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숲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
유현숙
어두워지는 저녁 숲에 남은 햇빛이 비치는 것에 대하여, 그 빛 아래서 은사시 나뭇잎들 반짝이며 제 몸을 뒤집는 것에 대하여
혼자 듣는 시냇물 소리에 대하여, 그 물소리 어떻게 저무는가에 대하여
시냇물소리 내 몸 구석구석이 다 저문 뒤까지 흘러
서늘한 저녁물빛이 되는 모양이라든가 그런 슬픔이라든가
슬픔보다 더 길게 개망초꽃들이 자라고 있는 것 그 개망초꽃들 하얗게 흔들리는
난동에 대하여
간간이 들리는 지빠귀 울음소리의 아득한 고적감이나
여뀌 풀 더미에 얹히는 여뀌 꽃 색깔이며 그 여뀌 꽃의 그늘 빛이 어떠한지에 대하여
어두워지는 저녁 숲에서 내가 혼자 저물고
한 사람을 찾아가는 길이 어떻게 긴 기도인가에 대하여
*시집 <서해와 동침하다> 문학의전당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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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도화지 작성시간 09.10.22 나를 따르던 작은 그림자 어두워지는 저녁 숲을 지나지 못하도록 막아선 외로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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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다래투 작성시간 09.10.22 어두워지는 저녁 숲에서 아직 길 떠나지 못한 기둥새처럼 떠날 때 떠날 수 있는 자유와 용길 구하며. 어두워지는 저녁 숲속에서 아직 술레잡기 하고 있는 아이처럼, 그 이편에 맛있는 밥을 하고 기다리는 어머니처럼. 난 헤매고 못 찾겠다 꾀꼬리 못 찾겠다 꾀꼬리 메아리 치며 혼자 돌아가는 길에의 긴 기도는 어머니 입안에 돋는 이밥. 어두워지는 저녁 숲속에서 혼자 노래 부르고 있는 다래처럼 어두워지는 저녁 숲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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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별빛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9.10.23 시가 시를 낳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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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jwkim 작성시간 09.10.22 아직 길떠나지 못한 한마리 귀뚜라미로 울어나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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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꽃지는저녁 작성시간 09.10.26 가만히 서 있으면 우주의 온갖 말들이 다 들리는 숲, 대답하지 않아도 고요한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