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곰>친구에게
탁구 이야기 <핑탁 문예> 공지를 보고 <너는 역작 나는 대작> 판을 크게 벌려놓고 뒷감당은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덕분에 기우에 그쳤네. <글은 쓰지 않을 수 없어 쓴 글> 소동파의 문장론과 <제일 굵고 빛깔 좋은 전복은 님이 오는 날
따려고 바다속 바위 밑에 숨겨둔다>는 미당의 시론 그리고 <입속에 담고 가슴에 삭히고 있다 순식간에 터질 때 글이 나온다>
는 세레스님의 댓글평을 빌리지 않더라도 작품 구성부터 문학성 대중성 완성도까지 두루두루 아주 번뜩이게 잘 담아냈네.
역시 내 친구!!
그 옛날 외교문서/문장에 김부식, 시는 정지상. 우리가 한 시대를 풍미한 대가들에 견줄바는 못되지만 나는 핑카페에서
감자꽃 시인 문학소년 등등 숱하게 많은 문학적 눈길과 사랑을 받았었네. 물론 나에게는 과분하기도 하고 더 겸손하게
글을 쓰라는 채찍의 의미도 있었겠구. 그런데 이번에 그동안 내가 보고 느낀 도리곰과는 딴판으로 수작(秀作)이 나왔네.
김부식과 정지상은 문적(文敵)으로 서로 시기하고 미워했지만, 도리곰과 감자꽃은 핑탁 안에서 문우로서 탁우로서 서로
격려해주고 칭찬도 해주고 때론 일침도 가하는 동갑 친구. 이 어찌 통쾌하지 아니한가!!
순박한 어린시절 망까기(비석치기)라는 예쁜 향토어. 사춘기 꼬장한 대장부 서로 마음 쉽게 열지 못하다가 탁구로 열리는
숨겨진 비화. 누구나 몇번이고 울궈먹고 울궈먹는 군대 이야기. 거기서 탁구로 한세월 호강한 자기 자랑. 물 흐르듯 자연스런
시간적 공간적 이동속에 여기저기 툭툭 튀어나오는 보석같은 문학어(語). 다듬고 매만지고 끝까지 손질해 매끄러운 문장결.
여기저기 찔러봐도 빈틈없는 짜임새. 녹색테이블이 신학도에게 더 잘 어울린다는 신선한 안목. 탁구의 승패 앞에 신앙심보다
시기심에 불타는 자기 고백.
웃음이 있는 출근길 아침 풍경. 첫직장의 소회. 사랑과 이별. 마치 탁신이 몸에 들어와 저절로 눈에 들어오는 탁구장.
젊은 날의 승부욕 덧없고 덧없음을 알즈음 그 긴 여정을 지나 찾아온 핑탁. 먼저 터잡은 닭들과 곰의 숙명적인 만남과
또 한번의 한판 승부. 그리고 지금, 인생은 탁구 실력순이 아나라 가슴뛰게 하는 그 무언가에 내 인생이 있다는 담백한
떨림. 모두가 자기 인생 노트에 써놓을 우리들의 이야기.
문학과 예술에서 <역작이란 무엇인가>! 얼마나 많은 거목 거장들이 불행하게 살다 갔는가! 생전 어느 누구도 그들의 작품을
알아주지 않아 생활고에 헐값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그들을 더 큰 불행으로 몰고 갔던가!
역작이란 한 생이 끝나면 저절로 떠오르는 것. 우리 나이에 역작 대작 타령은 그저 나이들어 보이게 할 뿐 도리곰의 장래성과
작품 활동 그리고 더 많은 작품을 기대하는 문우 탁우들을 위해 훗날을 기약하고 이번은 역작이 아니라고 말해주게...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나도 주제넘게 대작 타령은 실수였음을 인정하고 거둬들이겠네...
한 가지 명심할게 있는데
자연과 생명앞에 천성은 바뀔수 없네. 소가 아무리 발톱을 다듬고 치장을 해도 곰도 닭도 될수 없다네. 소는 소다.
우리 소띠들이 죽도록 일 많이하고 누가 뭐래도 꾹 참고 우직하게 많이 먹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뒷발질 한방을 날리는
황소 기질이 나는 좋다네..
2017.12.16 감자꽃 씀.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쎄레스Ceres/하양유리 작성시간 17.12.16 '끝나지않은 랠리'의 댓글평인 본문에 대한 댓글평을 달기가 애매하지만,
간단히나마 한줄 언급하자치면..
감자꽃님의 글은 어떤 장르속에서 집필해가는 글쟁이 역할도 좋지만,
맛있는 평론을 통하여 본문을 승화 시키는 역할도 아름다운 것 같소... ^^ -
작성자도리곰 작성시간 17.12.16 감자, 내가 역작을 쓰겠다고 한 건 사실 글짓기 이벤트에 호응한다는 차원에서 가벼운 의미로 표현한 것일 뿐인데. ^^; 출사표를 던진 이후 한 달 동안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지나간 내 삶에 묻혀있던 탁구의 흔적을 발굴해 낸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있어.
공감해 주어 그저 고마울 따름. ^.^ -
작성자열공 작성시간 17.12.18 뒷걸음질치다가
한방도 좋은 아이템이여~~^^
보기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