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벌꿀은 슬퍼할 겨를이 (없대요/없데요)
— 올바른 문장이 시 문장의 기본
강 인 한
하찮은 것이지만 주의해야 할 표현들이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지나치기 쉬운 말들이기에 자칫 잘못하면 바보 같은 표현을 하고서도 자기만 모른다면 얼마나 난처할까요. 미리 말해둘게요. 아래의 문장들은 어딘가 틀린 부분을 지니고 있습니다.
① 바쁜 벌꿀은 슬퍼할 겨를이 없답니다.
② 그가 언제쯤 우리를 찾아올 지 아무도 모른다.
③ 그는 간지러움을 참다못해 온몸을 벅벅 긁는다.
④ 김 부장이 제게 말하기를 그는 무척 솔직하데요.
⑤ 제가 보기에도 그이는 퍽 점잖대요.
⑥ 내가 좋아한 건 여울입니다. 너가 좋아한 건 들판입니다.
⑦ 양말이 닳고 헤져서 구멍이 날 듯했어요.
⑧ 황소개구리가 통채로 뱀을 삼켰습니다.
⑨ 먹성이 좋아 그이는 짜장면 한 그릇을 금새 비웠지요.
⑩ 그날은 칠흙 같이 어두운 밤이었어요.
웬만하면 미리 긴장하고 대비를 하여 틀린 곳을 단박에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먼저 ①은 ‘꿀벌’이라야 하겠지요. 깜빡, 벌꿀과 꿀벌이 헷갈리면 망신살이 뻗치게 마련. 요즘 보면 의외로 ②로 써서 틀리는 시인들이 있어요. 여기서 ‘지’를 의존명사로 착각하면 안 됩니다. ‘그가 찾아온 지 오래됐다.’와 같이 “어떤 일이 있었던 때로부터 지금까지의 동안”을 나타내는 말이라면 의존명사 ‘지’를 써야 하지만 저 경우는 어미 ‘-ㄹ지’의 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찾아올지’라고 써야 합니다. ③을 틀리는 이들은 어휘력이 한참 딸린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간지럽다’와 ‘가렵다’를 구별하기가 어려울까요? 간지러워서 웃음을 참을 수 없을 테고, 가려우면 몸을 벅벅 긁을 게 아닙니까.
④와 ⑤는 사실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문제. 명쾌하게 요점을 말하죠. 내가(1인칭) 직접 겪은 걸 말할 때는 ‘-데요’이고, 내가 들은 게 아니라 남에게서 들은 말을 전달할 때는 ‘-대요’입니다. ‘-다고 해요’를 줄여 ‘-대요’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그이는 퍽 점잖데요.”이며 “김 부장이 제게 말하기를 그는 무척 솔직하대요.”라고 써야 바른 표기입니다.
유명 시인조차 틀린 문장이 ⑥입니다. ‘너가’는 잘못된 표기이고 ‘네가’가 옳은 표기라는 건 초등학생 수준. 하지만 평소의 언어 습관이 잘못된 경우엔 딱하게도 ‘너가’를 맞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잠깐,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네가 좋아한 건 들판입니다.”라고 고친 문장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내가 좋아한 건 여울이다. 네가 좋아한 건 들판이다.”라고 썼다면 아무 이상 없습니다. “당신이(그대가) 좋아한 건 들판입니다.”라고 써야 하지 “네가 좋아한 건 들판입니다.”라고 쓰는 건 경어체의 종결형태에 비추어 ‘너’를 경어체에 상응하는 대명사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정말 태연하게 ‘너’라고 낮춰 부르는 대명사에 얼토당토않은 경어체를 붙여서 의심 없이 사용하는 중견시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⑦ 천(헝겊)이 닳아진 상태를 표현하는 말은 ‘해지다’입니다. ‘양말이 닳고 해져서’라고 써야 합니다.
⑧의 문장에서는 두 가지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째’와 ‘채’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대로’, 또는 ‘전부’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는 ‘째’입니다. 그리고 ‘어떤 상태나 동작’에 관한 용법이라면 ‘채’입니다. “통째로”라고 써야 맞습니다. 어떤 상태를 나타내는 “옷 입은 채 비를 다 맞았다.”로 써야 합니다. ‘옷 입은 채(상태)’라고 생각할 일입니다.
언어라는 것은 수많은 민중(언중)들이 다 같이 그 말을 쓰게 되면 그 말이 표준어로 오르게 마련입니다. ⑨를 보면, 본디 ‘자장면’만 표준말이었지만 너도나도 누구나 ‘짜장면’이라고 쓰는 바람에 ‘짜장면’도 표준말이 됐습니다. 그걸 논하려는 게 아닙니다. ‘금새’가 틀렸다는 겁니다. ‘금시에’가 줄어서 ‘금세’로 되었지요.
⑩에서도 두 가지를 한꺼번에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칠흑’은 한자말입니다. 그 漆黑(칠흑)은 “옻칠처럼 검고 광택이 있음. 또는 그런 빛깔.”을 말합니다. “검다”란 뜻으로 ‘흑’을 쓰지 ‘흙’이 검다고 할 순 없을 테지요. 그리고 ‘같이’라는 말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나랑 같이 놀러 갑시다.”라고 ‘함께, 더불어’의 뜻으로 쓴 말인지, ‘똑같다[如]’라고 쓴 말인지요. 어두운 밤인데 먹물과 똑같이 캄캄했다는 뜻으로 표현한 말이라면 이때의 ‘칠흑같이’의 ‘같이’는 조사 ‘처럼’과 같은 자격으로 쓰는 말이 됩니다. 따라서 조사는 그 윗말에 붙여서 써야 하므로 당연히 “그날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어요.”라고 '같이'를 그 윗말에 붙여써야 바른 표기입니다.
