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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그대에게 가는 배 한 척을 세우기 위해 / 정선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11.03.12|조회수167 목록 댓글 1

 불현듯 가방을 꾸렸네 언제나 결정은 새벽에 왔네 새벽을 세 번 부인하는 그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였네 귀를 막았네 안개와 그대는 한통속 아침이 오는 것을 훼방 놓았네

 터널을 여덟 번 지나고 산맥의 늑골을 보고서 내 사랑의 조잡함을 알았네 그대에게 가는 배 한 척을 짓는 일은 혁명이라네 나의 안부가 궁금하지 않은 그대 무작정 동쪽 끝으로 가네

 혁명,

 그곳에는 해가 뜬다지 나의 해안에는 그토록 밝은 해가 뜬 적이 없었지 그대의 눈빛 하나에 돌멩이 하나 그대의 호흡 하나에 돌멩이 하나를 얹었네 새벽마다 몰래 와서 그믐달로 돌탑을 싹둑 베어간 그대 바람과 바다의 경계 머묾과 떠남의경계 떨림과 울림의 경계가 의심스러워질 때쯤 나는 이 발걸음을 멈출 것이네 그 경계 너머 자몽처럼 환하게 빛날 그대 얼굴 이곳 해안은 혁명은 커녕 갈매기들 아귀다툼으로 떠들썩하다네

 혁명,

 지금은 그리움의 우기,비가 내리네 그대에게 가는 길은 녹록치 않아 우산도 없이 식사도 없이 휑뎅그렁한 방파제에 서네 그대는 기타 하나 달랑 메고 떠났네 까 보다 로까를 돌아 하바나로 부에나비스타에서 그대가 부른 찬찬(Chan Chan)은 언제나 파도를 타고 왔네 귓가에 쟁쟁한 그대, 그대는 언제나 오지 않을 산두골 완행버스처럼 올 것이네

 

 빌어먹을 그리움

 

 나는 그리움의 수인, 그리움의 절벽에 당도했네 해맞이 언덕에 그대 문득 나보다 먼저 서 있을지 몰라 떨림은 혁명의 선율을 배반하지 나는 울림의 배 한 척을 세우려네 그대의 앙가슴, 하바나에 살포시 얹히는 돛단배 한 척을

 

 혁명,

 몽골의 기마병처럼 파도가 몰려드네 광야에서 울부짖는 바람소리 흐미를 듣네 나를 미치게 만드는 것들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절망 같은 것들 혁명의 불완전한 호흡들 이쯤에서 내 눈물은 리듬을 타네 눈물 없이 해협을 건넌 이들은 닌자들이네 가슴에 한 점 얼룩이 된 혁명 언덕 위 배가 혁명의 닻을 올리려면 불면의 황포를 몇 폭이나 깁어야 할까

 

 혁명,

 그대를 잊는 것은 아우슈비츠 주검의 금발로 짠 담요를 덮는 일보다 더 끔찍한 일 혁명의 수인인 그대,가 좋아하는 혁명을 나지막이 불러보네 오늘 그대에게 닿는 `혁명' 한 척을 세우기 위해언덕에 돛단배를 밀어올리네 밍한은 아름답다네 그대, 슬픈 혁명의 완성을 위해 내게 총부리를.....

 

[랭보는 오줌발이 짧았다], 천년의시작,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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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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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해피사랑 | 작성시간 11.03.18 그대를 잊는다는것은 아우슈비츠 주검의 금발로 짠 담요를 덮는 일보다 더 끔찍한 일이다 혁명의 수인인 그대가 좋아하는 혁명을 나지막이 불러보네 ...
    참으로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행복한 오후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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