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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기의 방

해외 동포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3.04.17|조회수173 목록 댓글 1

   해외 동포

 

     김명규

 

 

 

   우리 때의 어머니들은 옛날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에도 자식을 15남매까지 두신 분을 나는 알고 있다. 가난한 집에 아이가 많이 태어나면 다 저 먹을 것 가지고 태어나는 법이라고 어른들은 위로의 말을 하였다.

   오죽하면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나왔을까. 나는 삼남매를 두었지만 그 시절 우리 또래의 엄마들은 대개가 2남 2녀를 두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가족계획이라 생각했다. 남아 선호사상이 팽배했던 때라 임신을 하게 되면 나는 뱃속의 아기가 아들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입덧을 할 때면 청하는 음식으로도 태어날 아기가 딸인지 아들인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딸은 신 과일이나 채소가 입맛에 맞았고, 아들은 고기가 먹고 싶었다. 그 시절 비싼 고기를 얼마나 먹을 수 있었겠는가. 요즘 임산부들은 영양 상태가 좋아 입덧도 그리 심하게 하지 않는단다.

   셋째를 임신하면서 아이들의 양육비며 교육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위로 딸과 아들을 두었으니 이번에 아들만 태어나게 된다면 이제 그만 단산해야 할 것 같았다. 임신 7 개월째이던 5월 어느 날 할머니께 아이들은 맡기고 친정 식구들과 집에서 가까운 내장산으로 소풍을 갔다. 많이 걷기에 힘이 들어서 일행을 앞서 보내고 연둣빛 여린 잎이 햇살에 유희하는 단풍나무 숲길 벤치에 몸을 부리고 앉았다. 내장산의 봄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저렇게 예쁜 신록처럼 우리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그 때 마침 지나가던 스님 한분이 내 옆자리에 앉으며 흰 고무신을 벗어 그 안에 들어간 것을 털었다. 바랑을 진 모습이 아마도 탁발승이 아닌가 싶었다. 나를 넌지시 바라보더니 몸이 무겁겠다면서 하던 말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지금 뱃속에 딸을 두신 것 같습니다. 이 아이 다음에 아들 하나를 더 얻으실 테니 꼭 낳으세요. 대단히 훌륭한 큰자식이 태어날 것이요” 이 말을 남기고 가던 길을 빠르게 가고 있었다.

   내장산에서 만났던 스님의 말처럼 나는 정말 딸을 출산하였다. 딸이 둘 아들 하나, 셋째까지 낳고 산후 난관 수술로 단산을 결심했던 터였다. 딸을 낳을 것이라던 스님의 말을 나는 무시하면서 제발 아들이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 모른다. 딸로 태어난 갓난이를 보면서 안쓰럽고 섭섭해 나는 하염없이 울었다. 단산 수술을 받기 전 남편도 망설이면서 하나만 더 낳을까 나의 의향을 물었지만 더 이상 산고의 고통이 무섭고 겁이 났다.

   사람의 욕심은 정말 끝이 없나보다. 우리 삼남매가 건강하고 성실히 자라 각기 제 일을 다 잘하며 살고 있는데도 나는 가끔씩 스님이 남긴 말을 꺼내면서 아쉬움에 한숨을 토해내곤 한다. 아들 하나가 더 있었더라면 어떤 인물이 되었을까, 터무니없는 공상을 하면서 못내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 세 녀석을 데리고 성당 미사에 갈 적이면 아이들을 예뻐하던 노 신부님이 하던 말씀도 그랬다. 실비아(세례명)는 아이를 더 낳을걸 그랬어. 애들이 다 이쁘네. 이러시며 여간 반가워하시는 게 아니었다.

   지금은 아들보다 딸을 더 선호하는 시대가 되었다. 병원에서 태아 성별을 받고 딸이라고 하면 잔칫집 분위기다. 내가 막내딸을 낳고 서럽게 울었던 것을 아무 에게도 말해 본 적 없던 것이 참 다행이었다. 그 딸이 지금 내 모든 일상의 해결사며 나의 오른팔 역할을 다해주는 효녀이기 때문이다. 떠도는 우스갯말이 있다. 똑똑한 아들은 나라의 아들이고, 돈 잘 버는 아들은 장모님 아들, 못난 아들은 내 아들이라고. 누가 만든 말인지 모르지만 영락없이 오늘의 현실에 잘 맞아 떨어진다. 우리 집 아들은 해외 동포다. 외국에 나가 사는 아들은 해외 동포란다. 이삼 년에 한번 며칠 여름휴가를 손님처럼 다녀간다. 품안엣 자식이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부모를 모시고 살면서 효도하기를 바라는 부모가 없듯이 저희들끼리 잘 살아주면 그것이 효도 아니겠는가.

   지금은 어린 아이가 귀해졌다. 동네에서나 대중교통을 이용 할 때 배가 나온 임신부를 보면 반갑고 고마운 생각까지 든다.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사회적인 여건과 이유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아이는 낳지 않고 애완견만 안고 다니는 신혼부부도 많다. 젊은이들아, 시집 장가가서 아웅다웅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고, 토끼 같은 새끼 낳아 기르는 것이 어찌 그 사랑을 애완견에 비교할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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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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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삼교 | 작성시간 23.04.28 밍기 여사님, 애완견은 너무 점잖은 표현입니다. '반려견' ㅡ '반려자'라는 어휘는 개에게 .
    하나 더요.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향내나는 표어입니다. '잘 기른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
    그러고 보니, 나도 딸들이..... 쉿, 요건 밍기 작가님에게만 귀뜸해 드리는 비밀입니다 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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