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할머니가 끓여 주시는 것
맛있게 먹고 한 그릇 더 먹으면 얼마나 좋아하시겠는가?
그래서 후루룩--쭉쭉-- 소리도 근사하게 한 그릇을 비우고
또 한 그릇을 달라고 하니
"세상에나, 라면을 이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네.
다음에는 내가 떡국 끓여 주께. 그 때도 꼭 오세요"
그러면서 라면을 한 사발 가득 퍼 담아 주었다.
"우와-- 할머니는 내가 떡국 좋아하는 줄은 어떻게 알고
또 떡국을 끓여 주신데. 정말 신 난다.
그럼 아예 오늘 날짜를 잡읍시다"
객기도 그런 객기가 없었다.
라면 두 그릇에 다음에 또 떡국이라니.
어쩌면 그렇게 내가 질색하는 음식만 해주신다고 하는 지
내가 생각해도 하도 어이가 없어서 허허 웃으면서
정말 떡국이 먹고 싶은 사람처럼
말로만 그러지 말고 꼭 떡국 끓여줘야 한다고 신신당부까지 하니
할머니는 감쪽같이 속아서 좋아라 하셨다.
내 식성을 잘 알고 있는 같이 간 사람들은
라면에 떡국까지 끓여 주신다니 기겁을 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라면을 두 그릇이나 먹었으니 배속에서는 난리가 나고
입맛은 떨어져서 그 다음날부터 식음을 전폐해야 할 텐데
전혀 그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할머니가 정성껏 끓여주시는 라면을 마음으로부터
진심으로 감사하게 받아먹으니 내 몸에서도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며칠 후에 대접 받은 떡국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감격 적인 일이었다.
나는 상대가 누가 되었건 최대한 상대를 고려하고
눈 꼽 만큼도 서운하게 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에게 가정 교육을 시킬 때에도
"혼자 있을 때에는 자신에게 충실해라.
하지만 두 사람일 때에는 그 중심을 상대에게 두어야 한다"
라고 훈계한다.
할머니에게 중심을 두고 나의 식성을 무시한 채
할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을 즐거운 마음으로 먹고 보니
내 몸에서 그것을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서는 내 식성이 달라진 것이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가족과 외식을 가면 나는 언제나 밥을 먹는 반면
아내는 맨 날 먹는 밥, 지겹지도 않느냐면서 면 종류를 먹는다.
그런데 그 사건 이 후,
나도 냉면 같은 별 식이 먹고 싶어진 것이었다.
권 할머니 덕분에 평생 밥밖에 모르던 내가
어떠한 음식도 무차별 먹어 치우는 잡식성이 되었다.
이호실의 말처럼
"안 줘서 못 먹고, 없어서 못 먹는"
두 가지만 빼놓고는 다 먹는 인간 탈곡기가 된 것이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표석화 작성시간 26.06.12 골고루 다 잘 드시는 건강하신분이 되셨네요
-
작성자소랑/조 경애 작성시간 26.06.12 진정 사랑이 뭔지
확실하게 보여주셨네요.........사랑의 완성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풍경지키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2 그러게요
저도 그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
작성자여울 / 신현자 작성시간 26.06.12 자신의 식성보다 상대를
배려하시는 마음이
아름답기 까지 하네요
권행림 할머니는
돌아가실때까지도 맛나게
드신 라면과 떡국을 잘해드렸구나
하셨겠지요 -
답댓글 작성자풍경지키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2 나중에
주위 분들에게 사실을 듣고
제 손을 덥썩 잡아 흔드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