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교회의 약화와 내가 생각하는 한일청년교류 지속의 길
한병덕
지난 7월말, 부산의 손현섭 선생 댁을 방문하였을 때, 마침 일한청년우화회의 줌 회의중이어서 나도 좀 참가하여 인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보게 된 야먀모토 선생과 후루카와 선생과 화면너머에서 만날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때 야마모토 선생으로부터 주제와 원고길이는 자유이니 일본의 일한청년우회회보에 글을 써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우선 승락을 했지만, 무엇을 써야할까 망설였습니다.
최근 크게 약화되고 있다 생각되는 양국의 무교회 상황을, 특히 한국의 현저한 약화 상황을 보면서, 그와 관련하여 일한청년우화회의 지속 문제를 생각해보기로 하였습니다. 본회는 기본적으로 양국의 무교회 크리스천을 중심으로 서로 방문하는 일을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이해와 친교를 나누자는 취지로 설립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사태가 해소되어 가지만, 신자 수의 현저한 감소와 성서집회의 중단상황을 피할 수 없어 일한청년우화의 지속에도 영향이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먼저 일본 무교회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제가 파악하고 있는 한국무교회의 상황은 고령화, 소천, 그리고 젊은이들의 기독교신앙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또 2년간의 코로나 상황때문에 특별히 고령층 신자가 대부분인 무교회는 집회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급속한 퇴조의 과정을 맞이하였습니다.
아마도 이 추세대로라면 한국무교회의 집회는 적어도 김교신, 송두용, 노평구 선생이 주도하여 복음을 전했던 그 무교회정신을 지속해왔지만 머지않아 극소수가 되고 서서히 소멸의 길로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간적으로는 아쉽고, 저 자신 무교회 신앙을 배운 자로서 전도에 보다 적극적으로 매진해야 하지 않을까 각오를 다지는 한편, 하나님의 긍휼을 빌 뿐입니다.
그리스도의 참 복음이 왜곡되고 약화될 때, 루터를 통해, 웨슬레를 통해, 우치무라를 통해 일하셨던 하나님은 지금 이때에도 또한 일해주실 것을 바라며 믿고 맡길 뿐입니다.
오늘날 전세계적인 기독교의 무력화, 즉 복음의 생명력 약화는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기독교국가로서 자타가 공인하는 유럽 여러 나라의 심각한 기독교 약화 내지는 변질, 거기에 비교되는 이슬람교의 팽창, 반기독교적 시대풍조의 만연, 특히 오늘날 서양 여러국가를 휩쓸고 있는 반성서적 동성애의 유행과 동성부부의 합법화(한국에도 네덜란드와 미국 대사가 동성애자로서 배우자와 함께 활약하고 있음), 또 수많은 인명 살상을 야기하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러시아기독교(동방정교회)가 적극적으로 옹호한다는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세계적인 기독교의 무력화를 깊이 실감합니다.
한편 한국의 경우,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여론조사에 의하면 기독교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세속사업체와 다르지 않은 대교회주의를 추구하고, 교회를 자식에게 승계하는 사유화 등등 반그리스도교적 목사와 거짓 그리스도교만 번영을 누리는 상황입니다.
최근 일본의 전총리 아베 씨를 살해하여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통일교회, 일시적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지만 아직도 세력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신천지 등 독버섯처럼 거짓그리스도교 집단이 끊임없이 일어나 종교로서 세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또 그리스도교를 내세워 사람을 끌어모으는 자가 세력을 키워가고 있는 극우정치집단도 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타까운 건 이런 교회가 적그리스도교의 실태가 수없이 보도되고 있는데도 지식층에 속한 사람들까지 그런 곳에 모여든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그들의 의식수준이 사실은 매우 낮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신앙적 관점에서 국내외의 이런 상황을 보자면, 참으로 참담 그 자체입니다. 성서 말씀을 보고, 성서가 전하는 이 세상을 넘어서는 상황을 생각하면, 비관적인 마음이 사라집니다.
