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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교실/정현종

작성자눌언|작성시간03.08.25|조회수158 목록 댓글 2
시창작교실

정현종



내 소리도 가끔은 쓸 만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피는 꽃이든 죽는 사람이든
살아 시퍼런 소리를 듣는 거야
무슨 길들은 소리 듣는 거보다는
냅다 한번 뛰어보는 게 나을 껄
뛰다가 넘어져 보고
넘어져서 피가 나 보는 게 훨씬 낫지
가령 <전망>이라는 말, 언뜻
앞이 탁 트이는 거 같지만 그보다는
나무 위엘 올라가 보란 말야, 올라가서
세상을 바라보란 말이지
내 머뭇거리는 소리보다는
어디 냇물에 가서 산 고기 한 마리를
무엇보다도 살아있는 걸
확실히 손에 쥐어 보란 말야
그나마 싱싱한 혼란이 나으니
야음을 틈타 참외서리를 하든지
자는 새를 잡아서 손에 쥐어
팔닥이는 심장 따듯한 체온을
손바닥에 느껴 보란 말이지
그게 세계의 깊이이니
선생 얼굴보다는
애인과 입을 맞추며
푸른 하늘 한 번 쳐다보고
행동 속에 녹아 버리든지
그래 굴신자재(屈伸自在)의 공기가 되어 푸르름이 되어
교실 창문을 흔들거나 장천(長天)에/넓고 푸르게 펼쳐져 있든지,
하여간 사람의 몰골이되
쓸데없는 사람이 되어라
장자(莊子)에 막지무용지용(莫知無用之用)이라
쓸데없는 것의 쓸데없음
적어도 쓸데없는 투신(投身)과도 같은
걸음걸이로 걸어가거라
너 자신이되
내가 모든 사람이니
불가피한 사랑의 시작
불가피한 슬픔의 시작
두루 곤두박질하는 웃음의 시작

그리하여 네가 만져본
꽃과 피와 나무와 물고기와 참외와 애인과 푸른 하늘이
네 살에서 피어나고 피에서 헤엄치며
몸은 멍들고 숨결은 날아올라
사랑하는 거와 한몸으로 낳은 푸른 하늘로
세상 위에 밤낮 퍼져 있거라.


* 비단 시 뿐 아니라 모든 예술은 앎과 느낌의 두 바퀴로 굴러가는 수레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만, 아직도 많은 시인들과 독자들이 느낌의 영역 보다는 앎의 세계에 머물고 있음을 봅니다. 헛똑똑이 머리로 시를 쓰고 읽는 사람들이여 그대 몸 속에서 들려오는 맥박소리를 먼저 들어보세요. 머리로 쓰는 시와 몸으로 쓰는 시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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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새벽59 | 작성시간 03.08.25 시는 온몸으로 느끼고 만지고 그리고 그것과 하나됨을 표현하는것 이라는말씀 이지요 그렇게 몸으로 느끼는 시 어려워요
  • 작성자눌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3.08.25 산문이 축구의 드리볼이라면 시는 센터링이지요. 양 윙(시인)이 올려준 공을 골대로 차 넣는 몫은 공격수(독자). 힘들더라도 날아오는 공을 머리에 맞혀야 좋은 공격수라고 할 수 있겠지요. 당장은 어렵게 느껴지지만 많이 읽다보면 오히려 싱거운 시(속이 금세 드러나는 시)는 금세 싫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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