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흐릅니다
김 충 규
들어봐요
시베리아 자작나무 숲으로 걸어가는 총 맞은 짐승의 뒷모습에서
흘러나오는 숨찬 음악을
당신이 쏜 화살이 내 심장에 꽂혔을 때 하늘에서 태양이 지워졌어요
육체에서 영혼이 조금씩 새어나가는 것을 내가 느끼듯
그 짐승도 느꼈을 거예요
사후의 세계로 안내하는 벌레들이 육체를 해체하러 오는 소리
시베리아 자작나무 숲을 다 태워도 그러나
뼈는 잿더미 속에서도 희게 빛날 거예요
통영에서 진주에서 부천에서 혹은 대륙 너머에서
소나기처럼 퍼붓는 광휘들을 다 모아서
죽은 짐승의 영혼에게 바칩니다
죽어가는 내가 바칩니다
당신은 그러므로 음악의 피를 유족들에게 나눠주세요
죽은 자도 음악 없이는 살 수 없어요
하물며 산 자들이야 말해 무엇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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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이솝 작성시간 13.05.15 고 김충규 시인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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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오래된골목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3.05.16 시집 곳곳에 고독과 죽음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들이 떠올라 더 가슴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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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하선암 작성시간 13.05.16 죽어가는 내가 바치, 다니
죽음을 감지하고,
산자에게 하는 결곡한 말로 들려,
울립니다. -
작성자초록여신 작성시간 13.05.17 죽은 자도 음악 없이는 살 수 없지요... 그래서 더욱 슬프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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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시우(時雨) 작성시간 13.05.21 죽음은 남은 자의 고통이지 않을까요?
죽은자도 고통스럽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