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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이양주와 은둔의 미학(231104)

작성자이냐시오|작성시간23.11.05|조회수47 목록 댓글 3

10/12 이양주 제조가 시작되었다.

먼저 누룩과 찹쌀로 밑술을 만들고 고두밥을 쪄서 덧술을 투입한다.

 

술 담는 항아리가 작아서 작년에는 민통선에서 큰 것을 얻어와 담았다가 실패해 부렀다.

알고 보니 간장이나 된장을 담았던 항아리는 잘 안되는 것이다.

시음회도 하고 홀짝 홀짝 마시다 보면 어느새 동이 나서 아쉬웠지만 

새 항아리를 구하는 것도 일이고 해서리..... 그대로 쓴다. 

 

다음날 나무 주걱으로 한번 휘익 저어주고...

 

작은 방에 둔 항아리에서는 제법 술 익는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술 담근지 24일차가 된 이양주....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 숙성이 끝나있다.

 

이양주만 살포시 떠서 여러 병에 나눠 담았다.

묘주 명찰을 준비해 달라는 마님의 지시가 떨어졌다.

 

이양주를 다 퍼담고 술 찌개미가 남았네.

 

찌개미를 짜서 퍼담고 마지막으로 물을 섞어서 짜낸 막걸리로 마무리 한다.

 

妙酒 III는 이양주 시즌3의 뜻이다.

젊은() 여자(女)는 묘(妙)하다?

 

텃밭의 가을걷이와 함께 이양주를 거르면서 계절도 금방 지나간다.

술을 보고 술 향기를 맡으니 최근 읽은 책의 내용이 와 닿는다.

 

갈팡질팡하는 마음 속 혼란은 나의 경우 세 갈래다. 

하나는 이태백의 현실 밖 세계인 '술의 세계'를 사는 낙천적인 길이다. 
그는 <행로난>이라는 시에서 "살아생전 한 잔 술을 즐기는 게 낫지/ 
죽어 천년 뒤 이름을 전해 무엇하랴"라고 읊조렸다.

 다른 하나는 장자의 고고한 '物外의 세계'를 사는 현실 초월이다. 그것은 坐忘을 통한 공중 부양으로 군중속의 고독을 되씹으며 육체적 자아를 잊고 세속적 잔꾀를 버리는 離形去知의 삶이다. 

 마지막 하나는 세상과 자신을 웃어넘기는 여유를 갖는 은둔자적 삶이다. 도연명이 이 같은 삶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41세에 물질의 노예가 돼 부림을 당하느라 상할 대로 상한 마음을 달래고자 외딴집 고향의 전원으로 귀향해 은거하면서 친구들 웃음거리로, 술 안주로나 삼고자 한다며 飮酒라는 시 20수를 지었다.
미관말직의 벼슬살이로 생계를 꾸리노라 "마음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고 말았다"는 그의 '귀거래 탄식'은 유가 도가 불가의 철학을 뭉뚱그려 담고 있는 단장의 절규다.
(이은윤  은둔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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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이냐시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1.05 봄에 술을 담그고 나서 남은 누룩이 유효기간 지나기 전에 담는다고 했다.
    모자간에 시음을 하는데 쓴 맛은 없고 제대로 된 것 같다는 촌평이다.
    화중지병이라....
  • 작성자ppasha | 작성시간 23.11.05 묘[妙]: 이(理)가 미묘하고 사(事)가 희유하여, 마음으로 생각할 수 없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것. 곧 불가사의(不可思議) [한국고전용어사전]
    묘[妙]: ① 최상. 최고. ② 뛰어남. 우수함. ③ 오묘함. 심오함. [시공 불교사전]
    묘법[妙法]: 묘(妙)는 불가사의(不可思議), 법(法)은 교법(敎法)을 뜻하며, 부처 일대(一代)의 설교(說敎) 전체를 말함 [한국고전용어사전]
    묘령[妙齡]: 한자어 ‘妙(묘)’의 새김으로 ‘젊다’나 ‘아름답다’라는 뜻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묘령(妙齡)’은 스무 살 안팎의 꽃다운 나이, 곧 ‘방년(芳年)’에 이른 여인의 나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묘령(妙齡)’이나 ‘방년(芳年)’ 또는 ‘방령(芳齡)’은 모두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약관(弱冠)’과 ‘묘령(妙齡)’ (다른 말과 틀린 말, 2016. 12. 30., 강희숙)
  • 답댓글 작성자이냐시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1.05 어흥주 ==> 묘주 ==> ???
    묘주 이상의 네이밍이 없어서 I II III로 나가네그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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