로 노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하지만 일하고 봉사하며 얻는 또 다른 즐거움은 관객으로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답했다.
일주일이 지나도 멈추지 않는 후유증
피스메이커로서 축제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고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필자를 포함한 수많은 이들이 여전히 ‘피스트레인 후유증’을 앓고 있다. 눈을 감으면 고석정의 푸른 자연과 그 위를 수놓았던 강렬한 밴드 사운드, 그리고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서로 손을 맞잡고 춤추던 관객들의 미소가 아른거린다.
자원봉사자로서 땀 흘리며 축제를 도왔다는 보람을 넘어, ‘평화와 공존’이라는 가치가 음악을 통해 어떻게 실현되는지 온몸으로 체감한 시간이었다. 익숙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도 마음만은 여전히 철원의 달가운 바람 속에 머물러 있다. 평화의 기차는 멈췄지만, 그곳에서 피어난 연대와 배려의 향기는 오래도록 가슴속에 남을 것 같다. 단연코 DMZ 피스트레인은 필자가 경험한 가장 아름답고 다정한 축제였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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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영기 작성시간 06:29 new
=신체적·물리적 장벽은 자연스럽게 허물어졌다 (이런 말은 구체적인 우정원정대 활동 묘사가 나온 뒤에 할 말. 사진설명도 우측 사진의 경우 이게 왜 컴포트블존인지 잘 안 느껴짐.사진 설명도 최대한 구체적으로)
=헤드라이너가 없다는 단락에 최소한 어떤 사람들이 나와 무슨 공연을 했는지 정도는 알려줘야.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잔디밭 위에서 함께 기차놀이를 하며 춤추던 관객들의 (해외 참가자를 말하는 것이면 어디에서 왔는지 정도는 들어가야. 기사는 감상문이 아님. 감상을 좀더 강하게 전하고 싶어도 기본 팩트는 뒷받침돼야)
=사진설명도 보완 (춤추는 관객들이라고 했는데 춤추는 모습은 잘 안보이고 사진 찍는 이들의 뒷모습만 보임. 사진 설명은 사진에 보이는 모습을 설명하는 문장)
=피스트레인은 주최가 누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