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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흐린 날은 / 장옥관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13.05.18|조회수269 목록 댓글 5

멀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가깝기 때문에 볼 수 없는 것들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풍경 때문에

보이지 않던 먼지 낀 방충망

 

도무지 참을 수 없는 눈 허기 때문에

놓쳤던 안경알의 지문

 

흐린 날은 잘 보인다

너무 밝아서 보이지 않던 것들

 

그 행복했던 날 쏟았던 식탁보의 찻물 얼룩이나

자잔한 확신들이 놓친 사물의 뒷모습

 

흐린 날 눈 감으면 비로소 보인다

 

만지면 푸석, 흙먼지 피우며 으스러질

어제의 내 얼굴조차

 

[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 문학동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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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heartbreak | 작성시간 13.05.18 어제의 내 얼굴....생각이 나질 않아...
  • 답댓글 작성자동송 | 작성시간 13.05.19 침식된 청춘이여...
  • 작성자시우(時雨) | 작성시간 13.05.21 상처 입은 짐승 같이 웅크리고 쾡한 눈빛....
  • 작성자이솝 | 작성시간 13.05.21 오히려 가깝기 때문에 놓치는 사물의 뒷모습, 맑은 날 햇빛 때문에 보이지 않던 가까운 것들이 흐린 날 비로소
    그 실체를 나타내는 것들.. 마치 어제의 내 얼굴조차....
  • 작성자하선암 | 작성시간 13.05.29 흐린 날은 술 마셔야 해서 안 보여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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