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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고요

마음바라지 (03/10/30/나무 날)

작성자김순현|작성시간03.10.30|조회수214 목록 댓글 2
하느님은 나에게 나의 길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 ♥ 마그데부르크의 메히틸트
마그데부르크의 메히틸트는 13세기의 여성으로서 베긴회의 회원이었으며, 시종일관 교회의 타락을 질타했던 불굴의 창조 영성가였습니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와 단테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신성의 흐르는 빛]이라는 단 한 권의 책을 썼습니다. 이 책에는 성서의 "아가"에 버금갈 정도의 놀라운 이미지들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메히틸트가 책을 쓰겠다는 결심을 주위 사람들에게 밝히자, 주위 사람들이 "당신은 성직자도 아니고 정규 신학교육을 받지도 못했는데 무슨 책을 쓰려고 하느냐, 당신이 책을 쓰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다" 하면서 그녀를 비난합니다. 그녀는 당시의 소회를 이렇게 토로합니다. "나는 이 책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받았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으면, 그 책은 불쏘시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처럼 시무룩해졌다. 서글픔이 밀려들 때마다 나는 기도밖에 할 수 없었다... 하느님이 쓸쓸한 내 영혼에게 모습을 보이셨고, 이 책을 오른손에 들고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의 귀염둥이야, 너무 괴로워하지 말아라. 아무도 진리를 불사를 수 없단다.'" 글머리에 붙인 지문은 주위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나서 그녀가 한 말입니다. "하느님은 나에게 나의 길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 참으로 귀하고 가슴에 사무치는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녀는 바깥에서 들려오는 부정적인 소리를 따르지 않았고, 그 결과 그녀만의 걸작을 낳을 수 있었습니다. "너는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소리와 "나는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소리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들이 시달리는 까닭은, 바깥에서 들려오는 부정적인 소리와 안에서 들려오는 부정적인 음성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삶이 따분하고 메마른 것은 당연한 노릇입니다. "나는 안 돼"라는 말은 "너는 할 수 없어"라는 말을 내면화한 것입니다. 그것은 또 다른 마조히즘입니다. 그것은 바깥에서 가해지는 학대를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것은 바깥에서 들어온 학대를 정당화해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 식의 삶으로는 영혼을 푸릇하게 할 수 없고,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우리 안에는 창조적인 삶을 가능하게 하는 예술가가 들어 있습니다. 성서는 이 예술가를 일컬어 "하느님의 씨앗"(요일 3:9)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저마다 이 씨앗을 싹틔우고 꽃피우라는 소명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는 할 수 없어"라고 말하거나 "나는 안 돼"라고 말하면서 자기 안에 있는 예술가를 질식시키거나 자기 속에 뿌려진 하느님의 씨앗을 사장시킨 채, 메마르고 시들시들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나는 안 돼"라는 마조히즘과 "너는 할 수 없어"라는 사디즘이야말로 창조적인 삶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자 가장 커다란 죄입니다. 그것들은 악마의 거짓말입니다. 우리는 이 거짓말에 절대로 동의해서는 안 됩니다. "너는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나는 안 돼"라고 말하지 않고 "나는 할 수 있어"라고 말하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 용기는 이미 하느님이 주셨습니다. 자기를 파괴하는 삶, 시들하고 건조한 삶에서 푸릇하고 활기 넘치는 삶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이미 우리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너는 할 수 없어"라는 사디즘과 "나는 안 돼"라는 마조히즘을 뿌리치고, 자기 안에 있는 예술가를 깨우고, 자기 속에 뿌려진 하느님의 씨앗을 싹틔우는 삶으로 힘차게 나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존재야" 하면서 자괴감에 빠진 사람에게 "아니에요, 당신은 할 수 있어요"라고 토닥여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여간 기쁜 게 아닙니다. 남들이 "당신은 할 수 없어"라고 말하더라도, "아니에요, 나는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면서 스스로 추스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얼마나 신선한지 모릅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씨앗을 싹틔울 수 있습니다." "당신은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당신은 내면의 예술가를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인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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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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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보연 | 작성시간 03.11.03 많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은 깨달음도.. 그런데 그녀만의 옥동자는 무엇인가요? 그녀의 글을 말하는 건가요? 왜 딸이 아니고 옥동자여야 하는지.. 괜히 그 단어에서 걸려서 적어보았습니다.
  • 작성자김순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3.10.30 네 그녀의 책을 말합니다. 혹시나 해서 "그녀만의 옥동자녀"로 할까 하다가 "옥동자"라는 표현을 썼더니 역시 걸려버렸습니다. "옥동자"라는 표현을 썼다고 제가 다른 마음을 먹고 쓴 것은 아님을 이해해주십시오. 지적해주셨으니 그 부분을 "그녀만의 걸작"으로 바꾸어 표현하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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