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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 박유정
바르셀로나의 트랙.
그날만큼은 둥근 지구의 심장처럼 뛰고 있었다
태양은 붉은 먼지를 털어내며
관중의 숨결 위로 쏟아졌고,
세계는 마지막 한 바퀴를
숨죽여 바라보고 있었다.
일본 선수의 등 뒤에서
한 사람이 속도를 올렸다
발걸음은 말이 없었지만,
그 안에는
찢긴 국기와 금지된 이름들,
오래 삼켜온 세월이 들어 있었다
황영조.
그 이름이 바람을 가르자
트랙은 더 이상 원이 아니었다
역사가 직선이 되어
결승선을 향해 달렸다
추월은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은 백 년처럼 길었다
앞질러 간 것은 한 명의 선수가 아니라,
고개 숙여야 했던 시간,
되찾지 못한 이름들이었다
경기장에 울린 함성은
승리의 소리가 아니라
“이제 우리가 우리다”라는
늦은 선언 같았다
결승선을 통과하던 그의 그림자 뒤로
바르셀로나의 하늘이 열리고,
태극기는 바람 없이도 펄럭였다
그날,
달리기는 끝났지만
기억은 아직도
트랙 위를 돌고 있다
황영조 선수가 승리한 경기(올림픽 마라톤)
경기 이름 (장소)
에스타디 올림픽 루이스 콤파니스 (Estadi Olímpic Lluís Companys)
→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마라톤 결승 도착 지점이자 올림픽 주경기장이었슴 ~(슴) 작성자 박유정 작성시간 26.01.19이미지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