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한국, 그리고 생각
카시오 하지메(樫尾 一)
저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태어나 70여년을 살았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일본은 전쟁을 버리고 평화로운 나라가 되었다. 사회가 개선되어 일본 뿐 아니라, 세상에 다시 전쟁이 없으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전후, 베트남과 중동을 비롯하여 국지전쟁이 몇 번이나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일어났습니다. 1992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분쟁에 특히 쇼크를 받았습니다. 그 8년 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사라예보의 경기장은 폐허가 되었습니다. 민족끼리의 몇 백년 전의 갈등을 이유로 어제까지 사이좋게 지내던 이웃이 적이 되고 증오로 만나는 그 비참, 잔혹, 인간의 어리석음, 죄의 심각성을 통감하며 안타까워 하였습니다.
50년 전, 학생시절, 나의 최초 외국 방문은 한국이었습니다. 그후 여러 번 방한하였습니다. 누이동생이 서울 호텔에서 일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웃나라이기도 하고 특별히 친밀감과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좋은 이웃이기를 바라면서도 나자신 한국에 대항하는 마음을 품기도 했었고, 우월감도 다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중국과 한국에 한 발 빠르게 경제발전을 이룬 일본은 속죄의 의미를 담아, 중국과 한국의 산업발전을 지원하였습니다. 서로 도움을 주어야 하므로 올바른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대국이 되었고 한국도 산업경제발전을 이룩하였습니다. 삼성 등 한국 기업이 일본기업을 앞질러 크게 성장해가는 모습에 저는 경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웃나라끼리는 좋은 라이벌이자 협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인적교류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한일 양국의 외무부 장관이 교환한 약속이 번복되었다고 하여 무척 놀랐습니다. 이게 정치의 세계인가, 국민감정인가, 일부 국민인가? 한 나라의 교육에 있어서 정치 상황에 따라 교육내용이 변하고 왜곡되고 있지는 않는가? 일본 전토를 초토화한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한 미국혐오와 적으로 보는 교육을 하여 적대심와 증오만을 심어주었다면 일본과 미국의 관계는 오늘날과 같았을까? 관계가 좋지 않은 건 결국 정치에 농락당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가까운 인간관계에서도 이편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 상대는 몇 년이나 지난 일을 가지고 책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한 마디가 트라우마가 되었다고 합니다. 부모 자식 사이에도 아집이 있으며, 사이좋았던 친구가 적대시하며 싸우는 일도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슬프고 쓰라린 한 측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에게는 감정이 있습니다., 무지, 편견, 오해, 고집, 교만이 사라지지 않는 한 평화는 당연한 게 아니며, 다툼과 전쟁과 격차는 인간사회에서 없어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역사서를 읽어보면 자국 구민을 향해서도 타국에 대해서도 폭력과 잔혹의 극을 달리는 슬픈 과거가 있음을 알게됩니다. 그 일은 결국 인간의 결정이엇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고통스러운 점은, 같은 일이 오늘도 국내의 어딘가에서, 세계 어딘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믿는 정의의 실현이 지체되는 것 때문에 실로 많은 희생과 슬픔이 동반되어 왔다는 사실은 우리의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쟁같은 불편한 상태에 빠져, 그 지휘관 입장에 놓인다면, 아마도 어리석고 죄 많고 약하디약한 나는 도망가거나 역사 내용과 같은 실수를 범하고 말 것이라 생각합니다. 용기를 갖고 바른 일을 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자신이 없습니다. 나는 그저 운이 좋을 뿐입니다. 자신의 교만을 경계하고, 겸손을 잃어버리지 않고, 솔직히 용서를 빌고 또 용서할 수 있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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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메나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07.12 세 번째 문단을 보면, 전형적인 일본인의 시각이라 생각되는 글입니다. 그러나 그대로 인정해야지요. 일본인에게 한국인의 관점에서 보라고 하는 건 무리니까요. 우리에게는 뿌리깊은 반일감정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일본도 이런 우리가 불편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자국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정의의 편에 섰던 야나이하라와 마사이케 진 선생이 존경스럽고, 또한 반일감정을 극복하고 그들을 존경했던 송두용 선생이 새삼 훌륭하심을 인정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