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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편지

감나무와 나

작성자동쪽매화(박남준)|작성시간11.11.11|조회수674 목록 댓글 13

 

집 뒤 작은 언덕, 작년까지 밤나무가 무성했던 곳이었다.

가을밤이면 알밤들이 양철지붕 위로 쿵쾅거리며 떨어져서 깜짝깜짝 잠을 깨고는 했지만

그 알밤들 주워 이런저런 사람들 보내주기도 하고

아궁이에 불을 때며 군밤 군것질하기도 했는데

땅주인이 다 베어버렸다. 

 

 

울창한 밤나무가 베어지자 푸른 그늘이 조금 섭섭하기도 했지만

대신 봄날 머리가 좀 지근거릴정도로 자욱하던 밤꽃향기를 맡지 않게 되어서 

그도 잘되었다 다행이다싶었다. 

그리하여 그 뒷쪽 밤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던 풍경이 나타났다.

 

 

동안 익숙하게 보아왔던 것과는 다르지만 작은 감나무밭이

봄과 여름과 가을을 건너가며 내게 그가 가진 최대의 풍경을 그려보이곤 한다.

거기 눈보라가 치기도 했다. 비바람에 흔들리며 가지가 우지끈 찢기기도 했지만

싹을 틔우고 푸른 잎을 드리우며 변함없이 꽃피웠다.

사람이 사는 일도 그와 같으리라.

어찌 다르겠는가.

 

 

올해는 감들이 별로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아니 태풍에 많이 떨어져서 수확량이 적다고 한다.

저 감나무들도 몇개 매달고 있지 않다.

최선이었어요.

감나무가 말한다. 그래 알고 있어. 네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는 것,

난 봄부터 여름, 지금도 널 이렇게 보고 있잖니.

너도 최선을 다 하고있니.

감나무가 묻는다. 아니 아니 난 너무 게을러. 최선이란 얼마나 어려운 일이냐.

하루 하루, 그래 하루를 잘 살다보면 최선에 가깝다고 할 수있겠지. 

그러나 저러나 곶감을 깎아야 하는데 이렇게 날이 궂어서 어쩐다지.

부지런한 사람들이 깎아놓은 곶감들은 탕이 많이 났다는데

곶감농사 바라보고 목돈 마련하려는 사람들은 어찌하나.

나야 천성인 게으름때문에 깎지도 않았으니 탕날 염려는 면했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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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동쪽매화(박남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11.12 사람들은 누구나 다 답을 알고 있지요.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말에 귀기울이지 않았거나
    그 소리를 외면하고 있을 뿐이지요. 성현이나 구도자나 불의에 맞서 온 몸을 던지는 사람들은
    아마 그 소리에 귀기울이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건 일상에서도 마찬가지겠지요. 그 앞에 나 또한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말입니다.
  • 작성자아추(박명천) | 작성시간 11.11.12 나 자신의 생각과 바람과 가치를 따라야겠다는 생각을 남들이 중년이라고 부르는 나이가 되어서 문뜩 하게됐습니다. 그 이후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에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저에게도 한 번 밖에 주어지지않는 인생인데 제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아야겠습니다. 제가 좋은 것을 행하고 싫은 것과 싸우고.......
  • 작성자부경당(송미숙) | 작성시간 11.11.13 사람의 일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해 한해 보내며 올해는 어떻게 지내고 어떻게 안녕했는가
    별로였으면 더 노력하는 내일이 되고 흐믓했으면 감사하는 시간이 되고..
    산다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란 걸 철이 들면서 알아가고 있습니다
  • 작성자툇마루(이루시아) | 작성시간 11.11.15 어린 유년시절...
    가을에 먹감을 따다가 지붕위에 짚을 깔고 감을 차곡차곡 저장했다가
    추운 겨울이 되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셔서 한개씩 꺼내주시던 아버지의 손길.
    이가 시리면서도 참 맛나게도 먹었던 그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 작성자그리고,오광해 | 작성시간 11.11.16 3~4계절을 눈여겨 보고 찍었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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