나는 주변에서 한국무교회의 약화를 우려하면서 무교회의 실패라고까지 말하는 것을 들을 때, 실망할 일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나는 젊은 시절, 우치무라 간조가 주장한 무교회라는 이름의 그리스도교 신앙에 접하여 출석하던 교회를 떠났습니다. 이후 무교회 성서집회로 왔고, 신앙을 배운 이래 지금까지 그것을 에수 복음의 진수라 믿고 전하며 살아왔습니다. 나의 이 신앙은 아마도 마지막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의 복음이 하나님의 인류 구원을 위한 유일무이의 진리라면 그것을 표현하는 명칭이 무교회이든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참 복음, 그리스도의 진리가 영원할 것입니다. 무교회가 가르치는 것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무교회의 약화와 퇴조는 외적 명칭의 퇴조일뿐, 선명하게 선포된 무교회정신, 즉 내적 본질의 퇴조는 아닙니다.
주변 사람만 보는 횡적 관점에서 보면, 실망과 비관으로 끝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위로 그리스도와 하나님을 보면, 즉 우리 소망의 토대를 거기에 두면 오히려 기쁘고 평안합니다.
나는 한일청년교류의 지속의 길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지속의 요체가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회원수가 즐어들수록 그 본질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교회 신자가 많아서 일한청년우화회에 참가자가 늘어도 그리스도가 그 중심에 안 계시다면 한일청년교류는 세상적인 친목, 사교의 모임 중 하나가 되어 내용면에서 의미없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무교회가 아니어도 일반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한일청년 교류는 그 중심에 그리스도가 계시는 일이 필요충분조건이며, 그때 비록 회원이 소수이거나 극소수라해도 지속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운 사귐이 이어질 겁니다. 우치무라 간조도 요한 15장 5절을 인용하여, 우치무라를 통해 그리스도를 구하러 오는 자는 결국 우치무라를 떠났지만, 그리스도를 통해 우치무라에게 온 자는 그리스도에게서도 우치무라에게서도 떠나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우정, 사람과의 사귐에 대해 누가복음 2장 14절, 11장 23절을 인용하여 그리스도는 우정의 중심이며 진수입니다. 그리스도를 떠나서 진실하게 영원히 계속되는 우정은 없다는 걸 말합니다.
나는 세상의 친구가 많지 않습니다. 무교회신앙을 가진 이래 30년 가까이 교사생활을 하며 다양한 모임에 참석하고, 친구들과 사귈 기회는 매우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서의 친교 외에 세상적인 사귐에는 특별한 흥미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불교도인 친구를 배척하는 게 아닙니다. 극소수라 하더라도 신앙의 친구, 혈연관계를 뛰어넘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우애, 이것이 내면을 깊이 충만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일한청년우화회의 발걸음이 그러하기를 바랍니다. (종로집회)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연창호 작성시간 22.12.21 귀한 글을 잘 읽었습니다
오지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되고 교제해야 한다는 말을 새겨듣겠습니다. -
작성자손현섭 작성시간 22.12.26 참 이 시대의 나침반 다운 귀한 글입니다. 모든 것은 그리스도안에서라는 진리를 다시한번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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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메나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2.12.26 일본 다이신집회 분(구두로 전하였음) 한병덕 씨의 글에 꽂혔습니다. 가능하면 한병덕 씨의 글을 더 읽고 싶으며 강의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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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메나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2.12.26 가나가와 요코하마 사시는 분(편지로 소감을 전하심) 일한청년우화회 회보 70호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로나로 대면집회가 곤란한 중에 이렇게 귀중하고 풍성한 내용의 회보를 만들어주신 데 경의를 표합니다. 특히 한병덕 씨의 글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함과 동시에 소망의 토대를 말씀하셔서, 그리스도인은 어디에 기초를 두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