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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개여울 / 김소월

작성자박제영|작성시간20.03.23|조회수742 목록 댓글 1

소통의 월요시편지_701호
 

 

개여울
 

김소월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강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
김소월의 「개여울」을 띄웁니다.

 

제 나이 또래 혹은 그 이상이라면, 김소월의 이 시를, 정미조가 부른 이 노래를 모르는 이는 없겠지요.

 

중학생 때 처음 이 시를 접했을 때만 해도, 아니 그후로도 쭈욱 세월을 넘겨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었을 때도
저는 이 시가 무척이나 낡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낡은 서정이라 그리 치부했던 세월이 무려 수십 년이었습니다.

 

오십이 되고 보니, 오십을 훌쩍 넘기고 보니, 놀랍게도 그게 아니었습니다.
헤어진다는 것은 마침내 내 마음 안에서 내 기억 안에서 그 자취마저 사라졌을 때 비로소 완결되는 일이니
헤어지지 못한 얼마나 많은 그림자를 내 안에 두고 사는지요.
오십 넘어 살고 보니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 시를 김소월은 불과 스무 살 때 썼다니요.
발표한 게 스물 살 때이니 어쩌면 그보다 더 어릴 때 썼을 수도 있을 텐데요.

 

김소월은 아무 때나 읽을 수 있는 게 아니구나.
나이 오십은 되어야 겨우 조금 읽을 수 있는 그런 시집이구나.
요즘 들어 그런 생각 참 많이 합니다. 


 

 
2020. 3. 23.

 
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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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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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홍수염 | 작성시간 20.03.23 가끔,, 깨닳음은 번개처럼 온다는 고승의 말에 공감합니다. ㅎㅎ,, 깨닳음이라 말하긴 거창하지만, 인생에 들어 시인들 중에 '천재구나' 하고 진심으로 탄복한 사람 2인이 있으니,, 이상과 김소월 입니다. 젊은 날에는 시의 난해함으로 이상을 좋아 했으나, 나이들어서는 소월의 한과 정서가 가깝게 다가 옵니다. 나이가 아니라 시대와 상황이 시인들의 시에서 깨우침을 주는것 같습니다. 어떤 어린이의 시에서도 '울컥'하는 감동이 가끔 느껴지거든요. 항상 보내주는 시편지는 애독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속에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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