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가깝기 때문에 볼 수 없는 것들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풍경 때문에
보이지 않던 먼지 낀 방충망
도무지 참을 수 없는 눈 허기 때문에
놓쳤던 안경알의 지문
흐린 날은 잘 보인다
너무 밝아서 보이지 않던 것들
그 행복했던 날 쏟았던 식탁보의 찻물 얼룩이나
자잔한 확신들이 놓친 사물의 뒷모습
흐린 날 눈 감으면 비로소 보인다
만지면 푸석, 흙먼지 피우며 으스러질
어제의 내 얼굴조차
[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 문학동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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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heartbreak 작성시간 13.05.18 어제의 내 얼굴....생각이 나질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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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동송 작성시간 13.05.19 침식된 청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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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시우(時雨) 작성시간 13.05.21 상처 입은 짐승 같이 웅크리고 쾡한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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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솝 작성시간 13.05.21 오히려 가깝기 때문에 놓치는 사물의 뒷모습, 맑은 날 햇빛 때문에 보이지 않던 가까운 것들이 흐린 날 비로소
그 실체를 나타내는 것들.. 마치 어제의 내 얼굴조차.... -
작성자하선암 작성시간 13.05.29 흐린 날은 술 마셔야 해서 안 보여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