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만취

작성자백낙란|작성시간26.06.19|조회수52 목록 댓글 2

만취/백낙란

당신과 나는 술잔을 부딪쳤다
주거니 받거니 술병에 빨려 들어갔다
당신은 내 속에 있던 말들을 함부로 끄집어 내
진실이라고 지껄였다
나를 안주 삼아 잘도 씹어 댔다
내가 차마 하지 못한 말까지
무슨 배짱인지 두려움도 없는 말투였다
당신의 고백이 나를 위한 것인지
아님, 당신을 위한 것인지 분간이 안갔다
난 그 말에 마취된 듯 동공이 풀리고
나도모르게 점점 빠져 들었다
이성까지 어지럽게 하는 당신
정신차리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이미 취기가 절정에 달한 당신은
혀가 꼬이고 몸도 가누지 못하는
내게 쉬지않고 술잔을 들이댔다
나는 당신과의 그런 건배가 싫었다
속이 거북했다 구역질이 났다
결국 거침없이
울먹이는 당신을 토해냈다
당신의 그 역한 냄새에
내 눈은 벌게지고 입은 바싹 타들어갔다

그 후로 한동안 그의
앙상하게  축 처진 어깨가 생각나지 않았다
한 잔 한 잔 희미해진 눈빛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마른 입가의 쓰디쓴 웃음을 기억하지 못했다
혼란스럽게 흔들리는
그 슬픔을 끝내 잊어 버렸다

귓가에 맴도는 말들 모두
술잔 속에 희석되어 버렸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김용주 | 작성시간 26.06.19 본심의 마음이 취중에 나온다는 말이 있다던데
    시인님 잘 하셨습니다
    망각의 세월이 때론 보약이 되기도 하지요 잘 보고갑니다 화이팅!

  • 답댓글 작성자백낙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0 나와 내면 속의 또다른 자아, 가장 용기있어 보이지만 가장 나약한 존재인 내 속의 자아, 그런 모습이 싫어 게워내지만 역설적으로 내 모습이 비친 슬픈 자아가 안쓰럽고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기억하기 싫지만 잊혀지지 않는(반어적 표현) 내 본모습이 아닌 것 같지만 내 안에서 나도모르게 툭툭 튀어나오는 또다른 면의 나, 우린 그런 내면에 비친 자아의 모습에 취해 살아갈 때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인님 항상 건필하세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