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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등꽃 아래서 _ 송수권

작성자오래된골목|작성시간08.05.26|조회수957 목록 댓글 5

    등꽃 아래서 

                              

                                 송 수 권 

 

한껏 구름의 나들이가 보기 좋은 날
등나무 아래 기대어 서서 보면
가닥가닥 꼬여 넝쿨져 뻗는 것이
참 예사스러운 일이 아니다.
철없이 주걱주걱 흐르던 눈물도 이제는
잘게 부서져서 구슬같은 소리를 내고
슬픔에다 기쁨을 반반씩 어무린 색깔로
연등날 지등(紙燈)의 불빛이 흔들리듯
내 가슴에 기쁨 같은 슬픔 같은 것의 물결이
반반씩 한꺼번에 녹아흐르기 시작한 것은
평발 밑으로 처져 내린 등꽃송이를 보고 난
그 후부터다.

 

밑뿌리야 절제없이 뻗어 있겠지만
아랫도리의 두어 가닥 튼튼한 줄기가 꼬여
큰 등치를 이루는 것을 보면
그렇다 너와 내가 자꾸 꼬여가는 그 속에서
좋은 꽃들은 피어나지 않겠느냐?

 

또 구름이 내 머리 위 평발을 밟고 가나보다
그러면 어느 문갑 속에서 파란 옥빛 구슬
꺼내드는 은은한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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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지구별여행자 | 작성시간 08.05.26 마음이 더 없이 여유로워 지는 느낌인데요. 오늘 같이 좋은 날씨에 공기좋은 곳에 앉아 휘휘 둘러보고 싶네요. 조용한 곳에서 모든 것을 잊고..
  • 답댓글 작성자오래된골목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5.26 대학 시절, 인문대학 주변엔 등나무가 많았어요. 향기 지천인 그 나무그늘 아래서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것 같은데.... ^^
  • 작성자보둠이 | 작성시간 08.05.26 은은한 소리가 들린다.. 좋은 꽃들 피어나는 그 속에서.. 다시금 되새기게 되네요..^^ ㅎ
  • 작성자초록여신 | 작성시간 08.05.27 등꽃 아래서 선물받은 그 부채를 쫘악 펴서 더위를 물리치면 신선이 따로 없을 것 같아요. 아, 부러워랑. *(^_^)*
  • 작성자열린 풍경 | 작성시간 08.05.28 시인의 '남도의 맛과 멋'이란 책이 있어요. 남도의 음식문화를 화려한 입담으로 펼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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