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 정서리 상신마을에
화사별서라는 옛집이 있다
우리가 조씨고가, 조부자집이라고 알고 있는 그 집
근래 이름을 바꿔달아서 그 이름이 어디서 왔을까
궁금했는데
집 옆 개울가에 진작부터 이런 이름이
돌에 새겨있었다
뒷산 꽃뫼라고도 하는 화봉,
꽃봉오리 산의 이름을 따서 지은 화사별서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원형이 되었던 집
부잣집에 인심 사나웠을까
저리 장독이 가득한 것을 보니
많은 사람들 밥상앞에 앉아 웃음꽃 나눴을 것이다
지금은 많이 소실되었다
여기저기 빈자리들 많다
안채와 행랑채가 남아있는 그 집
95살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저 형제봉 위에 철도를 놓는다는데요
"산은 건드리면 안돼 그대로 나둬야지"
연없는 못이니 그냥 못이라 불러야 하나
그 못에 배롱나무가 꽃을
피웠다 진다 피웠다
이쯤이면 구경값을 내야지
화사별서花史別墅
꽃의 내력을 물어보리라
어느 손길이 붓을 들어
저리도 수려한 산을 일으켰나
꽃 같은 자태
화봉花峰 아래 그 집
꽃잎의 문을 열어 꽃자리에 들었네
초당을 잃은 뒤뜰이며
쇠락한 기와를 읽는 두 눈이 쓸쓸한데
한적한 집의 기품이 세한송백으로 고요하다
그대 별서의 마루에 앉아
귀 기울여 보았는가
뒷산 산봉우리가
꽃잎을 열며 들려주는 노래를
뜰앞 못 속에서 배롱나무가
붉은 꽃 배를 띄우며 화답을 하네
그렇구나 저 고즈넉한 못자리가
담을 넘는 마음 붙잡는구나
악양면 정서리 고운 옛집
화사별서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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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플로라(徐喜淑) 작성시간 20.08.26 지금이순간(범윤경) 고양시랑 장단촌 이야기 나도 듣고말았다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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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지금이순간(범윤경) 작성시간 20.08.26 플로라(徐喜淑) 언제든지 오시면 장단촌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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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맑은바람(엄민정) 작성시간 20.08.25 별서는 별장 이라 하지요
나도 고운 별장
갖고 싶네요~^^ -
작성자플로라(徐喜淑) 작성시간 20.08.26 글 제목만으로도 벌써 화사해집니다.
저도 그댁 궁금했었는데. 늘 바삐 다니느라 못가본 곳.
<화사별서花史別墅> 시 덕분에 상상의 나래를 타고 가봅니다..
지리산 자락에는 아름다운 곳이 참 많네요.
나중에 고택에서 시낭송 들을 수 있다면 최고겠어요.^^ -
작성자앵초(윤원숙) 작성시간 20.08.27 구슬픈 대금소리 한자락 은은히 들리는 듯 합니다
늙은 집의 자존심을 살리는 이름이에요
화사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