오늘 내 손에 들어온 어떤 잡지에서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신인이 그만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바람에 여러 가지를 더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우리는 병마와 싸우며 더욱 겁쟁이가 된다. 간지러움을 참지 못해 온몸을 긁다가 더 건강한 아이가 외로움에 지친다.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면 깔깔거릴 것이고, 가려움을 참지 못하면 온몸을 긁을 것이겠지요? 시를 쓰기 때문에 한꺼번에 두 가지를 다 생각한 경제적인 표현이었을까 싶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이상하게도 젊은 시인들이 시제(時制)의 불일치, 혹은 ⑪한 편의 시 속에서 ‘하다’체와 ‘합니다’체를 혼동하여 사용하는 따위나 비문(非文)을 쓰면서 마치 ⑫다른 시인들보다 전위에 서는 기분이 든다고 착각하여 일부러 비문(非文)을 선호하지는 않는지 냉정히 반성해 볼 일입니다. 그렇게 잘못된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면서 오히려 그런 시가 더 근사하게 보인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 없군요. 또한 일일이 문장의 앞뒤 호응관계나 관용어의 용법 같은 걸 따지는 게 아예 싫어서 두루뭉수리로 넘어가 눈속임하기 쉽게 산문시를 선호하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을 것입니다.
⑪ 두 눈은 멀리 보고 있고. 눈동자 뒤로 기나긴 길이 펼쳐져 있고. 죽은 너와 함께 걷고 있었다. 길은 끝이 없었다. 나무도 끝이 없었다. 나무 사이사이 흰꽃이 수북했다. 나무의 이름은 묻지 않았다. 아직까지 흔들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직까지 잃어버릴 것들이 있습니다. 고양이는 고양이의 길을 가고. 너는 너의 길을 가고. 나는 빈손으로 앉아 눈길을 주고 눈길을 주고. 어둠은 어둠이 아닌 것들을 덧입고 있었다. 여름은 새벽의 텅 빈 운동장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늘은 그늘을 드리우고. 얼굴은 얼굴로 다시 들여다보고. 아직까지 모르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직까지 묻지 못한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너와 나와 고양이는 밑변이 없는 삼각형 속에 앉아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멀어지면서 먼 눈길이 되고 있었다.
⑫ 한 사나이가 들판을 달리고 들판을 달리는 사나이가 들판이 꺼진다. 사나이에게로 꺼진 들판이 없는 사나이가 달린다. 시멘트 야채 종이 같은 것들이 고온다습해서 그는 무턱대고 배추를 뽑는다. 배추를 들고 걸어가는 사나이가 들판이 뚫려 있다. // 들판을 빠져나가는 쥐들이 빠져나가기에 들판이 불편하다. // 한 사나이가 들판을 달리고 들판이 뚜껑이 없어서 들판의 시대는 사나이를 닫는다. 들판을 닫는다. 들판을 달리고 있는 사나이가 들판을 끌고 온다. 들판은 늘어나는 사용이다. 사나이는 사나이에게로 밀려난다. 시멘트 야채 종이 같은 것들을 끄집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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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 글에 붙인 제목 “바쁜 벌꿀은 슬퍼할 겨를이 [없대요/ 없데요]”는 두 가지를 생각하기 위해 제시한 제목입니다. 첫째는 ‘벌꿀’이 슬퍼할 순 없을 겝니다. 당연히 ‘꿀벌’이 슬퍼할 겨를이 없다고 해야 맞죠. 그리고 둘째로는 앞서 설명한 ‘-대요(-다고 해요)’와 ‘-데요(-더라고요)’에 비추어 이건 남에게 전달하는 투의 표현으로서 ‘-대요’를 써야 바른 말입니다. (*)
—시 전문 계간지《발견》2016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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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대풍 작성시간 16.07.26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7년 올해의 좋은 시 1000[646]모형 - 임솔아
웹진 시인광장
이웃추가
| 2016.07.25. 21:48 본문 기타 기능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7년 올해의 좋은 시 1000 646
모형
임솔아
기린이 보고 싶어서
기린을 보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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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답을 못 찾아 선생님 께 질문 드립니다.
2행의 보로에서 보로와 보러 중 옳바른 표현을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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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이상인 작성시간 16.07.30 • 옳바른 ⇨ 올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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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강인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07.26 "기린을 보러 간다"를 잘못 쓴 것 같군요.
시인이 틀린 게 아니라 옮겨 쓴 이의 오타 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대풍 작성시간 16.07.26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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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비가 작성시간 16.07.27 선생님 안녕하신지요. 위의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공부하게 됩니다. 지적하지 않으면 쉽게 넘어 가버릴 것들을 하나 하나 이해 하기 쉽도록 지적해 주시니 시를 공부 하는 사람들은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저도 간혹 시를 쓰다가 헤맬 때가 있습니다. 꿀벌을 벌꿀로 읽을 때도 있구요. 간판을 읽다가 앞 뒷자를 바꿔서 읽을 때도 간혹 있답니다. 시를 쓸 때는 더욱 문장에 신경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