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402호]
감자꽃따기
황학주
네가 내 가슴에 가만히 손을 얹었는지 흰 감자꽃이 피었다
폐교 운동장만한 눈물이 일군 강설降雪 하얗게 피었다
장가가고 시집갈 때
모두들 한 번 기립해 울음을 보내준 적이 있는 시간처럼
우리 사이를 살짝 데치듯이 지나가 슬픔이라는 감자가 달리기 시작하고
따다 버린 감자꽃의 내면 중엔 나도 너도 있을 것 같은데
감자는 누가 아프게 감자꽃 꺾으며 뛰어간 발자국
그 많은 날을 다 잊어야 하는, 두고두고 빗물에 파이는 마음일 때
목울대에도 가슴에도 감자가 생겨난다
감자같이 못 생긴 흙 묻은 눈물이 넘어 온다
우리 중 누가 잠들 때나 아플 때처럼
그 많던 감자꽃은 감자의 안쪽으로 가만히 옮겨졌다
- 《시와표현》 2014 여름호
*
요즘은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주말에는 밭에 나갑니다. 나갈려고 합니다. 문제는 늘 특별한(?) 약속이 잡힌다는 것인데요... 그러다보니 밭에 심은 열무며 감자며 하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고 말았는데요... 농부가 게으르면 장다리꽃이 핀다는데 제가 딱 그짝입니다.^^ 감자도 실하게 영글려면 감자꽃을 따줘야 한다는데... 그런데 실은 아무렴 어떠냐 싶기도 합니다. 감자꽃 열무꽃 그 흰 꽃들에 취하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더라구요...^^
기왕에 감자 얘기 나온 김에 황학주 시인의 「감자꽃따기」를 띄웁니다.
그런데 시인이 보고 있는 감자는 우리가 보고 있는 그 감자하고는 조금 다르지요. 그러니 이 시를 읽으려면 여러분도 잠시 시인의 눈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시인의 눈으로 보면 감자는 '누가 아프게 감자꽃 꺾으며 뛰어간 발자국'이랍니다. '그 많은 날을 다 잊어야 하는, 두고두고 빗물에 파이는 마음일 때/ 목울대에도 가슴에도 감자가 생겨난다'고 합니다. 그러면 '감자같이 못 생긴 흙 묻은 눈물이 넘어 온다'고 합니다.
하! 어쩌면 이런 표현이 가능할까요!
하! 얼마나 더 시를 써야 "네가 내 가슴에 가만히 손을 얹었는지 흰 감자꽃이 피었다" 이런 문장을 감히! 한 번 써볼 수 있을까요!
이번 주말에는 밭에 가서 강설처럼 하얗게 핀 감자꽃들을 따야겠습니다. 당신의 가슴에 가만히 내 손을 얹어도 봐야겠습니다.
2014. 6. 30.
강원도개발공사 대외협력팀장
박제영 올림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금란초 작성시간 14.07.01 가슴에 감자꽃이 활짝 핀 박제영시인님..
지나는길에 깨꽃도 못알아본다고 핀잔을 먹었지만... -
답댓글 작성자박제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7.07 들판으로 산으로 무수한 꽃들이 피고 지는데 누가 있어 그 꽃의 이름을 다 알아 불러줄 수 있을까요? 그저 예쁘게 봐주는 것으로도 때로는 충분하겠지요... 핀잔 먹을 일 아니지요...^^
-
작성자동송 작성시간 14.07.07 감사합니다
감자꽃을 보면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
답댓글 작성자박제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7.07 어머니... 생각하면 먼저 흙묻은 눈물이 고이는 이름... 어머니...^^
-
작성자기린33 작성시간 14.07.13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