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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일기

어릴적 닭 추억

작성자이냐시오|작성시간22.01.06|조회수20 목록 댓글 1

옛날 고향집 장독대 위에는 닭장이 있었다.

흙으로 지은 닭집 앞에는 공터가 있고 철망으로 둘러쳐 졌다.

 

아침이면 닭들은 마당에 나가서 모이를 먹고, 밤이면 들어와서 군번 순으로 횃대에 올라가며

막내가 제일 하단에 자리하는데 이 모든 것을 수컷이 지휘한다고 한다.

밤이면 족제비나 도둑고양이가 들어와서 물어가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하였다.

사위 등 귀한 손님이 오거나 여름 복날이면 한마리씩 잡아서

닭의 목에 피를 뽑고 뜨거운 물에 담가 털을 다 뽑고 토막을 낸다.

암탉은 달걀이 되기 전 상태의 알이 줄줄이 딸려나왔던 기억이다.

 

덩치가 크고 화려한 비슬과 깃털과 꼬리를 가진 장닭 한마리에

알을 낳는 암탉은 7~8마리가 적당하다고 한다.

장닭이 있어야 병아리를 부화하는 수정란이 생산된다.

달걀이 열댓개 정도 모이면 암탉은 알을 21일간 품고 병아리를 탄생시킨다.

병아리를 거느리는 암탉은 엄청 무서워서 개도 접근을 피할 정도이다.

 

학교에 갔다오면 어머니는 방금 낳은 따스한 달걀을 꺼내주면서

앞뒤쪽에 구멍을 내어 날로 먹곤 했는데 아주 꼬소했다.

 

낮에는 닭을 마당에 풀어놓기 때문에 비상시에 잘 날기도 한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말이 딱 맞다.

한번은 이웃집의 덩치 큰 장닭이 날다가 우물에 빠져서 아주 난리를 친 적도 있다.

퍼덕거리는 닭을 건져내고 보니 우물에 털이 왕창 빠져서 물을 모두 퍼내야 했다.

 

닭장 앞에는 골담초 한그루가 있어서 따스한 봄날에 활짝 핀 꽃을 

생으로 먹기도 하고 전으로 부쳐먹기도 하였다.

어느 후배는 산에 닭을 풀어놓고 키우는 게 꿈이라 했는데

아직은 요원해 보이지만 언젠가는 꼭 이루어지리라 믿는다.(닉네임: 양계장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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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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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냐시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1.06 누런 도둑고양이가 닭을 물어가는 주범임을 알게 되었다.
    형님이 사냥총을 가져와서 뼉다귀 우린물로 고양이를 유인하여
    한방에 잡았었다.
    겨울밤 9시쯤 조용한 시골동네에서 울린 총소리는 앞산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메아리 소리로 한참이나 지속되었드랬다.
    빠샤가 돐을 지날 즈음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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