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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요청]]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꼬꼬마입니다 고민이 있어요

작성자피천득의후장대|작성시간09.09.18|조회수141 목록 댓글 5

전 교육봉사 동아리에 있어서 매주마다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러 다닙니다.

전 초등부 6학년 수업을 맡고 있는데...인원은 얼마 안되요 딱 10명.

근데.. 요새 들어 자꾸 고민이 있습니다.

 

10명밖에 되지 않지만 아이들 사이에 분명 편차가 존재하고 수업태도와 성격도 완전 정반대인 경우도 많거든요..

 

수업을 하는데..초등학생들이라 분위기는 대체로 산만합니다.

아이들 중 성적이 좀 괜찮은 애들 3명이 와서 제게 말하더군요.

xxx가 너무 시끄러워 공부가 되지 않는다구요.

 

x는 학업태도나 성적이 제일 뒤쳐지는 아이입니다.

그냥 공부방에 와서 공부를 한다는 게 고마운 아이에요.

얜 공부방에 와서 공부를 하기보다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오는 아이인데..

 

좀 시끄럽긴 합니다.

수업에 관심이 없으니 진지하지가 않아 농담따먹기를 하며 선생님들을 놀리고

시키면 대답도 하지 않고, 조용히 하라고 하면 쉬었다하자고 생난리를 치다가, 혼자 교실하고 복도 왔다갔다하면서

수업 분위기 조성에 있어서는 정말 좋은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몇몇 신입 선생님들이 얘 때문에 못해먹겠다고 울고불고 난리쳐서 중등반으로 바꾸게 한 전적도 있고...

 

다른 선생님들도 옆에서 거들더라구요.

얘 내보내든가 따로 수업을 시키든가 해야지, 얘 때문에 자기들도 힘들고  다른 애들이 너무 피해를 본대요.

전 솔직히 화가 났습니다.

x가 아닌 제 자신에게, 동료들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도요.

 

옆에서 친하게 지내는 동료가 얘 좀 잡아달라고 부탁을 하길래,

그래서 오늘 제 수업도 아닌 날에 공부방에 와서

그 놈 붙잡고 제가 좀 혼을 냈습니다. 정말 모질게요.

등짝도 두들겨패고, 눈을 마주치며 말을 하지 않고 건성으로 하길래

강제로 목을 움켜쥐어서 제 눈 바라보며 말하게 하고..

일진이 빵셔틀 괴롭히듯이.

 

얘랑 이렇게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는데 아이들과 동료들이 유리창 너머로 구경을 하고 있더군요. 

그 모습에 갑자기 화가나서

 

"너 이럴 거면 공부방 오지마!!"

 

라고 정말 해서는 안될 말을 했어요.

교사를 꿈꾸는 학생이라 이 일을 하고 있는건데,

제 스스로 참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저버리는 말을 하고, 동시에 그 아이에게 자존심의 상처도 준거죠.  

 

그리고 바로 아이들 수업 시간이 되었고, 저 혼자 교무실에 남아서 멍을 때리면서 생각을 하는데..

제가 잘못한 일들이 생각이 나더군요.

 

그래서 쉬는시간에 아이들 시켜서 수업 끝나고 교무실로 찾아오라고 했죠.

 

근데 수업 끝났는데 그 아이는 그냥 제 갈길 가더군요.

 

"너 왜 선생님이 할 말 있다고 부르는데 안와? 혼내려고 그러는거 아니니까 잠깐 좀 와봐."

"싫어요, 저 집에 갈래요."

"빨리 오지 못해? 너 선생님 얼굴 다신 안 보려고 그래?"

"네. 저 선생님 얼굴 안보려고 이제 안나올거에요."

 

그 말을 들으니 머리가 띵 해지더군요. 제가 보기 싫어 다신 안나온대요.

전 망연자실해서 그 아이를 잡지 못하고, 떠나는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봤어요.

 

저번 주 일인데, 이 아이가 이번 주 수업을 안나왔네요.

전화를 해도 나오기 싫다는 말만 하더니, 이제는 받지도 않아요.

이 아이 집으로 찾아가볼까요?

아니면 제가 학교 끝나는거 기다렸다가 강제로 끌고 올까요?

이 아이는 갈 데가 없어요. 집안이 많이 어렵거든요. 그래서 비뚤어진 것이라 생각해보지만...

제 큰 잘못으로 인해 이 아이가 영영 돌아오지 못할까봐 정말 걱정이 됩니다.

주위에서는 이미 떠났는데 이러고 있으면 어떡하냐며, 그냥 포기하고 다른 아이들에게 신경을 쏟으라고 합니다.

근데요, 저 얘 포기못해요. 어떤 수를 써서라도 다시 데리고 오고 싶어요.

 

제가 여기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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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애니그마 | 작성시간 09.09.18 딱한 일이군요.심적 갈등과 괴로움이 크겠습니다.지금 이 상황에서 님이 계속 연락하고 찾아봤자 소용이 없을 거 같구요..그러지 말고 그 애랑 친한 친구들을 활용해 보는게 어떨까 싶네요..친한 친구에게 그 애랑 같이 나오라고 해서..동네 롯데리아 같은 데 가서 햄버거 하나 사 주면서 다시 한 번 타일러 보세요
  • 작성자inter | 작성시간 09.09.18 제가 볼때는 지금 당장 찾아가는거보단, 연락을 안했다가 며칠후에 좀 풀린다 싶으면 뜬금없이 연락해보고 직접 찾아가 보시는게...그리고 역시 애 구슬리는데는 애가 좋아는 먹거리 아이템으로 구슬리는게 나을듯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할말있으면 서로 터놓고 말할 수 있게 정서적 공감대...라포르라고 하죠...를 형성한다음(맛있는거 사주면서 아이의 시각에서 말하든가...애들이 좋아할만한 것에 대해 말하면서..) 솔직히 터놓고 얘기해서 설득하는게 나을거 같아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아이도 여자랑 비슷해서, 논리적 설득보다는 감성을 자극해서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도록 유도하는게 젤 좋은 방법같아요. 콜드리딩 참고하신다면..ㅋ
  • 답댓글 작성자피천득의후장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9.19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대화가 안됩니다.....그냥 얘기 한 번 하려고 해도 대답도 안하고 다가가도 도망가기만 해요...
  • 답댓글 작성자inter | 작성시간 09.09.19 하긴...애한테 한번 찍히면 거의 안볼듯 하니...그렇긴 합니다...근데 솔직히 크게 잘못하시긴함...그래서 연락하시지 말고 시간을 두고 좀 기다려보시는게 어떨까합니다...자꾸 연락하시면... 아이를 자극하고,... 아이한테 오기를 만드는 걸지도...자꾸 시간이 흘러서 자기 스스로 갈곳이 없다는걸 알면 돌아올거에요...언젠가 화해할 날이 오길 빌겠습니다. 잘못은 인정하되, 저자세가 되지 마시고 그애의 편이 되주도 그애를 바로 잡아드렸으면 좋겠군요.
  • 작성자호리호리 | 작성시간 09.09.19 애 완전 트라우마 생겼을수도 있겠네요... 어리기때문에 겁먹었을텐데 심한 말에다가...등짝까지;;; 무조건은 아니지만 어린아이 상대로 너무 억압적으로 대한느낌이 없잖아 있는것 같아요 진심으로 사과하셔야 될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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